[인터뷰] 축구선수의 아내로 사는 법

[풋볼리스트] 권태정 기자= 가족은 존재만으로도 큰 힘이 된다. 축구선수에게 가족은 여느 응원단 못지 않은 최고의 지원군이다. 가정의 달을 맞이해 선수들의 아내들을 만나 그들의 사는 이야기를 들어봤다.FC안양의 두 수비수 유종현(27)과 박태수(26)는 올 시즌을 앞두고 충주험멜에서 나란히 이적해왔다. 두 선수 모두 안양공업고등학교 출신이라 안양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안양에서 축구를 하던 두 소년은 한 가정의 가장이 돼 돌아왔다.유종현은 작년 7월 동갑내기 이수경(27, 사진 왼쪽)씨와 결혼해 단란한 가정을 꾸렸다. 195센티미터의 거구이지만 4개월 된 딸 유주하 양 앞에서는 영락없는 딸 바보다. 박태수와 이민희(27, 사진 오른쪽)씨는 5개월 된 신혼부부다. 1년 반의 연애 후 결혼에 골인했다.이수경씨와 이민희씨는 축구선수의 여자친구로, 또 아내로 살아가는 것에 대해 서로 공감하고 웃으며 이야기를 나눴다. 유종현과 박태수는 점심 시간에 짬을 내 아내들이 인터뷰를 하는 카페에 찾아와 아내들의 생애 첫 인터뷰(?)에 응원을 보내고 갔다.풋볼리스트(이하 풋): 축구선수 여자친구에서 축구선수 아내가 됐는데, 어떤 점이 달라졌나요?이수경(이하 수경): 결혼하고 나니 남편을 챙겨줘야 하는 입장이 됐어요. 식단도 신경 써야 하니 좀 부담이 되기도 해요.이민희(이하 민희): 아무래도 식단에 신경을 많이 쓰게 돼요. 부엌에서 거의 살다시피 해요. 식단에 신경을 쓸 수 밖에 없어요. 체력 소모가 워낙 많은 운동을 하니까 잘 먹어야 해요. 고기는 늘 빠지지 않게 하고요. 신랑이 어려서부터 숙소생활 하다 보니 집에 대한 향수 같은 게 있는 것 같아요. 제가 좀 힘들어도 집밥 먹는 게 좋잖아요. 다행히 요리하는 걸 재미있어 하는 성격이라 할 수 있는 것 같아요.수경: 저는 제철음식을 많이 차려주려고 해요. 봄이면 냉이나 달래 된장국 같은 것들? TV나 인터넷 찾아보면서 요샌 뭐가 좋은지 공부도 하고요. 숙소에서처럼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규칙적인 생활 할 수 있게도 도와주고요.풋: 축구선수를 만나는 것에 대해 부모님의 반대는 없었나요?수경: 희생 하면서 살아야 하니까 처음에는 부모님께서 걱정을 많이 하셨어요. 근데 주하 아빠를 실제로 보고 나서는 "이런 남자라면 딸 맡겨도 괜찮겠다"고 하시더라고요. 직접 보시고 마음 놓여 하셨어요.민희: 저희 아버지는 축구 광이세요. 농담 삼아 "다른 종목 선수였으면 별로일 텐데 축구선수라 괜찮다"고 하실 정도예요. 응원을 많이 해주셨어요.풋: 축구선수의 아내로서 어떤 점이 힘든가요?민희: 11월 말에 결혼했는데 신혼여행 다녀와서 바로 동계훈련에 갔어요. 결혼 한 지 5개월인데 같이 산 시간이 얼마 없어요(웃음).수경: 저는 아직 신혼여행을 못 갔어요. 막 결혼했을 때는 시즌 중이라 못 가고, 그 다음에는 배부르고 아이 낳느라 못 갔죠. 육아에 집중하려고 다니던 직장을 그만뒀는데 아무래도 일하다가 집에만 있으니까 심심하기도 해요.민희: 어디 놀러 나가는 건 잘 못하죠. 근데 그것도 익숙해져서 그냥 집에 같이 있으면 좋아요. "우와! 같이 있는다!" 이러면서…(웃음) 전에는 그렇게 못했으니까요. 결혼 준비할 때도 혼자 다했어요수경: 저도요. 다른 사람들은 다 같이 다니고 하는데, 저는 친구랑 다니고 웨딩 플래너랑 둘이서 다니고… 남편한테 "결혼식장에는 올 거지?" 이렇게 물어봤다니까요(웃음).민희: 맞아 맞아. "결혼식장에만은 와줘." (웃음) 근데 저는 결혼식 전에 영화 한 편 찍었잖아요. 저희 신랑이 결혼 앞두고 크게 다쳤었어요. (박태수는 지난해 10월 경기 도중 턱뼈 골절 부상을 당했다.) 저도 경기장에 있었거든요. 금방 일어날 줄 알았는데 정신을 못 차리는 거에요. 그러다 딱 눈을 뜨더니 "민희야, 오늘이 며칠이야?" 그러는 거예요. 원래 개구쟁이라서 장난치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순간적으로 기억을 잃은 거더라고요. 정말 놀랐죠. 병원에서 CT를 찍었는데 뇌출혈 가능성이 있다는 거예요. 그랬더니 신랑이 결혼을 하지 말자는 거예요. 그래서 말도 안 되는 소리 말라고 울고불고 그랬는데… 알고 보니 뇌출혈도 아니고 큰 문제도 아니었어요, 다행히. 아, 아직도 그때 생각하면…(절레절레) 다시는 안 다쳤으면 좋겠어요. 신랑뿐 아니라 다른 선수들 전부 다요.수경: 맞아요. 다치는 게 제일 걱정이에요.

풋:
부부싸움은 안 하시나요? 연애 시절에는 어땠나요?민희: 연애할 땐 사소한 걸로 꼭 싸워요. 자주 못 만나서 감정들이 쌓이고 쌓이다 보면 조그만 거에 서운하게 되고 그렇잖아요. 스스로 '이거에 화내면 안 되는데' 싶으면서도 참고 참았던 감정들이 터지는 거죠. 남들처럼 비 오는 날 일 마치고 데리러 오고 하는 보통의 연애는 못하잖아요. 알면서도 서운한 거야~수경: 맞아요. 저녁에 퇴근해서 가볍게 차 한잔하고 이런 것들이요. 별거 아니라도 하고 싶은데 못하니까요. 외박 받았대서 뭐할까 하루 종일 생각하고 기다리고 있는데 전화 와서 "외박 잘렸대" 이러면 그만큼 서운한 게 없었죠. 충주에 있을 때는 만나러 충주까지 내려갔다가 못 만나고 집에 돌아온 적도 있어요. 그럼 그날은 전화기를 붙잡고…엉엉(웃음)민희: 축구선수 아내들, 여자친구들 정말 대단한 것 같아(웃음). 다른 운동선수 아내들도 다 그렇겠지만 정말 희생을 많이 해야 하는 것 같아요.수경: 남편도 그런 점에 항상 미안해해요. 사실 남편 잘못은 없잖아요. 잘못도 없는데 자꾸 사과를 하고… 그럼 저는 또 안쓰럽고 속상하고 그랬죠.풋: 그럼 축구선수 남편을 둬 좋은 점은 뭔가요?민희: 남편이 일하는 모습을 직접 볼 수 있다는 건 참 좋은 것 같아요. 충주에 있을 때 프로 데뷔골을 넣었거든요. 그때 관중석에서 막 울었어요. 중계에 잡혀가지고 좀 민망했지만…(웃음) 너무 좋았어요. 또 보고 싶네요, 골. 팀을 많이 옮기면서 마음고생도 많았었고, 그런걸 계속 봐왔으니까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나오더라고요.수경: 저도 작년에 골 넣었을 때가 생각 나네요. 저는 임신 중이라 못 가고 저희 엄마, 아빠가 직접 보러 가셨거든요. 엄마, 아빠 앞에서 골 넣는 장면을 보여줄 수 있어서 참 기쁘고 뿌듯했어요.풋: 축구선수의 매력은요?민희: 되~게 순수해요. 세상 물정도 잘 모르고…(웃음)수경: 인간관계에 대한 계산을 잘 안 해요. 사회생활 하다 보면 계산적인 관계도 있잖아요. 그런 게 없어요. 어린 아이처럼 사람을 계산 없이 대해요. 마음 가는 대로 챙겨주고 퍼주고… 같이 살면서 남편 보고 배우는 것도 많아요. 남편도 저를 보면서 배워가기도 하고요. 그렇게 맞춰가는 재미가 있는 것 같아요.풋: 남편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 뭔가요?민희: 가장 중요한 건 다치지 않기. 그리고… 아이가 생겨도 지금처럼 나를 예뻐해 주기?(웃음) 바라는 건 많이 없어요. 지금처럼 서로 옆에 있어주는 게 좋은 것 같아요. 결혼 전에는 제 자신을 먼저 생각하다 보니 이런 것도 서운하고, 저런 것도 서운하고 그랬는데 이젠 아니예요. 저도 배워가는 것 같아요. 더 이해해주고 배려해주고 싶어요.수경: 일반적이지 않은 직업인 건 사실이잖아요. 그건 이미 알고 있으니까, 예전에는 이것저것 바라는 점도 있었지만 이제는 내가 더 이해해줘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마음을 많이 내려놨다고 해야 하나?(웃음) 다른 건 바라지 않고, 그저 남편이 행복한 축구선수가 됐으면 좋겠어요. 축구를 하다 보면 잘 될 때도 있고 안 될 때도 있고, 경기에 뛸 수도 안 뛸 수도 있지만, 하나하나에 연연하기 보다는 훗날 돌아봤을 때 '정말 행복한 선수생활을 했구나' 생각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러기 위해 저도 옆에서 많이 도와주려고요.사진=풋볼리스트, FC안양 풋볼리스트 주요 기사[채널F] TV 속의 K리그 ① K리그 중계, 시작과 끝 27시간[채널F] TV 속의 K리그 ② K리그 중계는 재미없다는 편견[인터뷰] '초짜 감독' 김도훈의 좌충우돌 4개월[꽃보다축구] 맨유-뮌헨 레전드 매치, 한국 원정단 모집[심층분석] 메시, 호날두의 발끝에 숨겨진 은밀한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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