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골디락스 조건을 만족했을 때 생겨난 역사적 순간들

동화 '골디락스와 곰 세 마리'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나요? 골디락스는 금발머리 소녀 이름입니다. 골디락스가 숲 속에서 길을 잃고 헤매다가 어느 집에 도착했습니다. 그 집의 식탁 위에는 마시기에 너무 뜨거운 스프와 적당한 온도의 스프, 그리고 너무 차가운 스프가 있었고요. 침실에는 너무 큰 침대와 적당한 크기의 침대, 그리고 너무 작은 침대가 있었답니다. 골디락스는 이 중에서 자신에게 가장 적당한 온도의 스프를 마시고, 적당한 크기의 침대에서 잠을 잡니다. 골디락스의 이러한 선택은 빅 히스토리의 특징 중 하나인 '임계국면'을 이해하는 데 반드시 필요합니다.
길을 잃고 헤매던 골디락스는 춥고 배가 고팠습니다. 골디락스에겐 쉴 수 있는 침대와 배를 채울 수 있는 스프가 필요하죠. 이때의 침대와 스프를 '요소(ingredients)'라고 합시다. 그런데 스프가 너무 뜨겁거나 차가우면 맛이 없습니다. 너무 큰 침대나 너무 작은 침대는 오히려 불편하지요. 골디락스가 먹기 좋은 온도의 스프와 적당한 크기의 침대를 줄 때 비로소 골디락스는 추위와 배고픔을 해결하고 만족할 수 있습니다. 이때 적당한 온도와 크기를 '골디락스 조건(goldilocks condition)', 춥고 배고팠던 골디락스가 느끼게 된 새로운 만족감을 '새로운 복잡성(new complexity)'이라고 부릅니다.
여기서 우리는 다음과 같은 간단한 공식을 적용해볼 수 있습니다.
스프와 침대(요소)+알맞은 온도와 크기(골디락스 조건)=만족감(새로운 복잡성)
그렇다면, 이러한 골디락스의 조건을 우주와 생명, 그리고 인간의 기원을 설명하는 빅 히스토리에 한 번 적용해볼까요? 137억 년 전에 우주가 탄생한 이후 가장 먼저 만들어진 원소는 바로 수소(H)입니다. 우주에서 가장 풍부하고 가장 가벼운 원소이며 색도 맛도 향도 없어요. 이후 별이 가지고 있는 에너지를 사용해 탄소(C)나 산소(O) 등의 원소들이 만들어졌습니다. 다양한 원소들은 우주를 떠돌아다니다가 서로 만나서 결합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과정 속에서 우연히 기체 상태의 수소 원자(요소)와 산소 원자(요소)가 결합하게 됐습니다. 액체 상태의 물을 만들 수 있는 2:1의 황금비율인 골디락스 조건에 맞춰 결합하게 된 것이죠. 서로 아무런 연관성이 없던 각각의 요소(수소와 산소)가 2:1 결합비율이라는 골디락스 조건을 만족하자 액체 상태의 물이라는 새로운 복잡성을 만들어내게 됐습니다. 이전에 존재하지 않았던 전혀 새로운 물질이 탄생한 것입니다.
수소와 산소(요소)+2:1의 황금비율(골디락스 조건)=물(새로운 복잡성)
빅 히스토리에서는 여러 가지 요소들과 골디락스 조건이 결합해서 복잡성이 만들어지는 과정이나 단계를 '임계국면(threshold)'이라고 부릅니다. 우주가 탄생한 이후 시간과 공간이 계속 변하면서 우주와 지구, 생명, 그리고 인간 사회를 구성하는 수많은 요소들이 발생했습니다. 이러한 요소들이 골디락스 조건과 결합하게 되면 이전에는 나타나지 않았던 복잡성이 등장합니다. 복잡성이 등장하고 증가하는 단계인 임계국면을 거쳐야만 우주와 생명, 그리고 인간의 역사 속에서 중요한 변화들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137억 년의 우주라는 시간과 공간 속에서 펼쳐지는 빅 히스토리에는 크게 8개의 임계국면이 존재합니다. 이제 8개의 임계국면을 중심으로 요소와 골디락스 조건, 복잡성이라는 개념들을 이해하고 우주와 생명, 그리고 인간의 다양한 이야기에 관련된 퍼즐 조각들을 맞춰나갈 것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큰 퍼즐 판이 어떤 모습으로 완성될지 상상해보는 것, 기대되지 않나요?
Big Question 생각해 봅시다
①'우주'라는 퍼즐 판을 이해하기 위해 우리가 알고 있어야 하는 개념들은 무엇일까요?
② 요소와 골디락스 조건, 그리고 복잡성이라는 개념을 활용해 여러분들에게 큰 변화를 가져왔던 임계국면을 만들어봅시다.
③ 최초의 우주는 과연 어떻게 형성되었을까요?
김서형 이화여자대학교 지구사연구소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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