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블화 추락 막아라 .. 푸틴, 또 다른 전쟁

강남규 2014. 10. 15.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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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방어에 올 550억 달러 투입1998년 모라토리엄 때보다 낮아서방 돈줄 차단에 원유값 급락 탓외신들 "아시아 금융위기 때와 비슷"

블라드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긴급 명령을 내렸다.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병력을 물리라는 지시였다. 이제 우크라이나 사태는 진정되는 것일까. 아니다. 로이터 통신은 이날 "푸틴이 또 다른 전선(戰線)에서 싸우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바로 글로벌 외환시장에서의 전투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날 전문가들의 말을 빌려 "러시아 중앙은행이 루블화 값 추락을 막기 위해 외환보유액을 쏟아 부으며 힘겨운 전투를 벌이고 있다"며 "중앙은행이 이달 7일 이후 닷새(거래일 기준) 동안 투입한 외환보유액이 17억 달러(약 1조8000억원)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그렇지만 루블화 값은 계속 떨어지고 있다. 14일 현재 달러당 40.5루블 선까지 밀렸다. 최근 석 달 새에 13% 넘게 추락했다. 글로벌 주요통화 가운데 가장 많이 하락했다. 더욱이 현재 루블화 값은 러시아가 채무이행연기(모라토리엄)를 선언한 1998년보다 더 낮은 사상 최저치다. 미국 경제전문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푸틴이 루블화의 무질서한 추락을 겨우 막고 있는 모습"이라고 묘사했다.

 실제 푸틴은 환율 방어선을 잇달아 후퇴시키며 간신히 루블화 붕괴를 막고 있다. 이달 초 달러당 39루블 선을 1차 방어선으로 제시했다. 14일 현재 제시된 방어선은 45루블 선이다. 로이터 통신은 이날 전문가들의 말을 빌려 "지금 푸틴이 하는 일이 아시아 금융위기 초인 1997년 봄 태국 중앙은행이 통화가치 사수를 위해 외환보유액을 쏟아 부었던 모습과 비슷하다"고 평했다.

 러시아 외환보유액은 빠르게 줄고 있다. 올 들어서만 550억 달러(약 10%)가 감소했다. 미국 투자은행인 JP모건 등은 "루블화 값이 급하게 떨어지지 않고 안정적으로 하락하도록 하는 데만 올 연말까지 외환보유액 300억 달러가 더 투입돼야 할 것"으로 내다봤다. 당장 러시아 외환보유액이 고갈되는 것은 아니다. 이달 10일 현재 러시아 외환보유액은 4547억 달러에 이른다. 러시아 대외 무역의 8~9개월치 정도다. 하지만 최악의 경우 외환보유액이 내년 상반기에 "850억 달러까지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푸틴이 외환위기 벼랑에 서 있는 셈이다. 실제 중앙은행 총재인 엘비라 나비울리나는 "계속 루블화 값이 떨어지면 중앙은행이 폭락을 막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어쩌다 푸틴이 이런 궁지에 몰렸을까. 로이터는 "근본적인 원인은 서방의 돈줄 차단"이라고 설명했다. 미국과 유럽은 우크라이나 사태를 이유로 러시아 시중은행과 에너지 기업이 서방 금융시장에서 채권을 발행하지 못하도록 했다.

 금융제재는 외국 자본 이탈과 함께 러시아에서 신용경색을 일으켰다. 특히 달러나 유로 자금이 거의 돌지 않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블룸버그는 "그 바람에 달러나 유로로 자금을 빌려 쓴 시중은행과 일반 기업들의 고통이 증폭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이 올 연말까지 갚아야 할 외채는 600억 달러에 이른다. 요즘 모스크바 외환시장에서 루블화 투매와 달러·유로화 사재기가 벌어지고 있는 이유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푸틴의 핵심 자산인 원유 값마저 떨어지고 있다. 4일 현재 유럽 브렌트유는 배럴당 88달러 선에서 거래됐다.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85달러 선에서 사고 팔렸다. 러시아 정부의 살림살이가 적자를 내지 않고 굴러가기 위해선 원유 값(브렌트유 기준)이 적어도 배럴당 104달러는 돼야 한다.

 로이터는 "현재 국제유가가 러시아의 기대보다 15% 이상 낮다"며 "이는 푸틴의 재정 상태가 더욱 나빠지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했다. 서방 제재로 자본이탈과 함께 실물 경제 침체가 진행되고 있는 와중에 루블화 값이 떨어지고 재정마저 악화하고 있는 판이다.

 다급해진 푸틴은 최근 중국과 200억 달러 규모의 통화 스와프 계약을 맺었다. 여차하면 두 나라 중앙은행끼리 그 정도 외자를 주고받자는 약속이다. 로이터는 "푸틴이 서방 돈줄이 막히자 중국에 도움을 요청했다"며 "하지만 루블화 추락을 진정시킬 만큼 큰 도움을 아직 받지 못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이라고 했다.

강남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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