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준의 작전판] 맨시티의 작전을 망가트린 데미첼리스의 퇴장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풋볼리스트] 한준 기자= 맨체스터시티가 아르헨티나 수비수 마르틴 데미첼리스로 인해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데미첼리스는 FC바르셀로나와의 UEFA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 경기에 선발 출전해 시즌 최고의 경기력을 선보였으나, 후반 9분 페널티 에어리어로 진입하던 리오넬 메시를 백태클로 쓰러트리며 퇴장 당했다. 이 파울로 맨시티는 선제골을 내줬고, 수적 열세의 상황까지 처했다. 결국 극복하지 못하며 홈경기장에서 0-2로 완패했다. 원정골 허용 및 만회골 득점 실패로 사실상 8강 진출이 어려워졌다.
맨시티는 FC바르셀로나를 상대로 4-4-1-1 포메이션을 준비했다. 가엘 클리시, 뱅상 콩파니, 마르틴 데미첼리스, 파블로 사발레타가 포백 라인을 이루고, 페르난지뉴와 야야 투레가 중앙 미드필더로 배치됐다. 왼쪽 측면에 알렉산다르 콜라로프, 오른쪽 측면에 헤수스 나바스가 포진했다. 최전방에 알바로 네그레도가 원톱으로 기용됐고, 다비드 실바가 2선 공격수로 나섰다.
▲ 맨시티의 전략, 바르사의 측면을 제어하고 공중을 제압하라
마누엘 펠레그리니 감독의 승부수는 중원이 아니라 측면이었다. 안드레스 이니에스타, 세스크 파브레가스, 차비 에르난데스, 세르히오 부스케츠가 자리를 잡고 있는 FC바르셀로나의 '볼 소유 전문가'들과 직접 경합을 피했다. 대신 FC바르셀로나 측면 공격의 축인 다니 아우베스와 조르디 알바의 전진을 억제시켰다. 콜라로프와 나바스는 측면 돌파에 이은 힘있는 긴 크로스를 배달하는 전통적인 역할의 윙 플레이어다. 양 사이드에서 넓게 자리를 잡았고, 이로 인해 중원의 좁은 공간에서 볼을 경합하는 데 힘을 빼지 않았다.

콜라로프와 나바스가 지속적으로 직선적인 전진 플레이를 시도했기 때문에 알바와 아우베스는 섣불리 공격에 가담할 수 없었다. FC바르셀로나는 경기 내내 볼 점유율에서 앞섰으나 공격 작업의 매듭을 짓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포백 라인이 페널티 에어리어 안에서 공간을 허용하지 않았고, 투레와 페르난지뉴가 페널티 에어리어 앞 공간을 타이트하게 막아서며 중거리슈팅 기회도 내주지 않았다.
전략은 주효했다. FC바르셀로나는 측면의 지원을 받지 못한 전방 공격수들이 고립되면서 공격의 실마리를 찾지 못했다. FC바르셀로나가 높은 점유율에도 불구하고 전반전에 겨우 두 차례의 슈팅 시도 밖에 하지 못한 반면, 맨시티는 총 6차례 슈팅을 시도해 더 효율적은 경기를 했다.
FC바르셀로나의 공격이 무력화된 가장 큰 이유는 데미첼리스의 안정된 수비였다. 데미첼리스는 적재 적소에서 FC바르셀로나의 돌파 및 슈팅 시도를 차단했다. 프리미어리그에서는 순발력과 속력의 문제를 드러냈고, 수비형 미드필더로 전진배치된 첼시전에는 기대 이하의 모습을 보였지만 공간 활용 능력이 더 중시되는 라리가 클럽과의 경기에선 자신의 진가를 선보였다.
측면과 고공을 지배해 FC바르셀로나를 무너트리겠다는 맨시티의 작전은 전반전까지는 잘 작동했다. 문제는 후반 9분이다. 메시의 돌파 시도를 태클로 차단하려던 데미첼리스의 타이밍이 한 발 늦었다. 데미첼리스는 메시의 다리를 걸어 넘어트렸다. 데미첼리스가 퇴장 당하면서 맨시티는 전술적 어려움에 봉착했다.
▲ 데미첼리스의 퇴장, 다니 아우베스의 족쇄가 풀리다
펠레그리니 감독은 데미첼리스가 빠진 자리에 조레온 레스콧을 투입했는데, 교체된 선수는 왼쪽 측면 미드필더로 뛰던 콜라로프였다. 더불어 나바스를 빼고 사미르 나스리를 투입해 공격 전형을 4-2-3으로 조정했다. 네그레도의 뒤를 창조적인 2선 공격수 실바와 나스리로 지원했고, 투레와 페르난지뉴로 중원 싸움을 붙였다.
맨시티는 네그레도를 향한 공중 롱패스를 공격 전략으로 삼아 중원의 숫자 싸움 열세를 최소화하려고 했다. 이 전략은 어느 정도 적중했다. FC바르셀로나 선수들이 공중전에 취약하다보니 롱볼을 통한 공격으로 몇 차례 좋은 공격 상황을 만들 수 있었다. 에딘 제코가 투입된 이후에는 동점골에 근접한 상황을 만들기도 했다.
그러나 페르난지뉴와 투레가 시간이 갈 수록 체력적 어려움을 겪으며 공수 간격이 벌어졌고, 측면과 중앙을 동시에 커버할 수 없게 된 수비가 급격히 흔들렸다. 콜라로프와 나바스가 빠지면서 알바와 아우베스가 자유롭게 오버래핑을 시도했다. 특히 데미첼리스가 퇴장 당하기 전까지 측면 수비에 주력하느라 공격 가담을 거의 하지 못했던 아우베스가 완전히 살아났다. FC바르셀로나의 공격 패턴이 더 다양해졌다. 아우베스가 윙 플레이를 시작하면서 맨시티 수비는 흔들리기 시작했고, 후반전에 바르사는 8차례 슈팅을 시도하며 경기를 장악할 수 있었다.
FC바르셀로나는 네이마르를 투입해 측면 공격을 더욱 강화했고, 결국 네이마르의 도움을 받은 아우베스가 경기 종료 직전 두 번째 골을 성공시켜 맨시티를 절망에 빠트렸다. 레스콧은 데미첼리스만큼의 대인 방어력을 보이지 못했고, 콩파니 역시 혼자 힘으로 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었다.

데미첼리스의 퇴장은 이 경기의 판세가 FC바르셀로나로 기우는데 아주 결정적인 작용을 했다. 펠레그리니 감독은 경기가 끝난 후 이 판정에 대해 강도 높은 비판을 가했다. 데미첼리스의 태클은 파울이 맞지만 페널티 에어리어 바깥에서 이루어졌기에 페널티킥이 아니며, 경고로 그칠 수 있는 파울이었으며 퇴장 판정이 가혹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느린 그림으로 확인한 결과 페널티 에어리어 바깥에서 파울이 이루어졌다. 그러나 공이 앞으로 빠져나간 상황에 뒤에서 가한 태클이기에 퇴장 판정에는 무리가 없었다. 이 판정은 FC바르셀로나에게 행운이었고, 맨시티에겐 저주가 됐다. 맨시티의 작전은 데미첼리스의 퇴장으로 물거품이 됐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tvN 중계화면 캡쳐
Copyright © 풋볼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