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개의 이름] ③ 샤비? 차비?..해외 선수 표기법 바로 알기

[풋볼리스트] 사람의 이름은 오묘하다. 상품에 붙은 상품명과는 다르다. 옛 말에도 '아름다운 이름이 보배로운 기름보다 낫다'라고 하지 않았던가. '풋볼리스트'는 축구선수들의 이름에 대한 모든 것을 준비했다. 이름의 세계로 함께 날아가보자. 이 기사를 읽은 후에는 선수들이 다르게 보일 것이다. < 편집자 주 >
해외축구 기사를 읽다 보면 갸우뚱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같은 선수 인데도 언론사마다 이름 표기가 다른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크게 다른 편이 아니긴 하지만 독자의 입장에선 어떤 표기가 옳은 지 궁금증이 들기 마련이다. 간혹 완전히 표기가 달라져 어떤 선수의 이야기인지 헷갈리는 경우도 있다. 인터넷으로 해당 선수를 검색 할 때 모든 정보를 하나로 모아보기 어려운 단점도 있다. 현장에서 만난 어떤 기자는 서로 다른 표기법을 통일 하는 일이 어려워 차라리 영어로 쓰는 것이 어떨까라고 푸념하기도 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국립국어원의 외래어 표기법이다. 국립국어원은 주요 국제 스포츠 대회가 열릴 때 외래어 표기원칙에 따른 외국 선수 표기 통일안을 배포한다. 강제는 아니지만, 권고 사항이다.
외래어 표기법의 최우선 기준은 현지 발음에 최대한 가깝게 쓰는 것이다. 그리고 외래어 표기원칙에 입각해야 한다. 주요 다섯 가지 표기 원칙은 다음과 같다.
제1항 외래어는 국어의 현용 24 자모만으로 적는다.제2항 외래어의 1음운은 원칙적으로 1 기호로 적는다.제3항 받침에는 'ㄱ,ㄴ,ㄹ,ㅁ,ㅂ,ㅅ,ㅇ' 만을 쓴다.제4항 파열음 표기에는 된소리를 쓰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제5항 이미 굳어진 외래어는 관용을 존중하되, 그 범위와 용례는 따로 정한다.
기본적으로 국내 대부분의 언론사는 국립국어원의 외래어 표기 원칙을 따른다. 1994년 미국월드컵 당시 로마리오(Romario)로 불렸던 브라질 공격수의 이름이 지금은 호마리우로 표기 되는 것은 국립국어원의 노력 덕분이다. 국립국어원이 아니었다면 2013년 FIFA발롱도르 수상자를 우리는 크리스티아노 로날도(Cristiano Ronaldo)로 표기하고 있을 것이다.
맨체스터유나이티드에서 활약했던 노르웨이 공격수 올레 군나르 솔샤르(Ole Gunnar Solskjaer)는 솔스카에르라는 낯선 이름으로 표기 된 적도 있다. 리우데자네이로(Rio de Janeiro)로 알려진 2016년 올림픽 개최지이자 2014년 브라질월드컵 결승전 개최지의 표기도 원칙에 따르면 히우지자네이루가 된다. 낯설게 느껴질 수 있지만 파리생제르맹의 브라질 수비수 티아구 실바의 경우 치아구 시우바(Thiago Silva)가 올바른 표기다.
볼튼(Bolton), 에버튼(Everton), 토튼햄(Tottenham), 풀햄(Fulham) 등으로 알려져 있던 잉글랜드 프로축구팀의 이름이 볼턴, 에버턴, 토트넘, 풀럼 등으로 바뀐 것도 국립국어원의 표기법에 따른 것이다. 마이클 오웬이 마이클 오언으로, 호나우딩요가 호나우지뉴(Ronaldinho)로 바뀐 것도 같은 사례다. 브라질의 호나우두(Ronaldo)와 포르투갈의 호날두의 이름 표기가 다른 것은 브라질식 포르투갈어와 포르투갈어의 발음이 다르기 때문이다.
외국의 경우에는 사전 등의 인물 정보에서 이름의 발음기호를 표기해 영어 스펠링 만으로 확인할 수 없는 해당 인물의 정확한 발음 정보를 기재한다. 전 세계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인터넷 백과사전 위키피디아에서도 대부분의 인물 정보에 발음 표기가 동반된다. 한국버전인 위키백과는 한글로 이름을 옮기는 기준으로 국립국어원 외래어 표기법을 따른다.
하지만, 국립국어원이 정한 모든 표기법이 정확한 것은 아니다. FC바르셀로나 미드필더 차비 에르난데스의 경우 스페인어 표기법에 따르면 샤비 에르난데스가 정확한 표기다. 그러나 차비는 카탈루냐어를 사용하는 바르셀로나 지역 출신이다. 현지에서는 차비로 부른다. 차비로 표기하는 것이 정확하다. 위키피디아의 발음기호 표기도 Catalan: [ˈ(t)ʃaβi ərˈnandəz i ˈkɾɛws], Spanish: [ˈtʃaβj erˈnandeθ i ˈkɾeus] 로 등록되어 있다. 스페인에서 샤비를 말하면 바스크 출신의 레알마드리드 미드필더 샤비 알론소를 먼저 떠올린다.
이에 맞춰 국내 외래어 표기법도 카탈루냐 표기를 반영해 호셉 과르디올라(Josep Guardiola)로 잘못 불리던 현 바이에른뮌헨 감독의 표기를 주제프 과르디올라로 심의했다. 더불어 FC바르셀로나의 애칭은 Barça다. 한국에서 바르샤로 부르지만 실제 발음은 '바르싸'에 가깝고, 표기원칙에 따르면 바르사로 쓰는 것이 가장 정확하다.
네덜란드에서 박지성을 위숭빠르크로 부리는 것은 재미있는 일이다. 하지만 외국의 방송기자들 역시 한국 기자를 만나면 한국 선수의 정확한 이름 발음법을 물으며 올바른 정보 전달을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물론 인물의 국적뿐 아니라 민족, 출신지를 따져가며 이름 표기를 정하는 것은 매우 까다로운 일이다. 세상엔 너무나 많은 사람이 있기 때문에 개개의 사정을 다 알기 어렵기 때문이다. 때로는 논란이 되는 발음과 표기에 대해 선수 본인이 나서서 어떻게 불러달라고 하는 경우도 있다. 과거 토트넘에서 이영표와 함께 뛰었던 저메인 제나스(Jermain Jenas)는 자신의 이름을 지나스로 발음해달라고 한 바 있다. 한국에는 없는 발음의 경우 듣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인식하는 경우도 많다. 외래어 표기는 정답도 없고, 끝도 없다.
정답은 없지만 원칙은 있다. 최대한 많은 이들이 공감대를 이룰 수 있는 통일안을 통해 혼란을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국립국어원과 언론의 계속된 노력이 필요한 일이다. 국립국어원도 기존에 결정했던 표기법이 잘못된 경우 제보를 받거나 재차 심의를 통해 수정하는 경우가 있다. 가장 최근에 국립국어원 홈페이지에 표기원칙이 등록된 축구선수는 2014년 브라질월드컵에서 한국 대표팀이 만날 수 있는 벨기에 수비수 다니엘 판바위턴(Van Buyten, Daniel)이다. 반부이텐으로 많이 알려져온 선수다.
국립국어원 홈페이지(http://www.korean.go.kr/09_new/dic/rule/rule_foreign_index.jsp)를 비롯해 열린책들 편집 매뉴얼(http://www.korean.go.kr/09_new/index.jsp), 세계적인 발음 사이트 포르보(http://ko.forvo.com) 등은 최대한 정확하고 올바른 표기를 위해 도움이 되는 사이트다. 국립국어원의 경우 질의응답란을 통해 신속하게 궁금증을 해소해주는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글=한준 기자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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