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개의 이름] ① 카카-헐크-핏불, 애칭은 어떻게 정해지나?

[풋볼리스트] 사람의 이름은 오묘하다. 상품에 붙은 상품명과는 다르다. 옛 말에도 '아름다운 이름이 보배로운 기름보다 낫다'라고 하지 않았던가. '풋볼리스트'는 축구선수들의 이름에 대한 모든 것을 준비했다. 이름의 세계로 함께 날아가보자. 이 기사를 읽은 후에는 선수들이 다르게 보일 것이다. < 편집자 주 >
'외계인' 호나우지뉴가 '작은 호나우두'라는 뜻이고, 헐크가 만화 주인공 헐크를 닮아 그와 같은 애칭을 선수명으로 사용하는 것은 많은 축구팬들이 익히 알 것이다. 그러나 전 세계, 특히 브라질에서는 이 밖에도 너무도 많은 선수들이 톡톡 튀는 애칭을 사용한다. 눈에 띄는 몇몇 선수의 사연을 소개하고 애칭 생성 과정을 들여다본다.
바그네르 로베(Vagner Love/Vágner Silva De Souza)
로베(Love)는 영어로 '러브'라고 읽는다. 그렇다. 그의 등에는 '사랑'이라고 적혀있다. 축구장 위에서 왠 사랑 타령이냐고? 로베에겐 나름대로의 사연이 있다. 유스 시절 중요 대회를 하루 앞두고 숙소로 여성을 불러 들인 것이 발각된 뒤, '사랑이 넘치는 공격수'라고 불리기 시작했다. 러브라는 이름으로 브라질 국가대표까지 지냈으니 이만하면 잘 풀린 케이스.
킴(QUIM/Joaquim Manuel Sampaio da Silva)
포르투갈 출신의 골키퍼 킴은 유년 시절 고민에 빠졌다. 프로 선수가 되면 어떤 이름을 등에 달고 뛰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었다. 그때 그는 자신의 이름 '호아킴'에서 킴만을 빼내기로 결심했다. 여기까진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킴의 뜻을 알면 얘기가 달라진다. 킴은 여성의 성기를 뜻하는 단어다.중요한 점은 킴이 킴의 뜻을 알고 썼다는 것이다.
카카(Kaka/Ricardo Izecson dos Santos Leite)
모든 걸 갖춘 자에게 붙여지는 '엄친아(엄마 친구 아들)' 카카는 애칭의 유래도 나무랄 데가 없다. 그는 과거 나이 어린 자신의 남동생이 자신의 이름을 발음하기 어려워하는 걸 알고 '카카'로 별명을 지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당시 지었던 애칭을 사용하고 있다. 'Caca' 대신 'Kaka'를 택한 이유는 브라질에선 'Caca'가 마약, 변 등을 대변하는 단어이기 때문이다.
핏불(Pitbull/Cláudio Mejolaro)
가장 특이한 이름을 지닌 선수 중 한 명이다. 우리 말로 치면 '투견(Pitbull)'을 자신의 닉네임으로 정한 셈이다. 개리 메델과 같이 별명이 투견인 선수는 봤어도 자신의 이름을 그렇게 정한 선수는 생전 처음보는 축구팬이 많을 것 같다. 하지만 그의 헤어스타일 변천사를 본다면 왜 그런 이름을 정했는지 어림 짐작은 가능하다.
이번에는 경향 분석이다. 발음하기도, 받아적기도 어려운 브라질 선수들의 이름이 어떻게 정해지는 지 간략하게 알아보도록 하겠다.
첫 번째는 그리스, 로마 시대에 영향을 받은 이름들이다. QPR에서 '탈출'하지 못해 국내 축구팬들까지 마음 아프게 하고 있는 브라질 골키퍼 훌리우 세자르를 비롯 에르메스, 소크라티스, 아도니스, 마르코 아우렐리우, 시세로 등은 이 문화들에 영향을 받았다고 볼 수 있다.
두 번째는 줄임말을 사용하는 선수들이다. 필자 이름으로 치면 '윤진만'을 '유진', '진마'와 같이 조금 더 부르기 쉽게 바꾸는 것이다. 에두아르두, 안드리 등은 데데, 두두, 도도 등으로 바뀌고 호세는 제(Ze)로 바뀐다. 제 호베르토도 그런 케이스다.
세 번째는 출생 도시명을 이름에 붙이는 경우다. 예컨대 주니뉴 파울리스타는 상파울루, 미네이루는 미나스제라이스, 호나우지뉴 가우쇼는 리오그란데두술, 주니뉴 페르남부카부는 페르남부코, 두두 쎄아렌서 등이다.
이 밖에 각각 간수와 알렉상드르 파투는 생김새 때문에 거위와 오리라는 별명이 달렸다. 브라질 전 국가대표팀 감독 둥가는 디즈니사에서 제작한 백설공주와 일곱 난장이 중 난장이의 도피(멍청이)와 닮은 꼴이라며 둥가로 이미지를 굳혔다.
글=윤진만 기자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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