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도를 모르는 시리즈의 이상향 무쌍오로치2 얼티메이트
말리는 사람이 없으면 인기 게임 시리즈는 어디까지 달려가는가. 최근 무쌍 시리즈의 행보는 이 질문을 몸소 실천하려고 안달 난 모양새이다. 삼국지로 무쌍, 전국시대로 무쌍에 이어, 이제는 건담으로 무쌍, 해적으로 무쌍, 그리스 로마 신화로 무쌍, 무쌍끼리 엮어서 무쌍 등 사방팔방 안 끼는 곳이 없으니 말이다. 이렇게 시리즈 전개가 무차별 확산중이다보니 PS3로 발매했던 무쌍오로치2는 전작의 모든 콘텐츠에 게임모드 추가나 추가 캐릭터, 이에 따른 서브 시나리오까지 곁들여서 무쌍오로치2 스페셜이란 이름을 달고 PSP로, 무쌍오로치2 하이퍼란 이름으로 Wii에 등장하더니, 이젠 얼티메이트 딱지가 붙어 다시 PS3용으로 귀향하는 웃지 못 할 상황까지 봐야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PS3용 무쌍오로치2로 시작했던 게이머 입장에서 아무렇지도 않거나 좋은 감흥만 있다면 그건 해탈한 성인군자이거나 애정이 식을 대로 식어서 일 것이다.

어쨌든 무쌍오로치2 얼티메이트(이하 무오2U)도 일단은 확장판이라 전작들의 캐릭터, 시나리오, 시스템은 전부 쓸어왔고 스페셜, 하이퍼에도 없던 추가 내용들을 잔뜩 끌어 모았다. 덕분에 새 캐릭터 추가, 전작에서 안 다룬 전후 새 스토리, 성장 제한 해제, 단점으로 지목 받던 타입 격차의 해소, 팀 포메이션 활용도 상향, 속성 추가 및 아이템 부여 설정의 자유도 증가 등 좋아진 점만 열거해도 무궁무진. 문제는 이걸 하나씩 거론하기엔 너무 식상하다.
무쌍 시리즈가 후속작 내놓으면서 헛발질 하거나 방향 잘못 잡은 적이 손가락에 꼽는데 새삼스럽게 장점만 가지고 떠들려면 무안하기만 하다. 게다가 제작진들도 거듭된 기종 이사와 우려먹기 속에서 믿을 것이라고는 이것 밖에 없단 점을 잘 아는지라 공식 홈페이지나 각종 소개 지면에서 개선점을 알리지 못 해 안달 난 상황. 그렇다고 이 지면에서 새 캐릭터들 소개하며 아틀리에 시리즈서 혼자 딴 게임 찍는다는 소리 듣다가 진짜 딴 게임 와서 평생숙원 푼 스테르크, 원작 재현을 위해 한 몸 아끼지 않는 어머님 소피티아 얘기를 적는다든가, 유독 다른 타입들에 치이던 테크닉 타입이 새 아이템 천뇌우의 쓰고 차지 공격 중 스탭 사용해서 개천에 용 났다는 식의 공략에서나 적을 법한 이야기로 채우는 것도 적절하지 못 하다. 그런고로 무오2U는 전작의 방향성이 여전히 좋다면, 쓰고 싶은 캐릭터가 산더미처럼 쌓인 3D 필드 액션 게임을 하고 싶다면 그냥 사서 하라는 추천작이란 결론 밖에 적을 게 없다.

그런데 사실 무쌍오로치 시리즈도 약점은 명백하다. 막말로 하나의 필드에서 3~5명 캐릭터 돌려쓰기, 잡다 캐릭터가 총출동한다는 점을 제외하면 언제나 무쌍 일변도인 시리즈 작품들 중에서 존재의의가 없는 거나 마찬가지다(물론 이 점이 가장 매력적인 시리즈라 이것만으로도 시리즈 연계가 이어지고 있다). 그래서 잡다한 캐릭터도 캐릭터 돌려쓰기도 끌리지 않는다면 무쌍오로치 시리즈를 붙잡을 이유가 없었는데, 무오2U에 와선 사정이 좀 많이 바뀌었다. 새로 등장한 언리미디트 모드의 등장 때문이다.
진행 방식 자체는 간단하다. 적장과 적병이 주기적으로 공급되는 1시간짜리 랜덤 맵에 조작 무장 5명으로 짠 팀이 진입하여 필드의 장판처럼 깔린 여러 용혈 중 딱 1개 존재하는 탈출 용혈을 찾아 빠져나오는 것. 여기서 전투를 자주 벌이거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올라가는 독기 레벨에 적장들이 강해지고 5분마다 이계의 강자 등장, 필드의 상자를 열거나 용혈을 개방하여 발생하는 효과들이 변수로 작용하는 정도가 변수의 전부. 더 줄이면 여타 MMORPG에 등장하는 인스턴스 던전과 매우 흡사하다. 플레이 목적조차 1주차 클리어를 통한 새 캐릭터 혼돈의 개방을 제외하면 더 빠른 레벨업, 더 좋은 아이템 조달, 더 많은 전투처럼 대부분 일치하고.

이러한 사전 정보를 듣거나 연습 스테이지를 거친 직후라면 이걸 왜 무쌍 시리즈에서 해야 하나 의아하기 딱 좋다. 뭔가 스테이지는 많은데 클리어 방법이 용혈이라 부르는 바닥의 푸른 장판에서 가드 버튼 누르기를 반복하여 출구 찾는 것뿐이라 싸우고 또 싸워야 하는 게임 방향성과 동떨어지다보니 지겨울 뿐이고, 그나마 1~3회차에서는 선택할 수 있는 스테이지가 정해져 있어 성취감을 느끼기 쉽지 않다.
또 조작무장 1명과 비조작무장 4명이 전부 필드에 나와 진형에 따라 활동한다는데 그래봤자 간접지휘라 나중에 조작 무장 바꿔서 천무 속성 쓰려고 놔둔 무쌍 게이지를 맘대로 써버리질 않나, 독기 레벨이 높을 땐 먼저 쓰러지기 일쑤라(시간이 지나면 다시 부활한다지만 그 사이에 조작무장을 포함해 팀 무장이 전원 쓰러지면 예외 없이 패배다) 게이머 바람대로 관리하기는 거의 불가능. 스토리모드의 기존 플레이와 비교했을 때 불만이 생기기 쉽다.

하지만 조작 캐릭터가 들어나고 언리미디트 모드에 익숙해지면서 진형 활용으로 탈출 용혈을 쉽게 찾거나, 조작 무장들이 독기 레벨 70 이상 버틸 수 있기 시작하면 생각이 점차 바뀐다. 무쌍오로치2도 한 무더기 자랑하면서 한 스테이지에서 2천, 3천명을 잡을 수 있었지만 무오2U 언리미디트 모드처럼 한 맵에서 5천명 잡기를 할 수 있는 작품이 있었나? 최고 공격력 무기가 99+@였던 적이 있었나?(무오2U의 스토리 모드, 프리 모드에서 조건 달성으로 100% 획득할 수 있는 선계 무기만 봐도 진 오로치 등의 오버 파워 캐릭터들의 무기가 80대이고 혼돈조차 90이다) 전생옥으로 민첩성 180찍고 5명 팀원을 전원 타입 강화로 꾸려 조작 무장이 적토마나 마츠카제보다 20%이상 빠르게 이동하는 걸 다른 시리즈 작품에서 시도할 수 있나?

이것은 무쌍 시리즈를 즐기는 여러 가지 방법 중 하나인 캐릭터 육성이 정도를 모르고 저 멀리 가버렸다는 걸 의미한다. 정도를 모른다고 적었지만 부정적인 뜻은 전혀 없다. 대한민국에서 국민게임 소리 듣는 디아블로 시리즈를 보자. 스토리를 즐기는 게이머도, 여러 캐릭터로 핵 & 슬래쉬를 즐기던 게이머도 있었지만 결국 끝까지 게임을 붙잡은 건 정도를, 한계를 모르고 끊임없이 자신의 캐릭터를 최강을 증명하기 위해 혈안이 된 게이머들이었다. 취향의 선호도에 차이가 있을지언정 조작 캐릭터가 최강임을 증명하는 재미와 그 플레이는 이미 보편화된지 오래다. 무오2U의 언리미디트 모드는 바로 이걸 게이머에게 선보인 것이다. 한 번 보고 대부분 넘겨버리는 스토리, 무쌍 시리즈와 안 어울리는 듀얼모드, PS3 조작 체계의 한계로 너무 번거로운 맵 에디트, 다 필요 없으면 이것만으로 플레이 시간 100시간 돌파 시켜보라고 말이다.

적들의 압도적인 물량을 뚫으면서 경험치와 아이템을 모으다 보면 스토리모드, 프리 모드의 어지간한 맵보다 훨씬 빠르고 쉽게 144명에 이르는 조작 무장을 육성할 수 있다. 무장 스킬과 무기 숙련도 역시 쉬워지고 무기 연금과 속성연금으로 바라는 속성을 무기에 바로 부여해서 확률에만 매달리며 무기 습득에 매달릴 필요가 없다. 게다가 할 수 있는, 해야 할 일들은 더 많아졌는데 상대적으로 편해지니까 체감시간이 줄어드는 장점 아닌 장점까지. 무쌍을 가지고 완전히 아이템 파밍 뛰는 게임으로 바꿔버렸다.
그동안 시리즈 작품마다 게이머들이 자체적으로 연구한 효율 좋은 맵이나 노가다 방법이 개발되긴 했지만, 이렇게 시스템에서 본격적으로 부추기고 또 그만큼 효율 높은 적은 이번이 사실상 최초. 정도를 모르고 막 지른 끝에 탄생한 무쌍 시리즈의 새 지향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른 무쌍 시리즈에게 전수까진 바라지 않으니 무쌍오로치 시리즈에서만이라도 이 지향점이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물론 본격적인 아이템파밍, 캐릭터 육성을 목표로 한 게임과 비교했을 땐 못 미덥긴 하다. 애초에 몰려드는 적들을 마구 때려잡는 게임으로 시작하다 각종 절충안과 정도 없는 내지르기로 도달한 경지와 처음부터 각 잡고 달려가서 도달한 경지가 같을 리가. 앞서 적은 언리미디트 장점의 단점부터 제 아무리 한계에 근접한 육성 캐릭터도 조작 실수 한 방에 패배 당할 수 있는 위험성, 플래티넘 트로피 따지 말라고 내놓은 건지 의심스러운 일부 의뢰들의 달성 조건, 상향평준화의 혜택을 못 받은 일부 조작 캐릭터들의 입지 축소 등 밸런스나 세부 계획에서 모자란 부분이 많다는 건 부정할 수 없다(특히 용혈 개방 방법은 반드시 바꿔야. 때려야 재미있는 게임에 방어로 장판에 알박기나 해야 한다니).

그래도 어떻게든 이런저런 시도로 활로를 뚫으려 하는 점, 그리고 그 시도가 계승으로 이어지든 반면교사로 남든 무쌍이란 브랜드에게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무쌍 시리즈 그리고 무쌍오로치2U는 역시 그만 둘 수가 없다. 다음은 무엇인가 궁금하게 만들고 지금까지 시리즈 행보마다 기특하단 생각마저 들 정도인데 어떻게 외면할까. 까지 적고 보니 아! 또 이렇게 또 무쌍 칭찬으로 끝나려고 한다. 하지만 이건 필자의 능력 부족이 아니라 게임을 이렇게 만든 제작진이 나쁘다. 무쌍오로치2 플래티넘 트로피를 따고 나니까 스페셜, 하이퍼 달고 나오는 걸 강 건너 불구경 하듯 얼빠지게 만들고는 뻔뻔하게 무오2U로 돌아와서 언리미디트 모드 같은 걸 넣으니까 이런 거다. 그러니 추가 콘텐츠 같은 편법이 아닌 무쌍오로치2의 정식 후속편이 돌아와서 필자와 다시 한 번 정면승부를 요청하는 바이다.

글 / 게임동아 김원회 기자 < justin22@chollian.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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