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셋, 코리아]설문조사 | 한국은 살기 좋은 나라인가..한국인 60% "이민 생각해 본 적 있다"


앞으로 태어날 자녀에게 한국을 자신 있게 추천할 수 있을까. 매경이코노미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아니오'다.
매경이코노미가 베인앤컴퍼니·마크로밀엠브레인과 공동으로 전국 거주 2000명을 대상으로 10점 척도로 설문조사를 해봤다. '한국을 후대 자손에게 태어나도 좋은 나라로 추천하겠는가' 물었더니, 10점 만점에 평균 5.53점의 점수를 줬다. 한마디로 낙제점이다. 비유하자면 한국을 평가할 만한 10가지 항목 중 5가지만 후대에 추천하고, 나머지를 추천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응답자의 절반 가까이가 5~7점에 몰려 있다. 7점이라 답한 비율이 18.1%로 가장 높았고 5점(17.1%), 6점(16.7%)이 뒤를 이었다. 전혀 추천하지 않겠다는 답변은 전체 응답자의 3.7%였다.
0~6점이라 답한 응답자 즉, 한국을 살기 좋은 나라라고 자신 있게 말하지 못한 이들은 1242명으로 62.1%에 달했다. 한국을 만족스럽지도, 그렇다고 불만족스럽지도 않은 그저 그런 나라로 평가한 7~8점 응답자는 31.1%였다. 종합해보면 대체로 90% 이상 응답자가 한국을 살기 좋은 나라로 적극 추천하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이들이 한국을 살기 좋은 나라로 추천하지 않은 이유는 뭘까. 가장 큰 이유로는 갈수록 심해지는 빈익빈 부익부와 양극화 현상이 꼽혔다. 0~6점 응답자 1242명 중 14.2%가 이를 골랐다.
각종 비리에 휩싸인 국회의원, 정부 관료를 꼽은 이도 10.1%나 된다. 이어 경쟁 위주, 서열 위주의 사회 분위기(6%), 노력한 만큼 벌어들이지 못하는 소득(5.7%), 국민 의견 무시하는 독단적인 국정 운영(5.5%)순이다. 흉악범죄·성범죄 지속되는 불안한 치안(5.3%), 약자를 보호하지 못하는 불공정한 법체계(4.6%), 지나치게 높은 집값으로 내집마련이 어려운 현실(4.2%)이 뒤를 이었다.
연령대별 의견도 차이가 난다. 40대의 16.2%, 30대의 14.9%가 갈수록 심해지는 빈익빈 부익부·양극화 현상이 문제라고 응답해 20대(12.1%), 50대(13.2%)보다 더 높았다. 이에 비해 국민 의견 무시하는 독단적인 국정 운영을 택한 이들 연령대를 분석해 보니 20대(6.2%), 30대(6.5%) 비중이 40대(4.1%), 50대(5%)보다 높았다.
분야별로 보면 경제 분야에선 갈수록 심해지는 빈익빈 부익부, 양극화 현상이 27.1%를 차지해 가장 많은 선택을 받았다. 노력한 만큼 벌어들이지 못하는 소득(19.2%), 지나치게 높은 집값으로 내집마련이 어려운 현실(15.7%)이 다음 순위에 올라 벌어들인 소득으로 집을 마련하지 못해 고통 받는 이들이 적지 않다는 걸 보여줬다.
복지·사회 분야에서는 사회적 약자를 위한 지원 인프라가 미흡하다는 점이 21.9%로 순위가 가장 높았다. 취약계층 보호에 미흡한 사회보장제도(18%), 흉악범죄·성범죄 지속되는 불안한 치안(17.6%)이 그 뒤를 이었다.
교육 분야에서는 주입식 교육과 부실한 인성교육, 그리고 사교육 부담에 대한 지적이 많았다. 인성교육이 부족해 왕따·자살 문제가 속출한다는 점과 창조적이지 못한 획일적 주입식 교육을 지적하는 이들이 각각 19.5%를 차지해 공동 1위를 기록했다. 이에 못지않게 지나치게 부담이 큰 사교육(19%)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정치·사법 분야에서는 각종 비리에 휩싸인 국회의원, 정부 관료를 꼽은 이가 26.4%로 가장 많았고 약자를 보호하지 못하는 불공정한 법체계(19.7%), 국민 의견 무시하는 독단적인 국정 운영(18.2%)이 그 다음 순이다.
심지어 한국에 살기 싫어 해외 이주를 생각하는 이들도 전체 응답자의 절반이 넘었다. 한국이 가진 단점으로 다른 나라로 장기 이주하거나 이민을 할 생각이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서 전체 응답자 2000명 중 절반가량(48.1%)이 1년에 1~2번은 해외 이주를 생각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2~3달에 1~2번 해외 이주를 생각한다는 응답자는 7.1%, 매달 1~2회 혹은 그 이상 해외 이주를 고려하고 있다는 응답도 4.8%에 달했다. 전체 응답자의 60%가량이 해외 이민을 고려하고 있다는 결론이다.
장영근 베인앤컴퍼니 이사는 "50대 응답자의 3.4%, 20대의 10.8%가 2~3달에 1~2번은 해외 이주를 생각하고 있었다. 젊은 층일수록 해외 이민을 적극 고려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세계 10위권 경제대국 '자랑스럽다'
어떤 점을 개선해야 한국을 살기 좋은 나라로 추천할 수 있을까. 7~8점 응답자 즉 한국을 만족스럽지도, 그렇다고 불만족스럽지도 않은 그저 그런 나라로 평가한 622명 역시 0~6점 응답자들과 비슷한 의견을 내비쳤다.
7~8점 응답자 중 갈수록 심해지는 빈익빈 부익부·양극화 현상을 꼽은 이가 11.4%다. 불평등 없이 골고루 잘 사는 사회가 우리 시대 화두라는 의미다. 이어 각종 비리에 휩싸인 국회의원, 정부 관료(9.4%)가 2위다. 정부 관료나 국회의원에 대한 불신이 그만큼 심각함을 알 수 있다.
하지만 3위로 꼽힌 이유는 조금 달랐다. 0~6점 응답자들은 경쟁 위주, 서열 위주의 사회 분위기를 꼽았지만 반면 7~8점 응답자들이 3위로 꼽은 내용은 흉악범죄·성범죄가 지속되는 불안한 치안(6.8%)이다. 한국을 살기 좋은 나라로 추천하기 위해선 치안이 안정된 사회가 필수인 셈이다.
이어 인성교육이 부족해 왕따·자살 문제가 속출하는 현실(5.5%), 지나치게 높은 집값으로 내집마련이 어려운 현실(5%), 경쟁 위주, 서열 위주의 사회 분위기(4.5%), 노력한 만큼 벌어들이지 못하는 소득(4.3%)이 뒤를 이었다.
이번 설문조사에서 한국을 살기 좋은 나라로 추천한 응답자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이들은 주로 우리나라가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으로 성장했고 건강복지시스템이 탄탄하며 치안과 교통시스템이 비교적 잘 갖춰져 있다는 데 높은 점수를 줬다.
한국을 살기 좋은 나라로 꼽은 136명 중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으로 성장해 한국에 대한 자부심이 생겼다(10%)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병원에 가도 큰 비용 부담 없는 건강복지시스템(7.8%), 밤에도 안전하게 다닐 수 있는 치안(7.3%), 선진화된 지하철·버스 등 교통시스템(6.8%)에 대한 평가도 좋았다. 삼성전자 등 다양한 글로벌 기업을 보유한 국가라고 응답한 이들도 6.3%나 돼 전 세계에서 활약하는 한국 기업에 대한 신뢰도가 꽤 높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분야별로 보면 경제 분야에서는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으로 성장했기 때문(24.5%)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고 노력한 만큼 벌 수 있는 소득(22.2%), 열심히 일하면 최고의 자리까지 오를 수 있는 환경(16.6%)이 뒤를 이었다.
복지·사회 분야에서는 병원에 가도 큰 비용 부담 없는 건강복지시스템(21.5%)이 1위로 꼽혔다. 이어 국민연금, 기초노령연금 등 뛰어난 노후복지시스템(19.5%), 기초생활보장제 등 각종 사회보장제도(18.5%)가 뒤를 이었다.
설문조사 어떻게 했나
이번 설문조사는 리서치 전문업체 마크로밀엠브레인 도움을 받아 6월 17일부터 20일까지 전국 총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남성과 여성 비율은 각각 50%로 같고 20대, 30대, 40대, 50대 각각 500명씩 응답했다. 답변자 중 기혼자는 60.8%, 미혼자는 39.2%다.
설문 문항은 베인앤컴퍼니의 통계 기법인 순추천지수(NPS)를 바탕으로 만들었다. 순추천지수란 추천자 수에서 비추천자 수를 뺀 순추천자가 전체 응답자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뜻한다. 추천자는 한국을 앞으로 태어날 자녀나 자손에게 살기 좋은 나라로 추천할 의향이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10점 만점 또는 9점을 부여한 사람이다. 비추천자는 6점 이하로 응답한 사람이다. NPS가 0보다 낮으면 비추천 응답자가 추천 응답자보다 많다는 뜻이다. 이번 설문조사 결과를 베인앤컴퍼니 순추천지수로 표현하면 -26으로 비추천 응답자가 추천 응답자보다 훨씬 많았다. 이번 공동기획에서 베인앤컴퍼니의 이상훈 상무, 최정수 상무, 장영근 이사, 이혁진 파트너, 박혜진 차장이 참여했다.
[김경민 기자 kmkim@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714호(13.07.03~07.09 일자)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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