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포토그래퍼들이 '셀카'를 찍는다면?

2013. 6. 27.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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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남에게 향해 있던 뷰파인더 속으로 걸어 들어간 다섯 명의 '남자' 포토그래퍼들. 일상에서 자문하는 남자와 나와 그리고 셀프 포트레이트.

눈의 진실

눈빛만 보면 알 수 있는데, 심지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그게 진실인지 거짓인지조차. 비단 남자에 국한되는 건 아니고 사람이라면 눈이 답이다. 얼마 전 신구 세대가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실버톡'에 참여해 어르신들의 포트레이트 촬영할 때 눈빛으로 생을 이야기하는 남자들을 만났다. 은퇴한 국어 선생님, 군인이었던 그들이 생기를 전하고 이야기를 풀어 헤치는 부위 역시 눈이었다. 집착이라 할 수도 있겠지만 눈을 통한 눈, 내 감성의 독심술을 믿는 편이다. 독기 없는 독사 같은 내 눈과 같거나 혹은 달라도, 반짝반짝 빛나는 에너지가 좋아서 사람들을 만나면 자연스레 그 눈빛들을 채집하는 편이다. 닮고 싶기도, 언젠가 살아온 그날들을 반추하고 싶기도 해서. (장원석)

고전적 셀프 포트레이트

초상화. 고흐나 렘브란트 같이 전통적인 자화상을 포트레이트로 찍어 보면 재미있겠다고 생각했다. 장소는 목욕탕으로 선택했다. 얼굴이 드러난 컷은 아무래도 회화적인 재미가 없겠다 싶었다. 결과적으로 물과 물 안의 공기방울이 묘하게 어우러진 나의 모습은 탕 속의 수석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어쨌든 피사체는 나니까, 심지어 알몸의 나니까. 혼자 탕 속을 누비는 남자의 자아는 고독이다. 스스로 결정하고 혼자 인내하고 기꺼이 반성하고 자신을 갱신하는 고독의 남자. 고독은 외로움을 스포츠처럼 즐길 줄 아는, 멋이 있는 단어라 생각한다. (레스)

남자의 방, 방 안의 남자

1년 전 이사 온 집, 서울로 돌아와 혼자 사는 첫 방에 커튼도 달고 화분도 몇 개 샀다. 매일 눈을 뜨면 보이는 풍경. 하얀 커튼 사이로 이미 오래전에 죽어버린 화분에도 햇살이 스며든다. 왜 '셀프 포트레이트를 보내달라'는 요청을 받고 이 배경에 나를 두고 사진을 찍고 싶었는지 모르겠다. 애착이 가는 공간인 건가…. 모르겠다. 남자에 대한 생각, 골몰한 취지로 나를 표현한다는 건 억지스러울 가능성이 높다. 의식적으로 뭔가 보여주려고 계획하는 것도. 단지 나에겐 지금이 자연스럽다. (목정욱)

아빠 그리고 '딸바보'

사춘기처럼 가치관에 혼란이 온다. 크리에이터들과 작업에 대한 담론을 나누는 와중에도 문득문득 이질적인 감성이 돋는다. 이제 겨우 100일 된 아이와 나누는 정신적 교감이나 아빠로서의 역할에 충실할 때야 비로소 안도감이 든다. 딸이 생기고 바보가 됐다. '남자로 태어났다면 딸바보 한 번 돼봐야 하지 않냐'는 뿌듯한 자문을 진심으로 하게 된다. 50억 인구가 겪었거나 겪고 있거나 혹은 겪을 일에 극성맞게 대처할 의도는 애초부터 없었는데, 세상의 이치처럼 자연스럽게 그리 됐다. 오늘의 나는 겨우 목을 가누기 시작하는 100일 된 아이의 아빠다. (김보성)

보통의 테스트 컷

자신감 있는 남자가 멋있다고 생각했다. 가진 것, 생김새, 배움의 깊이에 관계 없이. 본디 남자다움이란 명치 끝에서 끓어오르는 열기가 아닌가. 그 온기를 재단하는 포인트, 깊이의 표준은 늘 당당하거나 솔직할 수 있는 자신감이 아닐까 생각했다. 결혼을 하고 아이가 생겼다. 작업의 확장으로 함께 거닐어야 하는 직원도 늘었다. 버라이어티하던 삶이 더 풍성해졌다. 활보하던 자신감이 자연스럽게 자가분열해 책임감을 낳았다. '열심히' '바르게'라는 단어도 떠올리게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미를 찾아야 한다는 세포에 각인된 과제는 예전과 같다. 보통의 테스트 컷 같은 보통의 나날들이다. 물론 매일매일의 베리에이션은 그때그때 다르다. 오늘의 테스트 컷 피사체를 어시스턴트가 아니라 나로 대체한 것처럼. (오중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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