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1997> 서인국의 번데기 그릇, 기억하십니까?

2012. 9. 10.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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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이현진 기자]

tvN 드라마 < 응답하라 1997 > 에서 '시원바라기' 윤윤제 역으로 출연했던 배우 서인국(26)은 Mnet < 슈퍼스타K1 > 에서 우승하며 가수로 먼저 데뷔했다. KBS 2TV < 해피선데이-남자의 자격 > 합창단을 통해 신원호 PD( < 응답하라 1997 > 연출자)와 연을 맺으면서 < 응답하라 1997 > 의 오디션 기회를 얻게 됐다.

ⓒ CJ E & M

분명히 < 응답하라 1997 > 을 모두 봤는데, 서인국이 말한 장면이 잘 기억나지 않았다. 이 드라마의 모든 촬영을 끝내고 만난 서인국은 우리가 봤으면서도 그냥 지나쳤을 장면들을 곱씹게 했다. 성시원(정은지 분)이 정신없이 퍼먹던 번데기의 그릇을 기울여주거나, 사발면을 먹으면서 건더기를 건져 건네주는 윤윤제(서인국 분)의 '깨알 같은' 사랑이 곳곳에 숨어 있었다.

윤제가 입맛이 까다로워서 그랬든, '도시락' 사발면의 백미인 동그란 건어묵을 시원에게 주고 싶었든 생각하기 나름이다. 중요한 건, 언젠가부터 연기를 하는 배우들도 대본에 쓰여 있지 않은 인물들의 마음을 표현해왔다는 것이다. 서인국은 "윤제가 알게 모르게 시원이를 챙긴다는 의도를 아는 순간부터 시키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애드리브를 하게 되더라"라고 말했다. 재밌는 건, 정은지도 그 '쿵짝'을 잘 맞추더란다.

종영 2회만을 남긴 tvN < 응답하라 1997 > 의 애청자들은 드라마가 준 숙제 풀기에 여념이 없다. 대체 성시원의 남편이 누구냐는 것! 유력한 이는 두 명. 윤태웅-윤윤제 형제다.

2012년 부산 광안고 동창회에서 1997년을 기점으로 과거를 회상하는 형식의 이 드라마는 시원을 오랫동안 좋아해온 두 남자를 꾸준히 비췄고, 졸업 후 6년 만에 재회한 시원과 윤제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것까지 그렸다. 정석대로 시원의 남편이 윤제라면, 너무 디테일해서 놓쳤던 윤제의 마음들을 '다시보기'로 챙겨 봐야할 것이다.

"윤제가 멋있는 이유는 자기가 멋있다는 걸 모르기 때문"

tvN 드라마 < 응답하라 1997 > 에서 윤윤제 역으로 출연한 서인국을 지난 7일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쉽 없는 촬영을 끝내고 얼굴이 반쪽이 된 서인국은 몸살과 비염으로 고생하고 있었다.

ⓒ 젤리피쉬엔터테인먼트

윤제의 명장면은 유정(신소율 분)에게 고백을 받은 뒤, 시원에게 "만나지 마까?"라고 세 번이나 의미심장하게 물었을 때다. 제작진에게도 이 장면은 필살기였던 듯, 윤윤제 역의 오디션 과제도 이 대사였다. 오디션 당시, 서인국은 윤제·성재·준희·학찬 등의 대사를 모두 읽었지만 "톤이 너무 낮다"는 지적을 받았다. 하지만 "만나지 마까"는 신원호 감독이 손가락으로 '딱!' 소리를 낼만큼 탁월하게 살려냈고, 오랜 연기 경력 없이도 남자 주인공 역을 꿰찼다.

처음에는 "윤제가 너무 멋있어서 안 하겠다"고 부담스러워했던 서인국은 촬영이 다 끝난 지금 "윤제가 멋있는 이유는 자기가 멋있는 줄 모르기 때문"이라고 되돌아봤다. 멋있는 사람이 그걸 알고 행동하는 것만큼 재수 없게 보이는 것도 없지 않느냐고.

"사실 윤제도 찌질할 때는 되게 찌질하잖아요. 특히 자다 일어났을 때는 저 스스로도 그렇게 못생겨 보일 수가 없어요. 친구들과 내기에 져서, 팬티 바람으로 여고 운동장에서 백덤블링을 하기도 하고요. 아마 윤제가 대놓고 멋있는 척을 했다면, '아름다운 방성재' 수준으로 보였을 거라고 생각해요.

지금 생각해보면 저도 여자 친구 앞에서 부끄러운 '허당짓' 많이 했거든요. 이벤트를 해주고 싶은데, 돈이 없어서 어설펐던 것들. 근데 남이 볼 땐 조금 찌질해 보여도 좋아하는 사람을 챙겨주는 모습들이 멋있는 것 같아요. 그런 모습들을 윤제의 행동에 넣어보기로 한 거죠."

▲ "만나지 마까?"

tvN < 응답하라 1997 > 에서 화제가 된 명장면. 유정에게 고백을 받은 윤제가 시원에게 "만나지 마까?"라고 간접적인 마음을 표현하고 있다.

ⓒ CJ E & M

이밖에도 < 응답하라 1997 > 작가진은 윤제-시원 커플만의 제스처를 원했다고 한다. 그러니까 시원이 윤제의 턱밑을 긁으면, 윤제가 시원을 얼굴을 손가락으로 긁어내리는 식이다. 특히 턱밑을 긁는 것은 실제 서인국의 별명이자, 극중 윤제의 별명인 '개새'(욕이 아니다. 개도 닮고 새도 닮았다는 뜻)에 맞게 둘이서 연구해낸 것이란다. 한번은 정은지의 얼굴을 너무 세게 긁어서 인조 속눈썹이 떨어진 적도 있다고. 그렇게 격한 연기 호흡 끝에,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하던 어색한 사이의 정은지는 서인국에게 절친한 '남동생'이 됐다.

"클럽보다는 선술집, 롤 모델은 '생활연기' 달인 성동일"

윤윤제와 성시원의 이면에는 강준희(호야 분)가 있었다. 동성인 윤제를 좋아하지만 전할 수도 없는 마음을 부여잡고 살다가, 결국 윤제와 시원이 서로의 감정을 확인할 수 있도록 도왔던 준희 말이다.

서인국은 "호야가 그 역할을 너무 잘 소화해서 묘하게 가슴이 아팠다"며 "대한민국 정서상 그런 코드를 드라마에서 담아냈다는 것에 놀랐다"고 말했다. 꼭 동성애에 대한 생각을 물은 것은 아니었지만, "보수적인 편인가"라는 질문에 "엄청나게"는 대답이 돌아왔다.

"저 되게 보수적이에요. 클럽, 시끄러운 곳 싫어해요. 저도 남자니까 남자들이 클럽에 왜 가는지 알거든요. 제가 생긴 게 이래서 그렇지(웃음). 남자들은 저보고 '여자 많게 생겼다'면서 '소개시켜 달라'고 하는데, 아는 여자가 있어야죠. 제 여자 친구도 클럽에 안 갔으면 좋겠어요. 미니스커트도 단 둘이 있을 때만 허락하는 걸로. 물론, 저도 그만큼 예의를 지키는 게 당연하고요.

잘 가는 술집이 있었는데, 갑자기 일렉트로닉 음악을 크게 틀어서 선술집으로 바꿨어요. 포장마차 가서 남자들끼리 술 먹는 것, 제일 좋아해요. '애늙은이' 같다는 말을 좀 듣죠. < 응답하라 1997 > 찍으면서 정말 좋았던 게, 성동일 선배님이랑 코드가 잘 맞았거든요. 포장마차에서 술 마시면서 연기에 대한 얘기도 나누고, 고창석 선배님이랑 연극배우 분들도 소개시켜주셨어요."

서인국

ⓒ 젤리피쉬엔터테인먼트

성동일은 서인국이 롤 모델이라고 할 정도로 따르는 선배라고 한다. 무엇보다 인물의 삶이 자연스럽게 묻어나는 '생활연기'를 본받고 싶다고. 서인국은 "성동일 선배님에게 '존경한다'고 하면 '난 너희를 보고 배운다'고 하신다"며 "선배, 배우를 떠나서 '이 남자는 진짜 멋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전했다.

그런 면에서 < 응답하라 1997 > 곳곳에 숨어 있는, 시원을 향한 윤제의 손길은 서인국이 그토록 바라던 생활연기의 시작인 셈이다. 대본에 없어도, 감독이 주문하지 않아도 시원에게 소중한 라면 건더기를 건져 줄 수 있는 윤제의 마음을 체득한 것이 이번 드라마를 통한 큰 획득이다.

* 인터뷰 2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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