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이버 중독에 빠지다]사이버 중독 4가지 유형..마약·도박 중독 못지않은 폐해

2012. 9. 10.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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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을 때려잡는 사이버 게임을 하다가 친구나 부모를 괴물로 착각해 상해를 입힌 청소년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김현오 인터넷중독예방상담센터 소장의 말이다. 사이버 중독자들은 현실 세계와 가상 세계를 구분하지 못해 다양한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이들은 크게 게임 중독형, 사이버 섹스-동영상 중독형, SNS 중독형, 스마트폰 중독형 등으로 구분된다. 최근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사이버 중독 유형의 현장에서 사이버 중독자들을 만났다.

게임과 현실 구분 못 하고 범죄 일으켜

게임 중독에 빠져 일탈 행동을 하는 학생은 부지기수다. 지난해 12월 대구에서 발생한 중학생 자살 사건이 대표적이다. 같은 반 친구에게 온라인 게임의 캐릭터를 키우도록 강요했으나, 이를 잘 따르지 않자 폭행과 협박을 했다. 피해 학생은 결국 자살을 택했다. 학교 폭력 담당인 이재홍 서울 강남교육지원청 장학사는 "청소년들이 온라인상에서 게임을 하면서 대화를 주고받는데, 대화의 질이 현격히 떨어진다. 거칠어진 언어를 현실에서도 쓰게 되면 서로 오해가 생길 수 있고 물리적인 폭력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게임 중독은 나아가 '묻지마 범죄'의 주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청소년들이 온라인 총싸움 게임에 몰입하다 보니 총을 쏴 사람을 죽이는 일도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온라인 게임에 중독된 이들이 현실과 가상 세계를 구분하지 못하고 범죄를 저지르는 것이다.

국내에서 게임 중독이 도박, 마약 중독과 같은 심각한 사회 병리 현상으로 떠오르자 해외에서도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미국 CNN은 8월 초 한국의 게임 중독 현상을 집중적으로 소개했다. 이 방송은 "인터넷 기반시설에 집중 투자해 세계에서 가장 빠른 네트워크를 만든 한국 정부가 최근 디지털 생활의 형벌이라 할 수 있는 인터넷, 게임 중독에 대해 대대적인 대책 마련에 나섰다"고 전했다.

게임 중독에 빠지는 사람들은 나이를 불문한다. 초등학생부터 중·고등학생까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게임을 하기 때문에 조절력이 떨어질 경우 게임 중독으로 이어질 수 있다. 지난 6월 서울시가 지난 3년간 21개 청소년 상담지원센터의 상담 내용을 분석한 결과 10대 청소년의 주된 고민은 게임 중독이었다. 최근 어머니 손에 이끌려 서울시 산하 상담센터를 찾은 중학교 2학년 A군(14)은 "눈을 감으면 게임 장면이 떠오르고 어디선가 소리가 들린다. 가슴이 두근거려 잠을 이룰 수가 없다"고 말했다. 상담 결과 그는 매일 밤 3~4시간씩 게임을 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박승민 숭실대 교수는 "게임이 일상생활에 영향을 미치면 더 이상 놀이가 아니다. 밤새 게임을 하게 되면 학교에 와서도 머릿속에 잔상처럼 게임 장면이 떠오르기 때문에 집중을 할 수가 없고 학업 성적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인간관계·가정 파탄으로 이어져

"매일같이 이제 그만하겠다고 다짐했지만, 도무지 유혹을 이길 수 없었습니다." 음란통신 등의 혐의로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에 구속된 B법무사의 뒤늦은 후회다. B씨는 서울에서 법대를 졸업하고 25년 동안 법원에서 공무원으로 근무했다. 그는 법원에서 근무한다는 자부심이 강해 술과 담배도 멀리하는 모범적인 가장이었다.

그랬던 그가 이 지경이 된 것의 발단은 음란 채팅이었다. B씨는 정년퇴직을 하면서 법무사 사무실 개소를 준비하다가 우연히 음란 채팅에 빠져들었다. 처음에는 서너 시간 정도 음란 사이트에 접속했지만, 중독되자 법무사 사무실 개소까지 미루고 음란 사이트를 전전했다. 음란 동영상에 빠진 B씨는 내친김에 본인이 직접 음란 사이트를 만들기로 결심했다. 돈도 벌고 음란물도 즐기자는 생각에서다. 음란 동영상에 중독된 그는 음란 사이트 51개를 운영하다가 경찰에 덜미가 잡혔다.

중견 IT 기업에 종사하는 C과장은 매일 밤 원나잇 스탠드(One Night Stand)를 즐긴다. 거의 매일 야근만 하다 20대와 30대 초반을 보낸 C씨는 결혼 적령기를 놓쳤다. 외롭게 독신 생활하던 C씨는 어느 날 가상으로 원나잇 스탠드를 즐길 수 있는 '레드 라이트 센터(Red Light Center)'라는 게임을 알게 됐다. 린든랩이 개발한 '세컨드 라이프'와 유사하게, 이 게임에 가입한 사람들은 본인의 캐릭터에 맞는 아바타를 설정할 수 있다. 아바타를 통해 C씨는 호텔이나 클럽 등에 방문해 춤을 추거나 공연을 관람했다.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은 이곳에서 마음에 드는 다른 아바타를 만나면 그 자리에서 즉석으로 가상섹스가 가능하다는 점이었다. C씨는 "가상섹스는 섹스의 체위나 남성 성기의 삽입 정도, 섹스 시간 등을 조절해서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강한 남자가 된 것 같은 느낌을 준다. 또한 상대방에게 변태로 취급받을까 봐 요구하지 못했던 행위를 당당하게 요구할 수 있어 실제 섹스보다 만족감이 더 크다"고 고백한다.

사이버 섹스-동영상형은 성적인 만족이나 흥분, 오르가슴을 위해 가상공간에서 성적인 행위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유형이다. 여기서 성적인 행위란 크게 세 가지다. 쌍방이 합의하에 SNS나 채팅방 등에서 성적인 대화를 하는 행위, 온라인에서 포르노그래피 사진이나 동영상을 감상하는 행위, 웹하드나 USB 등을 통해 포르노그래피 사진이나 동영상을 교환하는 행위 등이다.

문제는 이런 사이버 섹스-동영상에 중독되면 실제 생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이들은 일단 정서적으로 죄의식과 수치심 때문에 주변 사람들로부터 괴리를 느낀다. 본인의 문제를 다른 사람과 나누는 데 실패하고, 거짓말과 은폐를 반복하며 이중생활을 한다.

본인만의 문제에서 그치지 않는다. 이들의 이중생활은 사회적 관계 파괴, 가정 파탄 등으로 이어진다. 예를 들어 사이버 동영상에 중독된 사람들은 온라인에서 본 풍만한 유방이나 늘씬한 몸매 때문에 부부 관계에서 배우자에게 성적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사이버 섹스나 음란 동영상을 가족들이 발견할 경우, 자녀들도 음란물에 노출되거나 이혼 등 사회적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사이버 섹스 중독은 이미 심각한 사회 문제다. 심영희 한양대 사회학과 교수팀의 연구에 따르면, 10~30대 인터넷 사용자 7명 중 1명이 인터넷에 접속하는 이유로 '성적 흥분이나 만족에 대한 기대감'을 꼽았다. 또한 인터넷에 접속하면서 '온라인 섹스 파트너를 찾은 적이 있다'고 응답한 사람도 전체 응답자의 12%나 됐다. 김현오 소장은 "인터넷을 통해 대리만족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누구나 유혹에 빠질 수 있다. 처음에는 잠깐만 보자는 생각으로 음란 사이트에 접속하지만 한번 접속하면 자기통제가 쉽지 않다. 사이버 섹스-동영상 중독은 우울증, 대인관계 단절 등을 야기하고, 심각한 경우 불륜, 성폭행 등 범죄로 연결되기도 한다"고 경고했다.

섹스 다음으로 중독성 강해

직장인 D씨는 눈을 뜨자마자 스마트폰으로 페이스북에 친구들이 무슨 글을 올렸는지 확인한다. 꼼꼼히 읽어보고 댓글도 단다. 아침 날씨 상황은 트위터에다 올린다. 어제 새로 산 원액기 인증샷은 사진 SNS인 인스타그램에 올린다.

출근해서는 회사 PC로 친구들과 채팅한다. 채팅에 열을 올리다 상사에게 야단맞자 기분 더럽다며 트위터에 욕설을 한 무더기 토해놓는다. 오후엔 클럽에서 밤새 놀자고 트친(트위터 친구)에게 공지한다. 친구들도 SNS로 초대한다. 클럽 사진은 카카오스토리에 실시간으로 띄운다. 새벽에 집에 들어갔다 D씨는 경악한다. 도둑이 든 것. SNS로 최근 샀다면서 사진을 올렸던 명품백이며 금팔찌 등이 사라졌다. D씨는 경찰에 연락하기 전에 우선 트위터로 도둑맞은 사실을 알렸다.

SNS 중독자의 일상이다. 인터넷, 스마트폰 등 IT 인프라 발전과 더불어 언제 어디서나 SNS를 접할 수 있게 됐다. 앞서 소개한 대로 카카오톡, 네이버라인, 페이스북, 트위터 등 일반인도 두어 개 SNS는 기본으로 가입한 게 현실이다. 3월 출시한 카카오스토리는 5개월 만에 2500만명이 이용하고 있다.

문제는 SNS 가입자가 늘면 SNS 중독자도 덩달아 늘어난다는 점이다. 호프만 시카고대 경영대학원 교수팀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SNS 중독성은 섹스와 잠에 이어 세 번째로 강했다. 이상호 경성대 디지털콘텐츠학부 교수팀은 "통상 30분 이상 SNS에 몰입한다면 SNS 중독 초기현상"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이런 사람들은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게 현실이다.

이상호 교수는 "기술적 제약이 없어진 모바일 환경과 집단주의 성향이 강한 한국 사회에서 심리적 안식의 해법으로 활용되는 측면이 강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SNS 중독자가 많아지면 어떤 현상이 벌어질까. SNS 중독은 관계집착형 중독에 해당한다는 하지현 건국대병원 정신과 교수팀은 "대인관계의 중심이 가상세계에 있다 보니 현실세계에서 대인관계에 대한 불안감이 높다. 이럴 경우 현실과 혼동하고 좌절할 위험이 있다"고 분석했다. SNS에 너무 기대다 보면 건전한 의사소통 능력이 결여될 수 있다는 것이다. 얼마 전 카카오톡을 통해 집단 왕따를 경험한 여고생이 자살한 사건은 SNS상 언어폭력이 얼마나 파괴력이 있는지 보여주는 극단적 예로 분류된다.

이상호 교수는 "젊은 층들은 정제되지 않은 그들만의 은어와 욕설을 SNS에 무수히 남기곤 하는데, 이게 주변인 또는 여러 계층의 반목과 갈등의 불씨로 작용할 수도 있고, 결국 취업과 사회 적응에 실패하는 등의 부정적인 결과를 야기하기도 한다"라고 말했다.

반면 SNS 중독은 상대적으로 사회적 파장이 적다는 의견도 있다. 권정혜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는 사견임을 전제로 "SNS를 과도하게 사용해서 폐인이 됐다는 사례를 찾아볼 수 없다는 점에서 알코올 중독이나 인터넷 게임 중독과 같은 수준의 결과를 낳는다고 보지는 않는다"라고 말했다.

8초에 한 번씩 확인 안 하면 불안

서울 동대문구에 사는 E씨는 요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고등학교 2학년인 딸 F양이 하루 종일 스마트폰을 붙들고 살기 때문이다. 카카오톡으로 친구랑 대화를 하거나 가벼운 게임을 하는 식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도 혹시 친구한테 메시지가 올까봐 8초에 한 번씩 스마트폰을 확인할 정도다. 인터넷중독상담센터에서는 스마트폰 '확인 중독'이라고 진단한다.

F양은 스마트폰이 생긴 이후로 다른 어떤 것에도 집중할 수 없었다. 학교 성적은 반 7등에서 28등까지 떨어졌다. E씨는 F양이 스마트폰을 적당히 사용하지 않으면 스마트폰을 빼앗겠다고 경고했으나 F양은 달라지지 않았다. 스마트폰을 빼앗자 F양은 가출을 했다. 사흘 후 집으로 돌아온 F양은 "나는 스마트폰을 안 쓰면 행복할 수 없다"며 스마트폰을 돌려줄 때까지 묵비권을 행사했다. E씨는 "딸이 내성적인 성격인데 스마트폰을 쓸 때는 친구들과 과격한 대화를 하거나 혼자 깔깔대며 웃는 등 성격이 180도 달라진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경기도 수원에 사는 대학생 G씨는 스마트폰으로 위키피디아(사용자 참여 방식의 온라인 백과사전)에 하루에 수십 번씩 글을 올린다. 새로운 정보를 알게 되면 기존에 올린 정보를 수정하고 계속 업데이트한다. 혹시나 자신이 틀렸거나 모르는 정보가 더 있을까 봐 불안해서 쉴 새 없이 인터넷 검색을 한다. G씨는 "끊임없이 새로운 정보가 쏟아지기 때문에 그 사이 내가 뒤처지는 것이 아닐까 하는 불안감에 스마트폰으로 계속 인터넷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스마트폰 보급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위와 같이 스마트폰을 지나치게 자주 사용하는 '스마트폰 중독'이 새로운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우리나라의 스마트폰 확산 속도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2010년 10월 대중화의 분기점이 된다는 가입자 수 500만명을 돌파한 데 이어 최근 3000만명을 넘어섰다. 전 국민 5명 중 3명이 스마트폰을 갖고 다닌다는 말이다.

특히 청소년들의 스마트폰 보급률이 빠르게 높아졌다. 국내 이동통신 3사에 가입된 10대 이하 청소년들의 스마트폰 보급률은 지난해 말 6%에 불과했으나 올해 6월 말 35%가 넘을 정도로 폭발적인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내년 상반기에는 약 90%에 달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손 안에서 통신, 게임, 정보, 업무 등 모든 게 이뤄지다 보니 그 달콤한 재미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2011년 행정안전부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스마트폰 중독률이 성인은 7.9%, 청소년은 11.4%인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전문가들은 "어린이에게 스마트폰을 사 주는 것은 마약을 주는 것과 같다"고 경고한다.

고영삼 한국정보화진흥원 인터넷중독대응센터장도 "스마트폰은 언제 어디서나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인터넷이나 게임보다 중독의 위험도가 훨씬 더 높다. 그럼에도 그런 위험성에 대한 인식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박수호·문희철·김헌주·노승욱 기자 /일러스트 : 홍연택]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673호(12.09.05~09.11 일자)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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