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털' 가가와, 박지성과 비교불가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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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싱으로 예를 들었을 때, 둘은 체급 자체가 다르다. ⓒ 연합뉴스 |
[데일리안 스포츠 = 이충민 객원기자]프로복싱 전설 무하마드 알리와 조지 포먼, 마이크 타이슨의 공통점은 현역시절 '메인이벤트 주인공'이었다는 사실이다.
가장 무거운 체급에서 묵직한 펀치와 믿기 어려운 순발력으로 왕좌에 올랐다. 전 체급 타이틀전이 있는 날에도 대미를 장식했다. 흥미로운 점은 체급 구분이 없는 '구기 종목'에서도 대중의 눈을 모으는 슈퍼스타는 주로 건장하고 훤칠한 체형이라는 사실이다.
'배구여제' 김연경(192cm)을 비롯해 테니스 마리아 샤라포바(188cm), 핸드볼 윤경신(203cm), 야구 이대호(194cm) 등이 대표적인 예다. 모두 타고난 신체를 바탕으로 압도적인 위압감을 뿜어댄다.
축구는 레알 마드리드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186cm)를 비롯해 디디에 드록바, 마리오 발로텔리, 다보르 수케르, 얀 콜러, 차범근 등이 손꼽힌다. 모두 강골 체형에 목둘레가 굵고 어깨도 딱 벌어져 '갑옷 골격'을 지녔다는 평가다. 이들의 긴 보폭과 묵직함이 조화를 이룬 질주는 축구팬들에게 보는 맛 이상의 '생생한 박진감'을 전달하기에 충분하다.
물론 예외는 있다. 카를로스 테베즈(173cm)를 비롯해 리오넬 메시(169cm), 디에고 마라도나(165cm) 등은 작은 체구로도 축구계 정상의 위치에 섰다. 그러나 이들조차 '작은 거인'으로 불릴 만큼 차돌멩이 피지컬을 뽐낸다. 무게 중심이 낮아 좀처럼 몸싸움에서 밀리지 않는다는 평가다. 이처럼 박진감이 생명인 스포츠 세계에선 키가 크거나 혹은 묵직하거나 다부지거나 역동적이거나 무게중심이 낮은 이들이 시선을 끄는 경우가 많다.
박지성(31·QPR)은 메시와 호날두의 중간인 미들급(71kg~75kg) 체구다. 축구에서 미들급은 경량급과 헤비급 특징을 적당히 섞은 올라운드 플레이어로 주로 허리를 책임진다. 박지성은 메시의 날렵함과 호날두의 긴 리치를 준수하게 갖췄다는 평가다. 무게중심이 낮고, 하체 근력은 호날두에 버금가 유럽 거구들과의 어깨싸움에서 밀리지 않는다.
일본 축구팬들이 연일 입에 올리는 가가와 신지(23·맨유)와 박지성 비교가 적절하지 않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 마디로 체급이 달라 결과가 훤히 보이는 매치업(?)이다.
현재 가가와보다 2살 어렸던 지난 2002 한국 월드컵 당시 박지성은 천재 프로복서 로이 존스 주니어의 축구판 클론(?)이었다. 로이 존스는 미들급부터 시작해 슈퍼미들급, 라이트헤비급, 헤비급까지 4체급을 석권했다. 가볍지 않은 체형임에도 속사포 펀치에 묵직한 돌주먹까지 갖춘 무결점 권투선수다.
박지성도 로이 존스처럼 '잠재력의 한계치'를 알 수 없다. 타이슨의 핵주먹처럼 묵직한 한 방(챔피언스리그 첼시전 결승골)을 과시할 때도 있고, 초경량 마라토너 이봉주처럼 지치지 않는 지구력을 전후반 90분 동안 선보이기도 한다. 미들급 수준을 넘어선 박지성도 '전 체급'을 주무를만한 재능을 갖췄다. 그래서 축구종가 영국에선 박지성을 "저평가 받은 영웅"으로 비유했다.
반면, 가가와는 전형적인 경량급으로 박지성보다 가볍고, 잠재력 깊이도 얕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게다가 가가와 공식 프로필 키는 173cm지만 이는 축구화를 신고 잰 신장으로 의심받고 있다. 근거는 명확하다. 최근 일본 유명 쇼 프로그램 '스마스마-비스트로'에 출연했을 당시 진행자 나카이 마사히로(165cm)와 서있는 키가 비슷했던 까닭이다. 그래서 일본 팬들은 가가와 실제 키를 170cm 전후로 추측한다.
가가와(63kg)는 박지성(73kg)과 비교해 몸무게도 10kg이나 차이난다. 문제는 육중한 슈퍼헤비급 맹수들이 즐비한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이하 EPL)에서는 가가와의 단점이 더욱 부각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지난 3일(한국시간) 세인트 메리즈 스타디움서 열린 '2012-13 EPL' 3라운드 사우스햄튼과의 원정경기가 대표적인 예다. 가가와는 스치기만 해도 중심이 흐트러지거나 나뒹굴었다. 축구공에 뒤통수를 맞고 쓰러지기도 했고 라이트웰터급과 슈퍼헤비급의 말도 안 되는 대결을 보는 느낌을 줬다.
결국, 퍼거슨 감독의 맨유 사령탑 1000번째 역사적인 경기에서 가가와는 후반 15분 만에 교체 아웃됐다, 맨유는 가가와와 클레버리 대신 폴 스콜스와 루이스 나니를 중심으로 로빈 반 페르시의 해트트릭을 도와 극적인 3-2 역전승을 거뒀다.
EPL은 볼 간수가 안 되면 버티기 어려운 곳이다. 특히, 가가와는 살벌한 주도권 싸움이 펼쳐지는 미드필더에 위치해 있어 피지컬 약점은 시간이 지날수록 도드라질 수밖에 없다. 미풍에도 날아가는 '새털' 가가와와 박지성을 비교한다는 자체가 무리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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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객원기자-넷포터 지원하기 김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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