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3000만원 받던 20대女 "미혼모 되고.." 하소연
[중앙일보 서경호.류정화] 유민희(29·가명)씨는 26개월 된 아이와 둘이서 20만원짜리 월셋집에서 산다. 아이 낳기 전엔 정규직 비서로 일했지만 미혼모인 지금은 번듯한 일자리 찾기가 너무 어렵다. 영어 통·번역 아르바이트를 하지만 일거리가 들쑥날쑥해 늘 불안하다. "애 낳기 전엔 연봉 3000만원 받으며 회사 잘 다녔지만 지금은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취직하려고 하면 결혼했는지 꼭 묻는다. 애만 있다고 말하기 어렵다. 그게 제일 고민이다."
그를 더욱 힘들게 하는 건 주위에서 너무나 쉽게 '애 아빠'에 대한 질문을 해대는 것이다. 유씨는 "그런 질문을 하는 건 배려가 없기 때문"이라며 "가족의 다양성을 사람들이 알면 가족 얘기를 그렇게 쉽게 묻지는 못할 것"이라고 했다.
유씨가 하소연한 '가족의 다양성'에 대한 세간의 인식 부족이 한국의 초(超)저출산 현상을 부르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김영철 연구위원은 16일 발표한 '미혼율의 상승과 초저출산에 대한 대응방향' 보고서에서 동거와 혼외출산에 대한 한국 사회의 부정적인 인식이 바뀌어야 초저출산의 고비를 넘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국책 연구기관인 KDI가 상당히 도발적인 문제 제기를 한 셈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합계출산율(여자 1명이 가임기간인 15~49세에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은 1.23명으로 세계 최하위권이다. 한국뿐 아니라 홍콩·대만·싱가포르·일본 등 아시아 선진국들이 합계출산율 1.3명 이하인 초저출산의 늪에서 허우적대고 있다. 유교 전통이 강한 이들 국가는 결혼이 출산의 전제가 된다.
반면 유럽 주요국들은 좀 다르다. 여성의 학력 상승과 경제활동 증가로 결혼시기가 늦어진 건 아시아 선진국과 같다. 그러나 결혼 지연 현상이 출산율 급락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동거 확산 등 이성 간의 파트너십에 근본적인 변화가 생겼기 때문이다. 유럽 주요국 성인(25~45세)은 절반가량만 혼인생활을 하는 반면, 4분의 1은 혼자 거주하고 나머지 4분의 1은 동거 중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혼외출산율은 1980년에 11% 수준이었으나 2008년에는 35%를 넘어섰으며, 출산율이 1.7명이 넘는 서유럽과 북유럽 일대의 국가들은 혼외출산율의 비중이 40~60%에 이르고 있다.
동거와 혼외출산 등 '개방적 생활양식'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이 보고서의 주장에 대해 한국미혼모 지원네트워크 권희정 사무국장은 "한부모 가정에도 당당한 '시민권'을 보장해줘야 한다"며 "프랑스처럼 결혼하지 않고 아이 낳는 부부에게도 주택지원 등 법적인 보호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혼 임신 여성이 다니던 직장에서 그만두는 비율은 96%에 달하는데 이는 노동권 침해"라며 "비혼(非婚) 임신을 보호할 수 있도록 모자고용법이나 남녀고용평등법에 명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양현아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우리 사회가 동거나 혼외출산을 받아들이는 것은 저출산 대책을 넘어서 인권의 문제"라고 했다. 그는 "가족법에서 말하는 의무나 책임이 모두 결혼을 전제로 한다"며 "결혼 관계가 아니면 상속재산 분할 등에서 보장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손봉호 나눔국민운동본부 대표(고신대 석좌교수)는 "혼인제도는 약한 인간을 보완해주는 인류의 지혜인데 이를 너무 쉽게 무시하는 것 같다"며 "동거나 혼외출산을 인정하는 건 꼼수이고 보육을 쉽게 하는 등 정상적인 방법을 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경호·류정화 기자 < praxisjoongan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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