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사 최악의 작품? <카2>를 위한 변명

2011. 7. 15.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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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이현진 기자]

존 라세터는 디즈니의 애니메이터 출신으로 지금의 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를 만든 창립 멤버 중 한 사람이다. 픽사 작품 중에는 < 벅스 라이프 > < 토이 스토리 > < 토이 스토리2 > , 그리고 < 카 > 시리즈를 연출했다.

ⓒ Disney/Pixar

"내 몸 혈관 한 쪽에는 디즈니의 피가 흐르고, 다른 한 쪽에는 자동차 오일이 흐른다."(존 라세터) 자동차 딜러였던 아버지 덕분에 어릴 적부터 차와 가깝게 지냈던 자동차 마니아 존 라세터 감독에게 < 카 > 는 오랜 숙명과도 같은 작업이었을 것이다. 1998년부터 자동차를 소재로 한 애니메이션을 만들고자 했던 존 라세터가 오랜 기간의 기획단계를 거쳐 2006년에야 < 카 > 를 완성하게 된 것에서도 '차덕후'로서 남다른 애정의 깊이가 느껴진다.

2006년 작 < 카 > 는 스피드를 미덕으로 삼는 레이싱카를 주인공으로 내세우면서 느리게 사는 미학에 대한 메시지를 녹인 작품이었다. 최첨단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애니메이션을 만들면서도 픽사가 항상 작품 기저에 깔고 있었던 것은 시간이 지나면 사라져버릴 것들을 돌아보는 여유였다.

더 이상 장난감을 갖고 놀지 않는 나이가 되거나( < 토이 스토리 > ), 기술의 발전으로 쓸모없어지거나( < 월E > ), 낡고 병들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한물간 스타( < 카 > ) 등등. 악당에 의한 강탈보다 빠른 세월의 흐름 속에 어쩔 수 없이 소중한 기억과 감정을 잊어버리게 됐을 때의 상실감은 픽사 작품을 이끄는 큰 동력이 되곤 했다.

하지만 < 카 > 는 존 라세터가 들인 애정에 비해 눈에 띄는 반향을 일으키지는 못했다. 미국 내에서의 주말 흥행 수익 면에서도 2006년까지 픽사가 항상 전작의 흥행 기록을 경신했던 역사를 잇지 못하고 작은 오점을 남겼다. 그리고 5년 후 야심차게 내놓은 < 카2 > 는 이보다 한술 더 떠, 개봉 전부터 '픽사 최악의 영화'라는 절망의 타이틀이 나붙었다. 미국의 영화관련 웹 사이트 '로튼 토마토' 지수는 35%. 주로 90% 이상을 기록했던 픽사 작품을 생각하면 창피할 정도다.

픽사 답지 않은 이유, 교훈보다 오락?

< 카2 > 는 전편에서 주인공 라이트닝 맥퀸의 친구로 등장했던 녹슨 견인차 '메이터'를 전면에 내세우고, 교훈보다는 첩보 액션과 오락성에 치중했다.

ⓒ Disney/Pixar

전편이 스피드와 느림의 미학이 담긴 메시지 간 충돌로 다소 처졌던 것 때문인지 21일 개봉하는 < 카2 > 는 첩보액션을 내세운 오락에 치중했다. 영화는 친환경 대체연료 '알리놀'의 등장 뒤에 가려진 음모와 이를 밝혀내기 위한 첩보전을 그리고 있다.

볼거리는 풍성하다. 총 3대의 레이싱카가 출전했던 경기 < 카 > 에 비할 수 없는 세계 그랑프리의 규모, 등장하는 자동차의 다양하고 화려한 디자인, 철학적인 메시지에 발목을 잡히지 않아도 되는 날렵한 스피드도 돋보인다. 특히 첩보작전을 주도하는 새로운 캐릭터 핀 맥미사일과 악당들이 쫓고 쫓기는 초반 추격전은 애니메이션이라 가능한 타이밍 덕분에 쾌속감이 잘 살았다.

크게 달라진 것은 견인차 캐릭터인 메이터가 이끄는 주객 전도된 구조다. 휘황찬란한 최신 레이싱카 가운데 녹슨 견인차 메이터가 위장 첩보원으로 오인 받아 사건에 휘말리게 된 것. 전편에서 주인공 라이트닝 맥퀸의 주책없는 친구로 등장했던 메이터는 < 카2 > 의 후반까지도 어수룩한 모습으로 헤매면서 잔재미를 담당하지만, 결국에는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주인공이 된다.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것처럼 보였던 메이터에게 반전의 열쇠를 쥐여준 것은 결국 특출난 한 사람의 능력이 아닌 각자 잘할 수 있는 특기를 부여해 여럿의 합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을 즐겨온 픽사의 익숙한 그림으로 보인다. 다만 이 때문에 원래 주인공 라이트닝 맥퀸은 존재의 이유가 미미해졌다.

픽사 작품은 항상 박스오피스를 떠나 자신들의 작품 내에서 우열과 순위가 매겨지곤 한다. 픽사가 오랜 세월 견고하게 쌓아온 메시지가 있고, 이제 그것이 전통이라 할 만한 것이 됐기 때문이다. 1995년 < 토이 스토리 > 때부터 20년 가까이 평단이나 관객몰이에서나 이 신뢰가 무너진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런 점에서 < 카2 > 는 이 전통을 깨는 생뚱맞은 작품으로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태생적인 딜레마를 지우지 않고 독자적인 작품으로 평가한다면 < 카2 > 는 존 라세터의 자동차에 대한 애정과 첩보물에 대한 로망이 유감없이 담긴, 잘 만든 3D 애니메이션이다. 존 라세터처럼 자동차에 푹 빠져 있던 시절이 존재하는 관객이라면 이 영화의 쾌속감과 오락성만으로도 만족할 수 있을 것이다. 7월 21일 개봉. 전체관람가.

장난감 친구들과의 재회 < 토이 스토리-하와이 여행 >

< 카2 > 시작 전 < 토이 스토리 - 하와이 여행 > 이라는 단편을 만날 수 있다. 하와이 여행을 가고 싶은 바비와 켄을 위해 장난감 친구들이 집을 하와이처럼 꾸며준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 Disney/Pixar

< 카2 > 를 관람하러 가서 건지는 의외의 수확은 단편 < 토이 스토리-하와이 여행 > 이다. 지난해 입체 안경에 습기가 찰 정도로 큰 감동을 선사했던 < 토이 스토리3 > 이후 영영 못 볼 것 같았던 장난감 친구들을 단편으로나마 재회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 토이 스토리-하와이 여행 > 은 바비와 그의 남자친구 켄이 꿈꾸던 하와이 여행이 좌절되자 친구들이 집안에서 하와이를 만끽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이야기. < 토이 스토리3 > 에서 첫 등장했던 켄의 독특한 캐릭터를 기억하고 있다면, 그가 주인공이나 다름없는 이 단편 또한 기대해도 좋다.

사실 켄은 잊기 어려운 캐릭터다. 웬만해서는 소화하기 어렵다는 파란색 호피 셔츠에 하늘색 스카프와 황금색 벨트를 과감하게 매치시키며 패션에 민감했던 세심한 남자가 아니었던가. 그런 그가 친구들이 꾸며준 하와이에서 사랑하는 바비와의 첫 키스를 꿈꾸는 모습이 잔재미를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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