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은 맨발이다①] 군생활 중 외도로 궁지 몰린 나훈아 구해줘

[일간스포츠 장상용]

나훈아는 1976년 김지미와 결혼해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 부부 시절 김지미가 한 공연장에서 나훈아의 넥타이를 바로잡아주고 있다. IS 포토

수많은 별이 뜨고 스러졌다. 50년 영화 인생을 돌아볼 때 기억에 남는 대상은 나를 스쳐간 사람들이다.

그 중에서도 가수 나훈아(본명 최홍기)와의 인연은 특별하다. 지금은 나훈아가 대단한 가수의 반열에 올라있지만 내 머리 속에는 시커멓고 여드름 투성이로 대게 껍데기 뒤집어놓은 것 같은 신인 가수 나훈아의 얼굴이 선하다.

1969년 무렵 서울 시민회관(구 세종문화회관)에서 '10대 가수쇼'가 열렸다. 그 해 최고의 가수들만 초대되는 무대였는데 흥행을 위해 반드시 신성일의 이름을 내걸었다. 당시 나는 한 해 400만원의 세금(연예계 최고액)을 낼 정도로 최고 톱스타 자리에 있었고, 풋내기 신인인 나훈아는 '사랑은 눈물의 씨앗'으로 인기를 모으며 신인가수상을 받아 그 무대에 합류한 것이었다.

대기실에 앉아 있는데 나훈아가 쭈볏거리며 들어왔다. 어린 녀석인데 얼굴이 굉장히 못 생겼다고 생각했다. 나훈아로선 내 근처에도 오기 힘든 처지였다. 연예계 족보로 따져도 한참이나 차이가 나는데다 내가 건방진 후배는 손을 봐준다는 소문을 들었기 때문이었을 거다. 이 녀석을 살짝 놀려도 재미있을 것 같았다.

"훈아, 너 여드름 고치는 방법을 알려줄까?"

그 녀석은 장님 눈 번쩍 뜨듯 큰 관심을 보였다.

"나이 먹은 여자와 연애해봐."

"정말입니까?"

나훈아는 그 말에 흐뭇한 표정을 지으며 사라졌다. 우리가 다시 만난 건 정확히 1년 후 같은 무대에서였다. 나훈아는 이번에는 실제로 '10대 가수쇼'의 멤버로 선발돼 나타났다. 대기실에서 보니 1년 만에 얼굴이 깨끗해진 것을 알 수 있었다. 나는 살짝 놀랐다.

"야, 훈아. 얼굴 깨끗해졌다."

그는 굉장히 만족스러운 얼굴로 이렇게 말했다. "선생님 말씀대로 했더니 깨끗해졌습니다."

나는 그 말을 듣고 엄청 웃었다. 부산 출신인 나훈아는 경상도 남자답게 솔직한 기질을 갖고 있었다. 대기실에 있던 다른 가수들도 무슨 뜻인지 알아듣고 뒤집어졌다.

얼마 후 위기에 몰린 나훈아를 구해준 사연도 있다. 그는 1973년 무렵 배우 고은아의 사촌인 이모씨와 결혼한 상태로 공군에 입대했다. 이모씨는 군 생활 중인 나훈아가 김지미·가수 J와도 외도를 하고 있다는 투서를 공군 방첩대(OSI)에 넣었고, 이 사건은 공군 수뇌부까지 보고돼 내부에서 문제화됐다. 심지어 가수 J의 집을 덮쳤을 땐 나훈아는 없고 군화만 남아있었다고 한다.

그 때 나훈아는 현미를 앞세워 우리집을 두 번이나 찾아왔다. 나와 집사람(엄앵란)이 주영복 공군참모총장과 막역한 사이라는 걸 알고 사건을 무마해 달라고 온 것이었다. 내 형님이 공군 소장을 지냈기 때문에 우리는 '공군 패밀리'로 통했다. 그는 집사람에게 엄청나게 사정을 해댔고, 집사람은 "나훈아를 꼭 구해주어야겠다"며 나와 주 총장을 설득했다. 결국 주 총장은 집사람 앞에서 "이 문제는 사생활이니 군이 관련할 것 없다"며 투서를 찢어버렸다. 만약 군 내부에서 처벌이 결정됐더라면 나훈아의 인생이 또 어떻게 바뀌었을지 모르는 일이다.

그는 사건이 해결된 후 나를 찾아와 인사했다. 나는 "정릉 문제(김지미와의 관계)는 끝난 거냐"고 물었는데 그는 그렇다고 했다. 당시 김지미는 정릉에 살고 있었다. 그러나 얼마 후 나훈아와 김지미의 결혼이 발표됐다. 나로선 씁쓸한 기분이었다. 어찌되었든 우리 부부가 나훈아와 김지미 커플의 탄생을 도운 셈이었다.

정리=장상용 기자 [enisei@joongang.co.kr]

▶ '찍히는 줄 몰랐나?' 모델의 과감행동 '깜짝'

▶ 진운 "노홍철 남자 좋아해, 연예계서 유명.."

▶ '핑크 빛시구' 이파니, 초미니에 다리 번쩍..'민망'

▶ 이지아 "연인 정우성에게 연락, 사과했다"

▶ '유이 비켜' 애프터스쿨 정아, 명품몸매 등극

▶ "맨유, 스네이더 영입위해 박지성 트레이드"

▶ '속은놈·나쁜놈..' 이지아, 패러디도 등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