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애호가가 뽑은 미국 최고 와인 .. 톱 10 중 9개가 레드와인
[중앙일보 이수기]

제2회 와인 컨슈머 리포트의 주제는 '1만~2만원대 최고의 미국 와인'이다. 미국 와인은 흔히 실속 있는 가격대의 와인으로 통한다. 최근 캘리포니아 나파밸리를 중심으로 값비싼 컬트 와인이 출시되고 있지만 '가격 경쟁력'은 미국 와인의 빼놓을 수 없는 무기다. 이를 가능케 하는 것은 대량의 포도 재배와 기후 조건이다. 두터운 소비층도 강점이다. 미국 캘리포니아 와인협회 이은진 과장은 23일 "안정적이고 제대로 된 와인 문화가 자리 잡기 위해서는 '내 돈'을 내고 와인을 구입하는 문화가 먼저 뿌리내려야 한다"며 "저렴한 값에 좋은 품질을 자랑하는 미국 와인이야말로 이런 문화에 딱 들어맞는다"고 말했다.
이수기 기자 < retaliajoongang.co.kr >
지난달 29일 서울 서초동 와인나라아카데미에서 열린 제2회 와인 컨슈머 리포트 시음행사엔 18개 수입사의 84종이 대상에 올랐다. 레드 와인이 59종으로 가장 많았고, 화이트 와인(15종), 로제 와인(9종), 스파클링 와인(1종)이 그 뒤를 이었다. 와인나라 측은 "국내에서 구할 수 있는 거의 대부분의 와인을 시음 대상으로 했다"며 "공정성을 강화하기 위해 시음 대상 와인을 전량 구입해 사용했다"고 말했다. 평가에는 60여 명으로 구성된 패널단 중 이세용 와인 전문칼럼니스트, 손진호 중앙대 산업교육원 교수, 강희주 소믈리에 등 와인 전문가 16명과 일반 애호인 14명 등 총 30명이 참여했다.
경쟁은 치열했다. 종합평가 1위를 차지한 '켄우드 레드 2007(87.12점)'과 10위인 '레오 카베르네 소비뇽 & 프티트 시라 2009(84.65점)' 간의 점수 차는 2.47점에 그쳤다. 1회 와인 컨슈머 리포트 평가에서 전체 상위 10위 와인 중 달콤하면서 발포성이 있는 모스카토 품종의 와인이 6개나 들었던 반면, 2회 대회에선 모스카토 와인은 '베어풋 모스카토NV(9위·84.67)' 한 가지만 랭크됐다. 와인나라 이철형 대표는 "미국에선 일찍부터 카베르네 소비뇽과 메를로·시라·진판델 등 다양한 레드 와인 품종이 재배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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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와인이 좋은 점수 얻었나=종합평가 1위로 뽑힌 '켄우드 레드 2007'은 밝은 루비색을 띠며 잘 익은 과일향이 특징이다. 와인을 만든 켄우드 빈야즈는 캘리포니아 내 주요 와인 산지인 소노마를 대표하는 명문 와이너리다. 이세용 와인 칼럼니스트는 "과일 특유의 질감에, 적당한 타닌과 좋은 끝 맛을 지녔다"며 "우리나라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미디엄 보디의 여성적 와인"이라고 평했다. 2위인 마주앙 카베르네 소비뇽 2005는 타닌 성분과 신맛이 적어 부드러운 느낌을 준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생산한 와인 원액을 국내 주류업체인 롯데주류BG가 들여와 보틀링(병입)해 생산한다. 3위인 '우드헤이븐 카베르네 소비뇽 2009'와 말린 무화과와 블랙체리 같은 과일향이 나는 것이 특징. 우드헤이븐 시리즈는 대중적인 와인 생산자인 델리카토의 와인 브랜드로 세계 35개 국에 수출된다. 송형규 소믈리에는 "처음 마실 때 과실 맛과 신맛이 와 닿고, 타닌이 깔끔한 마무리를 해준다"며 "살짝 기름진 명절 음식과도 잘 어울릴 것"이라고 평했다. 4위는 자두와 체리·블루베리 등 다양한 과일 맛이 나는 '컬럼비아 크레스트 투 바인즈 카베르네 소비뇽 2008'이 차지했다. 컬럼비아 크레스트는 현재 미국에서 가장 많이 소비되는 와인 브랜드 중 하나다. 바닐라 향이 매혹적인 '코스탈 리지 카베르네 소비뇽 2009'와 '델리카토 카베르네 소비뇽 2008'은 각각 5, 6위를 차지했다. 손진호 중앙대 산업교육원 교수는 "5위를 차지한 와인에 거의 만점을 주고 싶었다"며 "1만~2만원대라는 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라고 말했다.
◆전문가와 일반 애호가 입맛 차이는=전문가 그룹이 꼽은 톱10 와인 중 9종이 레드였던 데 반해 일반 애호가들은 화이트와 로제, 모스카토 와인을 고르게 10위권에 올렸다. 이는 1회 와인 컨슈머 리포트 때와 유사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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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묵직한 맛의 레드 와인을 선호한 반면, 일반 애호가들은 달콤하고 가벼운 계통의 와인을 선호했다. 전문가 평가에서 5위를 차지한 '베어풋 모스카토 NV(Non Vintage: 특정 연도 수확 포도품종이 아닌 여러 해 수확 분을 블렌딩한 것)'는 일반 애호가 평가에서는 순위에 들지 못했다. 모스카토 계열임에도 알코올 도수(9%)가 높은 편인 데다 비교적 탄산이 약한 편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세용 와인 칼럼니스트는 "과일의 신맛과 단맛이 좋은 이 와인은 식전주(Aperitif)로 훌륭할 것 같다"고 평했다. 일반 애호가 평가에선 로제 와인인 '베린저 화이트 진판델 2009'가 2위에 올랐다. 나라식품 신성호 본부장은 "상큼한 신맛과 단맛이 일품으로 와인을 처음 접하는 이도 쉽게 즐길 수 있고, 밝은 핑크의 색감도 좋다"고 설명했다.
한편 설을 앞두고 열린다는 점을 감안해 이날 행사에선 '명절 가족 모임에 가장 잘 어울리는 와인'과 '갈비찜에 가장 잘 어울리는 와인'을 시음단 투표로 뽑았다. 평가 대상 와인 중 '베어풋 모스카토 NV' '갈로 패밀리 모스카토 NV'가 가족 모임에 잘 어울리는 와인 1위(각 12표)로 꼽혔다. 달콤하고 가벼운 맛의 모스카토 품종으로 와인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도 편하게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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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산 와인
=미국은 와인 생산량 세계 4위(7억700만 갤런·이하 2009년 기준), 소비량 3위(7억6700만 갤런), 수출량 5위(9억1200만 달러)로 신대륙 와인의 대표주자로 자리매김했다. 주요 와인 생산지는 캘리포니아·오리건·워싱턴·뉴욕주 등. 이 중 캘리포니아주에서 나는 와인이 미국 전체 생산량의 90% 이상을 차지한다. 특히 샌프란시스코 인근 나파밸리와 소노마 카운티가 미국 와인의 핵심 생산지다. 동부인 뉴욕주에서는 유럽풍의 리즐링 와인들이 생산된다. 북미 지역 최대의 와이너리 중 하나인 '컬럼비아 크레스트'는 워싱턴주 와인을 대표한다. 카베르네 소비뇽·메를로·시라·피노 누아와 미국 특화 품종인 진판델이 레드 와인용으로 재배된다. 화이트 와인 품종으로는 샤르도네·소비뇽 블랑·피노 그리지오·슈냉 블랑 등이 있다.
전문가·애호가 30명이 심사 … 로버트 파커 방식으로 평가
와인 컨슈머 리포트는 공정성 확보에 주력했다. 평가단은 본지와 와인나라가 엄선한 업계 전문가(와인저널리스트·전문강사·소믈리에 등) 30명과 일반 와인 애호가 30명 등 60명으로 구성된다. 이 중 전문가 15명과 일반 애호가 15명 등 30명이 매달 평가에 참여한다. 시음 대상 와인은 매달 주제에 맞는 제품을 와인나라에서 직접 구입해 사용한다. 시음도 엄격하게 이뤄진다. 철저한 블리인드 테이스팅(Blind Tasting)'을 원칙으로 한다. 평가는 100점 만점을 기준으로 한다. ▶시각(5점) ▶후각(15점) ▶미각(20점) ▶품질(10점)에 기본 점수 50점을 더했다. 와인 평론가 로버트 파커의 평가방식과 동일하다.
▶이수기 기자의 블로그 http://blog.joinsmsn.com/retal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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