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겨울철 영양식으로 손색없는 팥죽 맛 집
[일간스포츠 윤서현] 일 년 중 밤이 가장 길다는 동지(冬至)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예부터 우리 조상들은 악귀를 쫓아내고 액운을 막기 위해 동짓날 빨간 팥으로 죽을 쒀 먹었다. 주술적 의미 외에도 팥죽은 겨울철 영양식으로 손색없다. 긴 겨울 밤, 온 가족이 둘러앉아 동지 잔치를 즐겨보자. 팥죽 하나로 인정받는 맛 집을 찾아도, 아이들과 같이 직접 만들어도 좋다. 팥죽이 맛있는 집과 집에서 만들어 먹는 간편 레시피를 소개한다.
글=윤서현 기자 [yoonsh@joongang.co.kr]사진=이호형 기자 [leemario@joongang.co.kr]
◇서울 팥죽 맛 집 6곳

▶신당동 천팥죽
팥죽과 팥칼국수, 두 가지 메뉴가 전부다. IMF시절 사업 실패를 겪은 전채호(57)씨가 절치부심 끝에 12년 전 이 집을 열었다. 본래 요리하는 걸 좋아하는데다 독실한 불교신자로서 맛있는 웰빙식을 많은 이들과 나누고 싶었다. 그래서 어머니 표 팥죽과 팥칼국수를 내세웠다. 강원도 평창에서 가져오는 팥을 압력솥에 넣고 1시간 끓인 후 몇 차례 거르며 농도를 조절한다. 살짝 소금 간만 한 뒤 직접 빚은 찹쌀 새알을 30여개 넣어 낸다. 칼국수도 손으로 반죽하고 썬다. 순수한 팥 맛을 느낄 수 있는 게 특징. 조금 텁텁하다 싶으면 설탕을 넣거나 시원한 배추김치·동치미와 곁들여 먹으면 좋다. 팥죽 7000원·팥칼국수 6000원. 서울 지하철 2·6호선 신당역 4번 출구에서 좌회전, 02-2237-6385.
▶밀탑
'빙수의 명가'로 불리는 밀탑. 단팥죽도 맛있기로 소문이 자자하다. 15년 동안 주방을 책임지고 있는 김주훈(57)실장이 밝히는 그 맛의 비법은 질 좋은 국내산 해팥. 알갱이가 몽글몽글 살아있게 2시간 반 동안 삶는다. 매일 아침 커다란 들통에 기본 간만 한 상태로 끓여놓았다 주문이 들어오면 냄비에 다시 끓여 낸다. 이때 살짝 구운 인절미를 넣는다. 고명은 잣 세알이 전부. 하지만 식감이 살아있는 통팥과 고소하고 쫄깃한 찰떡 인절미만으로도 한 그릇을 금세 비우게 된다. 인절미는 무료로 추가해 준다. 단팥죽 7000원. 현대백화점 압구정점 5층·목동점 6층, 02-547-6800(압구정점)·02-2163-1677(목동점).
▶동빙고
'팥 전문점'을 내세우며 올 7월 문을 열었다. 팥죽과 팥빙수가 메인 메뉴다. 충북 보은에서 가져오는 팥을 1·2차로 삶는다. 1차에서 쓴 물을 뺀 뒤, 껍질이 터지지 않게 다시 한 번 익힌다. 처음에는 '통 팥죽'과 '고운 팥죽' 두 가지로 나눠 팔았으나 손님 대부분이 '통 팥죽'을 찾아 지금은 이것만 판다. 접시에 담기 직전 찰떡 인절미를 넣고 끓여 인절미가 살짝 퍼지게 한다. 삶은 밤·호두·잣을 고명으로 올리고 계피가루를 더한다. 계피가루를 원하지 않으면 빼달라거나 팥빙수에 올리는 미숫가루를 주문해도 된다. 팥죽·팥빙수 각각 6500원. 용산구 이촌동 금강병원 건너편, 02-794-7171.
▶서울서 둘째로 잘하는 집
34년 전, 김은숙(71)씨는 한방 찻집을 열었다. 식혜·수정과·십전대보탕 등 기본 메뉴에 젊은 손님들을 위해 단팥죽을 추가했다. 그런데 전통차보다 단팥죽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언제부턴가 단팥죽이 메인 메뉴가 되었다. 개업 당시 그대로인 소박한 분위기의 가게에 들어서면 알싸한 차향과 달콤한 단팥죽 냄새가 동시에 반긴다. 이 집은 팥 앙금으로 죽을 쓴다. 그래서 입에 넣자마자 사르르 녹아내리듯 부드러운 게 특징이다. 진한 단팥죽에 매일 아침 빚는 찹쌀 새알이 들어가고 삶은 밤·울타리 콩·은행이 올려진다. 팥죽 5500원. 종로구 삼청동 한국금융연수원 인근, 02-734-5302.
▶앵콜칼국수
가정집을 개조한 푸근한 분위기의 식당이다. 들어서면 붓글씨로 직접 쓴 큼지막한 메뉴판이 가장 먼저 눈에 띈다. 20개가 넘는 메뉴 중 식당 이름에 걸맞게 칼국수 종류만 4가지에 이른다. 옛날·들깨·매생이·팥 칼국수 중 팥 칼국수가 식사 겸 별식으로 인기다. 진한 팥 국물과 두툼하고 쫄깃한 면발이 조화가 일품이다. 새알과 쌀이 들어간 동지팥죽은 하나 시켜 둘이 나눠 먹기에 충분하다. 단 맛이 덜한 게 특징. 팥은 전남 목포의 시골 장터에서 40kg자리 가마로 10여 가마를 사다 놓고 쓴다고. 매일 담그는 배추김치와 물김치·무채·미역무침 등의 밑반찬도 깔끔하다. 동지팥죽·팥칼국수 각각 8000원. 서초구 서초동 예술의 전당 맞은 편, 02-525-8418.
▶C4
케이크 전문점으로 유명한 C4. 이곳의 단팥죽도 식사 메뉴보다는 디저트로 즐기기에 좋다. 일본에서처럼 뚜껑 덮인 죽 그릇에 담아낸다. 팥알이 탱글탱글하게 살아있어 씹는 맛이 있지만 단 맛이 강하다. 팥죽을 절반 정도 먹었을 때 바닥에 숨겨져 있는 찰떡이 보인다. 가격에 비해 양이 적은 편이라 아쉽다. 단팥죽 6000원. 용산구 이촌동 렉스 아파트 상가 1층, 02-794-9721.
◇박종숙 한국음식연구가가 제안하는 팥 요리 레시피
동지팥죽▶재료(2인분)붉은 팥 200g, 불린 멥쌀 50g, 찹쌀가루 50g, 물 1500ml, 생강즙 1작은술, 소금 1작은술, 팥 삶은 앙금물 4큰술, 꿀·녹말가루 적당량
▶만드는 법#팥물 끓이기1.잡티나 돌을 고른 팥을 냄비에 담고 물을 넉넉하게 부어 충분히 끓인다.
2.물을 부어가며 무른 팥을 체에 걸러 껍질은 버리고 물과 앙금만 받는다. 예전에는 쌉싸래한 맛 때문에 팥을 한 번 삶은 후 물을 버리고 새로 물을 넣어 삶았다. 그러나 그 사포닌 성분이 좋다고 해 요즘엔 그대로 쓰기도 한다.
#새알 만들기1.소금과 생강즙·팥 삶은 앙금물로 찹쌀가루를 익반죽 한 후 지름 1cm 크기로 빚는다.
2.녹말가루에 굴린 후 여분의 가루를 털어 낸다. 새알에 녹말가루를 묻혀 익히면 퍼지거나 늘어지는 것이 덜하다. 또 새알에 생강즙을 넣으면 생목이 오르는 것을 막을 수 있고, 팥 삶은 앙금물로 반죽하면 색과 맛이 모두 좋아진다.
#팥죽 끓이기1.팥물 중 윗물을 끓이다가 불린 멥쌀을 넣어 푹 퍼지도록 끓인다.2.팥 앙금을 넣어 다시 잘 저으며 충분히 끓인다. 앙금을 나중에 넣으면 잘 눌지 않는다.3.녹말가루를 묻힌 새알을 넣어 끓인다.4.가족들의 나이 수 대로 새알을 담고 각자의 취향에 맞게 먹도록 소금과 꿀을 곁들여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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