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질환 대명사 '한포진'

40대 후반의 취업주부 이혜선 씨는 얼마 전, 우연히 자신의 발바닥을 살펴보다가 깜짝 놀랐다. 좁쌀만 한 크기의 물집이 피부 깊숙이, 그것도 여러 군데 있었기 때문이다. 평소 약간 가려운 증상을 느끼기는 했지만 상태가 이처럼 심각한지는 전혀 몰랐다.
다음날 피부과를 찾은 그는 '한포진'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생전 처음 들어본 질병 이름이다. 그러나 한포진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매우 흔히 발생하는 대표적 피부질환이다.
주로 손바닥이나 발바닥, 특히 손가락 양쪽 측면에 나타난다. 수포 크기는 보통 직경 1~2㎜. 눌러서 자세히 살펴봐야 보일 정도다. 수포는 악화와 호전을 반복하며, 표피 깊숙이 대칭을 이루는 경우가 많다. 일부 환자에게서는 발작적인 가려움증이나 통증을 동반한다.
수포 내용물은 땀과 같은 성분으로, 발병 초기 맑고 투명하지만 나중에 볏짚처럼 옅은 황색으로 변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수포가 마르고 딱지가 떨어져나가면서 허물이 벗어진 것처럼 흉측한 모습으로 변하기도 한다.
발병원인은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과도한 정신적 혹은 육체적 스트레스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진 정도다. 국제재무설계사(CFP)로 외근활동이 잦은 이 씨 역시 이 경우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 외에도 다한증이 있는 환자군이나 화학물질을 다루는 직업군에서 가끔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땀이 많이 나는 여름철에 더 악화되는 경향이 있다.
손·발 꼼꼼히 씻고 잘 말려야
특히 무좀이나 약발진 접촉성 피부염, 농포성 건선 등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아 전문가의 정확한 진단과 적절한 치료가 필수적이다.
서울 송파구 센스피부과 이상협 원장은 "한포진은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거나 몸 상태가 좋지 않을 때 잘 생기며 만성으로 발전하는 경우도 많아 치료에 어려움이 있다"며 "비록 포진 형태로 나타나기는 하지만 바이러스균을 갖고 있는 대상포진과는 분명히 구분되는, 비교적 가벼운 피부질환"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현대의학으로 한포진을 예방하거나 완치시킬 수 있는 치료법은 없다. 발생 시 상황에 맞춰 연고를 바르거나 약물을 복용하는 등 대증요법에 의존하는 정도다. 특히 가렵다고 무리하게 물집을 터트리거나 방치할 경우 증상이 악화되고 2차 감염을 일으킬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즉 발병 초기에 피부과 전문의의 도움을 받아 적절히 대처해야 단기간에 증상을 완화시키거나 마무리 지을 수 있다. 일부 병원에서는 면역억제제를 투여하기도 한다.
이상협 원장은 "발병 초기 강도 높은 스테로이드 연고를 바를 경우 기대 이상의 효과를 볼 수 있다"며 "그러나 증상이 심하고 먹는 약에 반응이 없을 경우 근육주사나 '프레드니솔론'이라는 초강력 경구약을 단기간 복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선의 예방책은 손과 발을 꼼꼼히 씻고, 잘 말리는 것이다. 이와 함께 적절한 스트레스 해소법을 강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주부습진과 비슷해 물이나 세제를 직접 만지지 않는 것도 예방에 도움이 된다.
[김동식 기자 juju43@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575호(10.10.6일자)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A도 모바일로 공부한다.
Copyright © 매경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