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회원권 가격 떨어지는데 대기업들은 골프장 인수 왜?

2010. 9. 20.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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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그룹이 올해 들어 골프장을 다시 확보했다. 지난 9월 1일 SK네트웍스는 제주 핀크스리조트를 730억원(부채 인수 조건)에 인수해 부동산 통합법인 'SK핀크스(SK Pinx)'를 출범시켰다. 리조트 내 핀크스골프장은 94년 제주도 서귀포시 안덕면에 설립된 골프장으로, 회원제 골프코스 18홀과 일반제(퍼블릭) 코스 9홀을 갖추고 있다. 이번 핀크스GC의 공식 인수금액은 730억원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시장에선 부채금액을 포함해 2000억원이 넘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SK그룹은 9년 동안 보유 골프장이 없었다. 지난 2001년 3월 SK에너지를 통해 보유하고 있던 성산개발(현 농심개발)의 일동레이크골프장(18홀)을 농심에 매각한 이후 9년 동안 골프장 없이 살았다. 국내 10대 그룹 가운데 유일했다.

연초 핀크스GC 매각설이 나돌 때 시장에선 매각 가능성을 낮게 봤다. 수천억원이 드는 골프장을 인수할 사람이 많지 않은 데다 제주는 골프 불황의 중심지였기 때문이다.

장세찬 SK네트웍스 홍보차장은 "단순히 골프장만 보고 인수한 것이 아니다. 리조트 내에 타운하우스, 빌라, 호텔 등 최고급 주거시설을 갖추고 있어 레저·관광 사업으로 성장 잠재력이 크다. 명품 휴양시설로 키워 중국 등 국외 시장 진출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밖에서 보는 시각은 좀 다르다. SK가 그룹 차원의 골프장이 없다 보니 임원들이 비즈니스와 골프 부킹에 상당히 어려움을 느껴왔다는 것이다. 일리 있는 지적이지만 관계자들은 "그런 이유가 컸다면 제주보다 교통이 편리한 수도권 쪽을 알아봤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골프업계에선 그보다 이번 SK 골프장 인수를 계기로 국내 골프장업계 인수합병(M&A) 바람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한다. 금융위기 이후 운영 한계에 도달한 지방 골프장들이 몸값을 낮추거나 부채를 넘기는 조건으로 속속 시장에 나올 것이란 얘기다.

삼성·한화 국내 최다

사실 골프장은 내놓는다고 쉽게 팔리는 부동산이 아니다. 금액도 크고 인수한 뒤에도 밑 빠진 독처럼 돈이 계속 든다. SK네트웍스처럼 관광 사업으로 접근하면 또 몰라도 골프장 하나로 돈 벌기는 쉽지 않다. 결국 매물이 나와도 인수할 수 있는 곳은 소수 대기업에 국한될 수밖에 없다.

우선, 국내 50대 그룹의 골프장 소유 현황을 살펴보면 절반 이상의 기업이 1개 이상, 많게는 5~6개 골프장을 직접 운영하고 있다. 레저산업연구소에 따르면 50대 그룹이 보유한 골프장 수(공사 중 제외)는 회원제 37개소, 퍼블릭 19개소 등으로 총 56군데인 것으로 나타났다. 18홀 기준으로 환산하면 56.9개소로 50대 그룹이 각각 한 개 이상의 골프장을 소유한 셈이다.

실제 국내 50대 그룹 중 골프장을 갖고 있는 곳은 삼성, 현대차, SK, LG, 포스코, 롯데, GS, 금호아시아나, 두산, 한화, CJ, 동부, 신세계, 대림, 대한전선, 한진중공업, KCC, 코오롱, 웅진, 동양그룹 등이다.

이 가운데 한화와 삼성그룹은 '골프장 재벌'로 통한다. 한화그룹은 프라자, 설악프라자, 제이드팰리스, 봉개프라자, 골든베이골프앤드리조트와 일본에 있는 오션팰리스까지 총 126홀을 갖고 있다. 삼성은 국내 최고 명문으로 꼽히는 안양베네스트와 가평베네스트, 동래베네스트, 안성베네스트 등 모두 108홀의 골프장을 보유 중이다. 그 다음으로 GS(91홀), 금호아시아나(90홀), 롯데(72홀), 동양그룹(72홀) 등이 각각 4개 이상의 골프장을 소유하고 있다.

이들 대기업들이 추가로 골프장을 인수하거나 신규 건설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골프장을 사업으로 운영하기보다 오너 개인의 취미와 임직원들의 편의·복지 차원에서 활용하는 곳이 많기 때문이다. 그렇다보니 적자인 곳도 많다.

곤지암CC를 운영하는 LG그룹도 그중 하나. 회사 관계자는 "곤지암리조트를 방문한 가족단위 손님들이 골프장을 애용하는 데다 그룹 내 임직원들도 비즈니스 차원에서 골프장 이용이 필요하기 때문에 적자임에도 불구하고 골프장을 계속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골프장 운영에 큰 비중을 두지 않는 다른 대기업도 사정은 비슷하다.

롯데, 골프장 신규건설·인수 적극적

최근 대기업 가운데 골프장 사업에 의욕적으로 매달리는 곳은 롯데그룹이다. 지난 2005년 스카이힐제주 개장을 시작으로 2008년 스카이힐김해를 열었다. 지난해는 대구 인근 성주의 헤븐랜드를 인수(스카이힐성주)하면서 72홀을 소유하고 있다. 현재 사업 추진이 불투명해졌지만 인천에도 18홀 코스 공사를 앞두고 있다. 롯데건설이 2006년부터 추진 중인 계양산골프장(다남동 대중골프장)으로 2012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주인이 바뀐 골프장도 꽤 된다. 대부분 유동성 위기를 겪은 건설사들이 많다. 지난해 5월 한국야쿠르트는 대주그룹이 소유한 동두천 다이너스티CC(18홀)를 인수했다. 올해 '티클라우드CC'로 이름을 바꾸고 지난 4월 새롭게 그랜드 오픈했다.

이번 인수로 다이너스티CC는 주인이 두 번 바뀌는 '사연 많은' 골프장이 됐다. 다이너스티CC는 원래 현대그룹 관계사(동서산업) 소유의 골프장이었다. 99년 현대건설에서 지어 개장했던 것을 2003년 대주그룹이 현금 152억원에 인수했다. 당시 다이너스티CC의 총 인수대금(현대건설 부채, 회원권 포함)은 1150억원이었다. 하지만 금융위기 이후 대주그룹이 유동성 위기를 겪으면서 재매각한 것이다. 한국야쿠르트는 기존 채무 등을 떠안는 조건으로 350억원을 지급한 것으로 알려진다. 한국야쿠르트는 다이너스티 인수로 레저사업 진출도 모색하고 있다.

올해 법정관리에 들어간 성원건설도 충북 충주 상떼힐CC와 상떼힐익산을 내놓았다. 전주 샹그릴라CC가 회원권과 부채 등을 받는 조건으로 이 두 골프장을 인수했다. 두 골프장의 부채는 26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 밖에도 지난해 대구 지역 건설사인 태왕아너스가 운영하던 경북 청도의 그레이스CC(27홀)는 서라벌CC에 매각됐다. 또한 보광그룹이 건설한 퍼블릭골프장 더반GC(9홀)는 명문제약이 설립한 명문투자개발에 팔렸다. 매각금액은 골프장 부지, 클럽하우스 등을 포함해 약 400억원. 세광종합건설에서 운영했던 제주의 라헨느리조트(18홀)는 골프코스 전문업체인 미라지개발로 주인이 바뀌었다.

지난해부터 골프장 M&A가 늘어난 이유는 경기불황과 함께 금융권의 부동산 관련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 끊겼기 때문. 종전에는 50억원 정도의 현금만 있으면 토지 매입계약과 인·허가를 해결하고 금융권으로부터 PF 자금을 받아 공사를 진행한 뒤 회원권 분양을 통해 이를 되갚는 형태로 골프장을 지을 수 있었다. 하지만 2008년 금융위기가 터진 이후엔 이런 투자방식이 어려워졌다. 신규로 골프장을 지으려면 한번에 거액이 필요하다. 한 홀을 짓는 데 최소 30억원의 순수 공사비가 든다고 말한다. 신현찬 에이스회원권거래소 법인팀장은 "수도권은 토지매입과 클럽하우스 등 부대시설까지 포함하면 홀당 70억원은 든다"고 설명했다. 18홀을 기준으로 최소 1200억원의 투자비가 든다는 소리다. 여기에 기본적으로 부지 계약금(약 30억원)과 인허가 비용(약 20억원)도 든다. 실제 두 번이나 매각에 실패한 뉴서울CC(경기 광주·36홀)와 88CC(경기 용인·36홀)의 매각 추정가는 각각 2000억원이 넘었다.

반면, M&A를 하면 이보다 적은 금액으로 골프장 인수가 가능하다. 골프장 상황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기존 부채와 회원권을 승계하는 조건으로 인수하면 실제 드는 금액은 200억~300억원 안팎이다. PF대출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신규 골프장 건립보다 M&A를 찾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금액이 낮아졌다고 하지만 한번에 수백억원을 동원할 수 있는 매수자는 많지 않다. 소수 대기업과 금융그룹이 거론된다. 향후 골프장 인수가 예상되는 기업으로는 오리온그룹, 미래에셋그룹, 이랜드그룹, 토마토저축은행, 풍산 등이 꼽힌다. 외국계 금융기관인 맥쿼리도 퍼블릭골프장 인수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 가운데 스포츠·레저를 새로운 주력사업으로 내세우는 오리온이 유력한 곳으로 떠오른다. 지난해 말 온미디어 매각으로 4350억원의 실탄도 확보했다. 현재 경기도 포천에 골프장을 짓고 있고 수도권 골프장 추가 인수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오리온그룹은 지난해 계열사인 스포츠토토를 통해 부동산 개발업체인 인베이스개발을 인수, 계열사로 편입시켰다. 인베이스개발은 경기 포천 군내읍 직두리에 27홀 규모의 골프장(150만㎡)을 개발하고 있는 인베이스포천의 지분 100%를 갖고 있다.

미래에셋은 골프장 신규건설과 기존 골프장을 사들이는 방안을 놓고 고심하다가 최근 신규 건설로 가닥을 잡았다. 투자 지역과 자금 마련 계획도 밝혔다. 미래에셋자산운용에 따르면 홍천에 골프장을 건설하기 위해 부동산 사모펀드인 '미래에셋맵스프런티어사모부동산투자신탁S호'에 836억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이 투자금으로 최근 착공에 들어갔다. 미래에셋자산운용 측은 "2013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고 정확한 위치와 규모는 아직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골프장 운영 방식과 관련해서는 회원제가 아닌 퍼블릭 형태로 운영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랜드도 골프장 인수에 관심 많다. 지난해 88CC와 뉴서울CC가 시장에 나올 당시 인수의향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이랜드는 지난 2006년 인수한 하일라콘도를 켄싱턴리조트로 재개장한 데 이어 지난해 7월 한국콘도를 인수함으로써 전국 14곳에 호텔과 리조트 등 레저시설을 보유한 상태다. 골프장 인수를 통해 종합 리조트사업을 강화할 수 있다.

관광레저 사업 강화·마케팅 홍보 수단 등

기업들이 골프장을 소유하는 이유도 다양하다. 과거에는 오너 개인의 취미와 임직원들의 복지를 위한 부분이 컸다면 지금은 비즈니스 측면이 크다. SK네트웍스나 오리온은 레저·관광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골프장을 인수했고 신지애 선수를 후원하는 미래에셋은 마케팅과 홍보 효과를 기대한다. 미래에셋은 지난해 2월 여자 프로골퍼 신지애와 5년 동안 최대 75억원의 후원 계약을 맺었다. 당시 일부 투자자가 반발했지만 신지애가 LPGA 신인왕·상금왕·다승왕(공동)을 휩쓸면서 반대 목소리는 잠들었다. 오히려 신지애 열풍이 불면서 1000억원 이상의 광고효과를 거둔 것으로 알려진다. 롯데도 그룹 마케팅으로 골프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올해로 3회째를 치른 롯데마트여자오픈을 상금을 올려 국내 메이저급 대회로 격상시킬 계획을 갖고 있다.

[김충일 기자 loyalkim@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574호(10.09.22 - 29일자 추석합본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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