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 시장점유율 진짜 순위는?


신용카드사들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카드사 경쟁의 대표 척도인 회원 모집 비용이 올해 1분기 1177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동기 대비 42.3% 증가한 수치이며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인 2008년 1분기 907억원보다도 29.8%나 많은 수치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카드사들은 저마다 자신에게 유리한 자료를 내놓으며 경쟁에서 앞서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따라 언론에서 인용하는 자료도 제각각이다. 여신금융협회와 금융감독원은 카드사 점유율 공개가 과당 경쟁을 야기할 수 있다고 판단해 구체적인 자료를 제시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저마다 다른 자료는 오히려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이에 매경이코노미는 비씨카드를 제외한 6개 전업계 카드사와 카드사업을 겸업하는 14개 겸영은행의 올해 1분기 실적을 개별적으로 모두 집계해 보다 정확한 순위를 제시한다. 단 과당경쟁을 야기할 수 있다는 주장을 받아들여 20개 카드사의 세부 점유율을 모두 공개하지는 않았다.
산정 방식에 따라 2~4위 달라져
일반적으로 신용판매, 현금서비스, 카드론 등의 실적을 합쳐 신용카드사 매출액을 산정한다. 여기서 신용판매는 이용 주체에 따라 개인신용판매와 법인신용판매로 구분하기도 하고, 결제 방식에 따라 일시불과 할부로 구분하기도 한다. 또한 신용카드와 별도로 체크카드 이용실적을 추가 집계하기도 한다.
어느 방식을 기준으로 하더라도 1분기 시장점유율 1위는 21~23% 안팎의 점유율을 기록한 신한카드다. 하지만 2~4위권 순위는 기준에 따라 달라진다.
우선 카드업계에서 가장 일반적으로 점유율을 산정하는 기준은 신용카드 이용실적이다. 금융감독원이나 여신금융협회도 신용카드 이용실적을 기준으로 공시하고 있다. 여신금융협회는 "신용판매, 현금서비스, 카드론의 합계는 실제로 회원들이 이용한 금액이기 때문에 이를 기준으로 공시한다"고 밝혔다.
이를 바탕으로 하면 지난 1분기 2위는 KB국민은행이다. KB국민은행의 카드시장 점유율은 12.83%로 3위 현대카드 12.59%, 4위 삼성카드 12.17%를 아슬아슬하게 넘어선다. 하지만 2분기에 들어서면서 현대카드가 KB국민카드를 0.1%포인트가량 앞서 뒤집기에 성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카드사 점유율이기 때문에 금융서비스 사용액을 제외하고 순수 카드 사용액만을 기준으로 점유율을 산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카드 사용액은 현금서비스와 카드론을 제외한 순수 국내 신용판매 금액이 기준이다. 이를 바탕으로 하면 순수 카드 사용액이 높은 전업계 카드사가 겸영은행에 비해 유리하다. KB국민은행은 4위로 떨어지는 반면 신용카드 이용실적을 기준으로 점유율 3위와 4위를 기록했던 현대카드와 삼성카드는 각각 2위와 3위가 된다. 현대카드와 삼성카드의 카드 사용액은 각각 12조1200억원과 10조6300억원가량으로 모두 KB국민은행의 10조3500억원을 넘어선다. 특히 전업계 카드사들은 일시불 사용 금액에서 KB국민은행과 큰 차이가 난다. 일시불만 놓고 보면 현대카드의 실적은 9조8900억원, 삼성카드는 8조166억원, KB국민은행 7조5800억원 순이다.
한편 전업계 카드사들과 달리 카드업을 겸영하는 은행들은 신용카드 실적에 체크카드 실적까지 고려해 점유율을 산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전업계 카드사들은 체크카드에 주력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체크카드 실적을 점유율 산정에 포함하면 이번에는 은행계 카드사들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이 기준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다시 현대카드와 삼성카드를 누르고 2위로 올라선다. 이때의 점유율은 KB국민은행이 13.43%, 현대카드가 11.64%, 삼성카드가 11.37%다.
하지만 체크카드를 실적에 포함시키자는 주장에 대해 전업계 카드사들은 "신용카드는 일정기간 신용을 공유하고 일정기간 이후 돈을 받는 것이 본연의 기능이다. 반면 체크카드는 신용카드 가맹점망을 사용하긴 하지만 결제와 동시에 돈이 지불되기 때문에 직불카드에 가깝다"고 구분하며 집계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중위권 순위 변동은
11개 유통사업자들의 시장점유율을 제외한 실적을 기준으로 현대카드, 삼성카드, KB국민은행 등 2위권 업체들의 시장점유율은 11~12% 정도다. 이 뒤를 따르는 업체가 시장점유율 7% 안팎의 롯데카드, 우리은행, NH농협이다. 카드 사용액을 기준으로 보면 롯데카드, 우리은행, NH농협 순으로 전업계 카드사인 롯데카드가 앞선다.
또 다른 전업계 카드사인 하나SK카드도 신용카드 이용실적을 기준으로 보면 시장점유율 11위다. 하지만 카드 사용액만 놓고 보면 겸영은행인 KEB외환은행과 한국씨티은행을 누르고 9위로 올라선다.
그렇지만 겸영은행에 유리한 체크카드 이용 실적까지 고려하면 순위가 달라진다. 이 경우 가장 큰 혜택을 보는 곳이 농협중앙회 카드사업부인 NH카드분사다. 1분기 2조4128억원의 체크카드 사용액을 기록한 NH농협은 20개 전체 사업자 중 체크카드 사용액이 1위다. 심지어 업계 1위 신한카드의 체크카드 이용실적인 2조2724억보다 많다. 이에 따라 NH농협의 카드시장 점유율은 전업계 카드사 4위인 롯데카드까지 뛰어넘는다. 체크카드 이용실적을 고려했을 경우 NH농협의 시장점유율은 7.87%이며, 우리은행과 롯데카드의 시장점유율은 각각 7.49%, 7.15%다.
또한 겸영은행들인 KEB외환은행과 한국씨티은행도 역시 전업계 카드사인 하나SK카드보다 실적이 높아진다. 체크카드 실적을 포함했을 때 KEB외환은행은 점유율 3.35%로 9위, 한국씨티은행은 점유율 3.32%로 10위로 올라서는 반면, 하나SK카드는 점유율 3.28%를 기록하며 11위로 밀린다.
점유율 왜 민감한가
카드사들이 점유율에 민감해진 계기는 최근 전업계 카드사들의 시장점유율이 급격하게 동반 상승했기 때문이다. 2001년 시장점유율 1.8%로 카드업계 최하위권이던 현대카드는 지난해 시장점유율 10%를 넘어선 데 이어 올해 2분기 KB국민은행의 자리까지 넘보고 있다. 롯데카드도 최근 시장점유율이 크게 상승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우리은행과 NH농협에 비해 규모가 작았던 롯데카드는 올해 1분기 점유율이 크게 상승하며 2006년 이후 처음으로 우리은행과 NH농협을 넘어섰다. 삼성카드 역시 시장점유율 절대 수치로 보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전업계 카드사들의 상승에 위협을 느낀 겸영은행들은 카드 분사를 통해 경쟁력을 키울 방안을 고심 중이다. KB금융지주는 7월 30일 열린 정기이사회에서 KB국민은행의 카드사업 분사 추진안을 의결했다. 최근에는 카드사설립기획단을 신설하고 최기의 전 국민은행 경영전략그룹 부행장을 카드사설립기획단장으로 임명하기도 했다. KB금융지주는 내년 2월경 카드 분사를 완료할 계획이다. 하나SK카드는 지난해 이미 하나은행에서 분사했다.
이 밖에 NH농협과 우리은행은 채움카드와 우리V카드라는 독자 카드 브랜드를 내세우며 분사를 준비하고 있고, 산은금융지주도 카드사 분사 의향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산은금융지주는 현재 산은캐피탈을 통해 기업구매카드 사업만 영위하고 있다.
전업계 카드사와 겸영은행의 치열한 경쟁은 수치를 통해 단적으로 드러난다. 지난 2008년까지만 해도 전체 이용 실적 기준 246조원을 기록하던 은행계 카드사는, 당시 217조원을 기록하던 전업계 카드사보다 높은 실적을 기록했다. 하지만 올해 1분기 은행계 카드사는 전업계 카드사에 밀렸다. 올 1분기 은행계 카드사의 전체 이용실적은 58조원인 반면, 전업계 카드사는 66조원을 기록했다.
또한 카드사업이 기업의 캐시카우(cash cow:현금창출능력이 큰 사업)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는 점도 카드사 점유율 경쟁이 치열해지는 이유다. 실제로 신한카드는 지난해 연간 8568억원의 순이익을 올려 신한은행의 순이익 7498억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이 밖에 여신전문업법 개정 이후 신용카드 결제 범위가 확대되는 추세라는 점도 신용카드시장 경쟁을 부추기는 요소다. 구매카드시장의 확대, 조세시장 개선 역시 신용카드시장의 범위를 넓혀 카드사들의 점유율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문희철 기자 reporter@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571호(10.09.0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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