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치용 감독 딸 신혜인 눈물의 의미
[JES 이정찬]

'아버지를 향한 애틋한 마음일까, 아니면 연인에 대한 안타까움이었을까.'19일 삼성화재와 현대캐피탈의 프로배구 챔피언결정전 7차전이 열린 대전 충무체육관. 2시간 26분간의 접전이 막을 내리자 삼성화재 신치용 감독은 긴장이 풀리는 듯 코트에 그대로 누웠다. 상대팀 현대캐피탈의 박철우(25)는 아쉬운 패배에 고개를 떨어뜨렸다. 이 장면을 지켜보던 신 감독의 딸 신혜인(25)의 눈에는 진한 눈물이 가득 고였다.
프로배구 챔프전 사상 최고의 명승부가 끝난 20일 신혜인은 일간스포츠와의 전화통화에서 눈물의 의미에 대해 털어놓았다. 그는 "아빠가 이긴 것에 대한 기쁨이 더 컸어요. 철우가 못하고 졌으면 아쉬웠겠지만 잘했잖아요. 올 시즌 아빠가 유난히 힘들어 보이셨어요"라고 말했다.
딸의 걱정대로 신 감독은 올 시즌 유독 힘들어했다. 신생팀이 가세하며 리그 기간이 길어졌고, 챔피언결정전이 7전4선승제(종전 5전3선승)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신 감독은 19일 경기가 끝난 뒤 "6차전을 풀세트 접전 끝에 패한 뒤 저녁 먹을 힘도 없더라. 잠도 오지 않았다. 쓰러져 있다가 혼자서 숙소 앞 단골 일식집에서 소주 1병과 맥주 3병을 시켜 폭탄주로 다 마시고서야 잠을 잘 수 있었다. 올해 우승이 가장 힘들었다"고 고백했다.
농구선수 출신으로 아버지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란 막내딸이 이를 모를 리 없었다. 그는 "챔피언 시리즈 전에 철우와 통화할 때도 어느 팀이 이기든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했다.그렇다고 일방적으로 아버지를 응원한 것은 아니었다. "이런 얘기 하면 아빠가 많이 서운해하시는데..."라며 조심스럽게 입을 뗀 그는 "사실 철우가 이겨도 좋고, 아빠가 이겨도 좋다. 가장 좋은 것은 철우가 잘하고 삼성화재가 이기는 것인데 어제가 꼭 그랬다"고 재치있게 말했다.
현대판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불리며 관심을 받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초연했다. "주변의 시선이 부담스럽지만 관심을 갖고 조언해주시는 분들도 많다. 이미 만날 때 그런 점은 각오했다"고 말했다.
'아버지가 이끄는 팀에서 활약하는 남자친구의 모습을 보고 싶지 않느냐'고 물었다. 박철우는 현재 신 감독이 이끄는 국가대표팀 명단에 들어 6월 월드리그 참가를 앞두고 있다. 신 감독은 이를 두고 "철우와 당당하게 같이 해보고 싶었다. 남자답지 못하게 군다면 딸과 사귀는 것을 반대할 것이다"며 농담을 했다. 딸은 "철우 입장에서도 (신 감독을) 여자친구 아빠라고 생각하면 불편해진다. 공과 사를 구분해서 열심히 해보자는 이야기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삼성화재에서 철우가 뛰게 된다면 그것도 그렇게 좋지 만은 않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박철우는 이번 시즌을 끝으로 FA(자유계약선수)로 풀린다.
대전=이정찬 기자[jaycee@joongang.co.kr]▷ < 프로배구 > ① 용병에 좌우되는 배구판 ▷ < 프로배구 > ② 판도변화 새 가능성 ▷ < 프로배구 > ③ 지지부진 흥행, 묘책 없나 ▷ 가빈, 한국 무대 남을까? 떠날까? ▷ [프로배구] 그 … 리더십보다 멤버십으로 선수를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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