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붕괴 시나리오] 5년 내 정권붕괴 가능성 '낮다'




◆ 북한 붕괴 시나리오 / 전문가 설문조사 ◆
김정일 위원장의 유고 시에도 현 북한 체제가 그대로 유지될까. 일각에서 끊임없이 북한 붕괴에 대한 우려와 이에 대한 각종 시나리오가 쏟아지는 이유다. 가능성 여부를 차치하고서라도 당사자인 남한과 미국, 중국 등 주변국들은 여러 시나리오에 대한 대비가 필수적이다. 북한의 체제유지나 평화로운 방식의 시스템 전환, 체제 붕괴까지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는 만큼, 한국 정부의 대응이 달려져야 함은 말할 필요도 없다. 북한 전문가 41인들의 설문조사를 통해 다양한 시나리오를 점검해본다.
응답자 76% 올해 할 것
최근 남북한을 둘러싼 대화 문제는 크게 6자회담과 정상회담으로 나뉜다. 그중 6자회담은 북한의 어려운 경제사정 등으로 연내 성사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실제 설문 결과 전문가 41인 중 18명(44%)이 5월 전 회담이 열릴 것으로 내다봤다. 5월 이후 개최될 것이라는 의견은 23명(56%)이었다. 북한이 6자회담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돕는 유인책에 대한 질문에서는 북미 직접대화와 제재조치 완화를 꼽는 전문가들이 많았다. 북미대화가 필수적이라는 견해가 17명(41%), 제재완화가 14명(34%)이었다. 평화협정 논의(8명)와 식량지원(2명)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물밑 접촉 여부로 화제를 모았던 남북정상회담 가능성은 높은 것으로 평가됐다. 응답자 중 76%인 31명이 연내에 성사될 것으로 봤다. 연내에 힘들다는 의견은 10명(24%)이었다. 이처럼 정상회담 성사 가능성을 높게 본 이유로는 남북한 양측의 정치적, 경제적 필요성을 지목한 전문가들이 많다. 강정모 경희대 교수는 "남북 모두 정치 경제적으로 필요하고, 북한은 경제적으로 절실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 또한 "북한은 경제적 실리 차원에서, 남한은 조기 개최의 의지가 있다"고 봤다. 대체적으로 북한은 경제적 이유로, 남측은 정치적 국면 전환의 필요성 때문에 정상회담이 성사될 것이라는 견해다.
반면 성사 가능성을 낮게 보는 전문가들은 '남북한 양측의 신뢰 문제'를 들었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신뢰가 전혀 형성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 밖에도 북한이 남한보다는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원한다는 이유와 현 정부의 강경한 대북 정책이 정상회담의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이 있었다. 지방선거를 지목하는 전문가들도 있었다. 지방선거에서 집권당이 패배할 경우, 정상회담의 동력이 현저히 떨어질 것이란 주장이다. 같은 맥락으로 정상회담 예상 성사시기는 6월 이후가 28명(68%), 이전이 7명(17%), 무응답이 6명(15%) 순이었다.
남북 간 대화를 가로막는 장애물에 대한 의견은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팽팽히 맞섰다. 북한의 핵개발을 지목한 전문가는 21명(52%)이었지만, MB정부의 대북정책을 지적한 전문가도 18명(44%)에 이르렀다. 남북한 양쪽 다 책임이 있다는 결론이다.
부자 권력 승계 어렵다 61%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과 관련해 회자되고 있는 권력 승계에 대한 질문에선 순탄치 않을 것이란 의견이 높았다. 3남 김정은에게 권력이 안정적으로 넘어갈 가능성에 대해 응답자 중 25명(61%)이 '어렵다'고 봤다.
반면 순탄할 것이란 전문가들은 15명(37%)에 그쳤다. 권력 승계가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본 전문가들은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권력 승계를 북한 군부나 주민들이 쉽게 받아들이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붕괴 가능성을 낮게 본 전문가들은 김정일 체제가 견고하고, 마땅한 대안이 없다는 이유를 들었다. 김정일 위원장 권력 체제의 견고함이나 북한 주민이나 군부의 승계 인정에 대한 기준에서 의견이 갈린 셈이다.
김용현 교수는 "김정일 위원장이 건재한 만큼 권력 승계가 점차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다. 또 다른 이유로는 대안이 없고, 주변국들이 극도의 혼란을 원치 않을 것이란 의견을 내놓은 전문가들도 있었다.
반면 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북한 경제상황 악화와 김정일의 건강이 좋지 않다"는 것을 이유로 10년 내 붕괴 가능성을 높게 봤다.
당과 군부의 동향을 주요 변수로 꼽는 전문가들도 꽤 있었다. 신경환 경기대 교수는 "당과 군부의 지지가 미흡하다"고 분석했다.
나이도 어리고 군부 지지기반이 취약하다는 게 그 배경으로 꼽힌다. 익명의 전문가는 "이미 후방 군대는 김정은에 대한 불신이 높은 것으로 안다. 내분 소문도 있다"고 답했다. 북한 체제 변화에 관련해선 '체제 붕괴의 기준'에 대해 먼저 물었다. 내부 쿠데타나 봉기로 인한 정권 붕괴 15명(38%), 사회주의 체제 붕괴가 19명(47%), 국가 붕괴로 인한 흡수통일 5명(13%) 순이었다. 절반가량의 전문가들이 북한의 붕괴 기준으로 '사회주의 체제'를 꼽은 셈이다.
붕괴 가능성 희박 37%
붕괴 시점에 대한 예상은 3년 내 3명(7%), 5년 내 3명(7%), 10년 내가 19명(47%)이었고, 15명(37%)은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예상했다. 일단 절반이 넘는 전문가들이 붕괴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내다봤지만, 가까운 시기에는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본 셈이다.
붕괴 가능성을 높게 본 전문가들은 앞서 김정일의 건강 악화와 이에 따른 권력 승계가 순탄치 못할 것이라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명제선 중소기업공단 남북협력실 부장은 "국제적으로 3대 세습을 인정받기 어렵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그 밖에 혁명 1세대나 다름없는 김정일 위원장과 3남 김정은은 차이가 있고, 경제난으로 북한 주민들의 불신이 높다는 점도 거론됐다. 어렵게 권력 승계가 이뤄진다 하더라도 지금까지의 1인 통치 체제와는 다른 권력분점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본 전문가도 있다.
북한 내부 반발과 국제사회의 비판 역시 무시 못할 변수로 지목됐다. 구체적인 붕괴원인으로 후계 내분을 꼽은 전문가들은 28명(68%), 민중봉기와 쿠데타가 6명(15%) 등이었다.
반면 붕괴 가능성을 낮게 본 전문가들은 중국의 지원과 북 권력층이 생각보다 견고하다는 이유를 댔다. 고유환 교수는 "북중 동맹을 고려할 때 북한이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 내다봤다.
김병로 서울대 교수는 "북한의 사회구조와 의식수준으로는 정권과 체제에 대항할 만한 세력이 형성되기 어렵다"고 밝혔다. 임을출 경남대 교수 또한 "북한의 독특한 역사와 문화로 정권 지속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현 지도부가 군부를 확고하게 장악했다"고 평가했다. 중국의 존재와 김정일 체제의 견고함이 북한 체제의 급격한 붕괴는 막을 것이란 견해다.
붕괴 이후 중국 영향력 확대 가능성 높아
같은 맥락에서 북한 붕괴 이후 북한을 실질적으로 지배할 국가와 이익을 누릴 국가로 첫손에 중국을 꼽았다. 붕괴 후 북한을 실질적으로 장악할 수 있는 국가로는 중국이 30명(73%), 남한이 4명(10%) 순이었다. 북한 붕괴 후 이익을 누릴 국가로도 중국이 19명(47%)으로 1순위였다. 다음이 남한 13명(32%), 미국 4명(10%) 순이었다. 중국이 이익을 누릴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은 '이미 중국이 북한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는 이유를 들었다.
서문성 금강대 교수는 "중국의 영향력이 크다"라고 이유를 밝혔고, 신경환 교수 또한 "북한 주민의 중국 선호의식"을 꼽았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연구위원은 "북한의 대중국 의존이 심화하면서 각종 이권이 중국으로 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이 북한 시장을 사실상 점령했고, 붕괴 이후를 대비한 작전 계획도 완성돼 있다고 밝힌 전문가도 있다. 반면 남한을 꼽은 전문가들은 북한의 체제 붕괴 의미는 결국 흡수통일에 있고, 당사국 의사가 중요할 것이란 이유를 들었다.
결국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북한 정권이 붕괴할 경우 중국의 영향력 확대 가능성이 가장 큰 만큼, 한국도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미국 등 국제사회와의 공조 1순위
붕괴 시 남한의 조치에 대해서는 한미일 국제공조 강화가 15명(37%), 북한 새 지도부와의 대화 12명(29%), 난민보호 4명(10%), 경제지원 3명(7%), 군사파견 2명(5%) 순이었다. 일단 북한 붕괴 시 비상상황에서는 한미일 등 국제공조를 강화하고 만약의 사태에서도 북한의 지도부와 대화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나가야 한다는 주문이다. 한 전문가는 "중국의 개입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미국과의 공조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붕괴가 현실로 다가왔을 때를 대비해 취해야 할 조치에 대해서도 1순위로 한미공조가 꼽혔고 다음으로 경제협력, 통일기금 조성 등의 순이었다. 한미공조를 튼튼히 해 국제사회에서 북한 붕괴 시 남한의 영향력 확대를 승인받는 것과 동시에 경제협력과 통일기금 확대 등을 통해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높여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붕괴를 대비해 "일관된 포용정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정성장 수석연구위원은 "북한과의 고위급 채널 확보", 정봉렬 산업은행 부장은 "통일에 대비한 면밀한 비전과 플랜"을 주문했다.
■ 북한전문가 41인
강정모 경희대 교수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공원영 니혼게이자이신문 서울지국 기자 권태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김근식 경남대 교수 김병로 서울대 교수 김병찬 남북치의학교류협회 사무총장 김성한 고려대 교수 김영일 효원물산주식회사 대표이사 김용현 동국대 교수 김용호 연세대 교수 김의철 KB국민은행 건대역지점장 김희수 중소기업진흥공단 남북협력실 부장 명제선 중소기업진흥공단 남북협력실장 박중재 넬바이오텍 대표 백진숙 북한개혁방송 간사 서문성 금강대 통상행정학부 교수 신경환 경기대 경상대학 교수 신미녀 새롭고하나된조국을위한모임 대표 양문수 북한대학원 교수 유완영 유니코텍코리아 회장 윤석구 우리은행 부부장 이병화 국제농업개발원 원장 이봉조 전 통일부 차관 이상준 국토연구원 연구위원 이주철 KBS 남북협력단 연구원 이지현 노틸러스 ARI 연구원 임태빈 전 현대아산 고문 임순희 통일연구원 상임연구원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장명봉 북한법연구회장 장성장 세종연구소 남북한관계연구실장 정봉렬 산업은행 부장 조동호 이화여대 교수 조봉현 기업은행 경제연구소 연구위원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연구위원 최성환 대한생명 상무 추원서 산업은행 경제연구소 선임연구위원 허문영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익명 2명
[김병수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545호(10.03.0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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