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환의 필드 정복] 다시 점검하는 골프 그립


골프에서 그립같이 진부하면서 소홀하기 쉬운 것도 없다. 또 이것만큼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도 없을 것이다. PGA투어 프로와 골프 강사들은 골프 스윙 완성에서 그립이 가장 중요하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만약에 어떤 사람이 '강하면서 유연한' 손을 타고났다면 클럽 컨트롤의 잠재력이 남보다 월등할 것이다. 비록 감각이 무디고 빈약한 손을 가진 사람일지라도 그립 위치만 올바르게 배운다면 보다 유리한 경기를 할 수 있다.
그립의 중요성을 아는 골퍼가 몇이나 될까. 아마도 클럽의 중요성만큼 그립의 중요성을 생각해본 골퍼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립은 구질을 결정지을 뿐 아니라, 스윙 궤도에도 영향을 미친다. 그러므로 그립에 대한 정확한 지식과 올바른 그립 선택이 골프의 시작이라 할 수 있다. 그립 사이즈를 결정하기 위해서는 일단 손 크기와 클럽 샤프트의 굵기를 확인하고, 그 다음 그립 굵기와 중량을 확인하는 것이 가장 좋다.
그립 사이즈
먼저 손 크기는 세 번째와 네 번째 손가락의 길이로 표시할 수 있는데, 세 번째와 네 번째 손가락 사이에 자를 넣어 길이를 측정한다. 우리나라 남자 골퍼의 평균은 가운뎃손가락 80㎜ 정도, 네 번째 손가락은 72㎜ 정도다. 가운뎃손가락이 80㎜ 이상이면 스탠더드 사이즈를, 그보다 작으면 작은 사이즈의 그립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손가락과 손바닥의 비율이 보통일 경우). 손가락이 길어도 손이 두툼한 편이면 약간 가는 그립을 써야 한다.
그 다음으로 샤프트 굵기를 확인한다. 샤프트의 끝은 그립을 끼우는 부분으로 손잡이(Butt)라 하는데 이 부분의 굵기는 일반 여성과 주니어용이 1.42~1.47㎝(0.56~0.58인치), 그리고 일반 남성용이 1.47~1.52㎝(0.58~0.6인치), 체격조건이 더 큰 골퍼용이 1.52㎝(0.6인치)이다. 1.52㎝ 이상의 굵은 샤프트에는 웬만한 작은 그립을 끼워도 여전히 굵다. 스탠더드 사이즈의 손을 가졌다면, 샤프트 굵기 역시 1.42~1.52㎝를 선택해야 무난하다. 하지만 샤프트 굵기는 아마추어 골퍼로서는 선택할 수 있는 여지가 없다는 것이 아쉽다. 남성용 클럽의 평균 샤프트 굵기는 1.47~1.52㎝다.
마지막으로 그립 굵기와 중량을 체크한다. 그립 명칭 뒷부분에 560 혹은 580, 600, 간혹 570, 590이라고 표기돼 있는데 이는 해당 굵기 샤프트에 적합하게 제조된 것을 말한다. 하지만 그립은 탄성이 있는 고무제품이므로 차이가 큰 굵기 외에는 모두 사용이 가능하다. 비슷한 재질의 그립일 경우 중량이 가벼운 그립은 손이 작은 골퍼에게 적합하고 당연히 무거운 그립(50g 이상)은 굵은 그립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립 종류
(1) 양손 그립
오버래핑 그립(Overlapping grip)
왼손의 집게손가락 위에 오른손의 새끼손가락을 겹쳐 잡는 방법이다. 대부분의 골퍼들이 사용하고 있으며 스윙할 때 월등한 오른손의 힘을 억제해 양손의 힘을 균등하게 해줘 클럽 헤드의 방향을 컨트롤한다(사진 2).
인터로킹 그립(Interlocking grip)
왼손 집게손가락을 오른손 새끼손가락으로 휘감아 합친 방법이다. 이 그립은 두 팔이 하나로 된 느낌이 들어 잡기 쉽고 안정감이 있다. 스윙할 때 느슨해질 걱정이 없어 공을 강하게 칠 수 있다. 손이 작거나 비교적 힘이 약한 여자들에게 유리하다(사진 3).
내추럴 그립(Natural grip)
야구방망이를 쥐듯 좌우 10개의 손가락을 모두 사용해 쥐는 방법으로, 일명 '베이스볼 그립'이라고도 한다. 이 그립은 인터로킹 그립보다 더 강하게 쥘 수 있는 것이 특징이지만, 클럽에 지나치게 힘이 들어가기 때문에 공 방향을 조절하기가 어렵고 임팩트의 균형이 깨지기 쉽다. 힘이 약한 골퍼에게 적합하다(사진 4).
(2) 왼손 손등 모양에 따른 그립
스퀘어 그립(Square grip)
오버래핑 그립은 공이 빗나가는 확률이 적어 가장 많이 사용되는데 이것을 더 충실하게 한 것이 스퀘어 그립이다. 스퀘어 그립은 굴절이 적기 때문에 그립의 기본이라고 할 정도로 많이 사용한다. 이 그립은 샤프트의 센터라인 바로 위에 왼손의 엄지손가락을 오른쪽으로 약간 어긋나게 대고, 클럽을 쥐었을 때 엄지손가락과 집게손가락이 만나는 지점에 생기는 V자형이 자신의 턱을 가리키게 된다. 신체 어디에도 무리한 힘이 들어가지 않는 그립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힘을 발휘할 수 있으며 임팩트에서 클럽페이스가 직각으로 돌아가 공이 크게 휘지 않는다. 따라서 자유자재로 공을 컨트롤할 수 있기 때문에 훅 공(왼쪽으로 휘는 공)을 걱정하는 골퍼들에게 유리하지만 강한 스윙은 할 수 없다(사진 5).
훅 그립(Hook grip)
왼손 손등을 스퀘어 그립보다 더 오른쪽으로 돌려 왼손 손등이 위로 향하게 잡은 모양으로 V자형이 자신의 턱과 오른쪽 어깨의 중간을 가리키게 한다. 훅 그립은 강한 스윙을 할 수 있지만 훅 볼이 되기 쉽다. 왼손 손등이 밑을 향하고 오른손을 위에서 감싸는 방법으로, 이 그립은 비거리가 잘 나지 않는 골퍼들에게 적당한 그립 방법이다(사진 6).
(3) 손가락에 따른 그립
핑거 그립(Finger grip)
클럽 샤프트의 그립 부분을 손가락 끝으로 쥐는 방법으로 손목 활동이 자유롭지만 끝으로 공을 치기 쉽다. 동양인처럼 손이 작은 사람이나 여성, 나이 많은 사람, 힘이 약한 사람에게 알맞은 그립이다. 힘이 약한 사람은 기본형 그립으로는 손목을 젖히기 곤란하지만 이 그립은 젖히기 수월해진다.
잡는 방법은 왼손의 새끼손가락 제2관절을 샤프트의 중심선 아래에 대고 샤프트를 감싸듯이 하고, 다음에 약지, 중지, 인지의 제2·3관절 사이에 샤프트가 닿도록 쥔다. 엄지손가락은 샤프트의 중심선을 오른쪽으로 벗어난 위에서 누른다. 또한 오른손은 새끼손가락을 왼손의 인지 등 쪽에 대고 약지, 중지는 제2관절을 샤프트의 아래쪽에 대고 쥔다. 인지는 갈고리 모양으로 구부리고 제3관절이 샤프트의 중심에 닿도록 한다. 엄지손가락은 밑동의 볼록한 부분을 왼손의 엄지손가락으로 감싸, 옆면 부분으로 샤프트를 누르듯이 한다.
이렇게 만든 그립은 왼손과 오른손의 엄지손가락과 인지로 형성된 V자형의 각도가 오른쪽 어깨를 향하게 한다(사진 7).
팜 그립(Palm grip)
팜 그립은 그립 부분을 왼손 새끼손가락, 약지, 중지의 차례로 쥐는 방법이다. 엄지손가락은 샤프트의 중심선보다 왼쪽에 놓는다. 오른손 새끼손가락을 왼손의 인지 등에 대고, 약지와 중지의 제2·3관절의 사이를 샤프트 아래에 댄다. 인지는 제3관절이 샤프트에 닿도록 쥔다. 이렇게 만든 그립의 왼손과 오른손의 엄지손가락과 인지로 형성된 V자형의 각도는 왼쪽 넓적다리의 앞에서 잡았을 때 왼쪽 어깨를 향하게 된다. 이 팜 그립은 특히 손목 힘이 강한 사람이게 적당하다. 또한 훅 볼을 치는 사람들은 이 그립을 사용하면 공이 휘어지는 것을 고칠 수 있다.
[김재환 프로골퍼 싸이프레스매니지먼트 대표(현)]
※ 저서: 프로골퍼 김재환의 골프가이드, 필드정복 프로젝트 등 다수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536호(09.12.2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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