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대율 규제 부활.. 은행 손실 고객전가 우려

은행 간의 외형 경쟁을 막기 위해 부활되는 예대율 규제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은행들은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줄곧 자산건전성 강화에 주력해 왔다며 크게 걱정할 게 없다는 반응이다. 그러나 정작 고객들에게 불똥이 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예대율 강화로 인한 부담을 은행들이 고객에게 전가할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12년 만에 되살아나는 예대율 규제=정부는 지난 10일 '2010년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하면서 "은행의 자금 조달·운용 구조 안정화를 위해 은행 예대율 관리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외환시장 불안의 주요 원인이었던 은행권에 대한 외국 언론과 투자자들의 불신을 막기 위해 예대율을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예대율 규제는 지난 1998년 11월 규제 완화 차원에서 폐지됐었다.
예대율은 대출금을 예수금(원화 기준)으로 나눈 값으로 이 비율이 100%를 넘으면 은행이 고객에게서 받은 수신액에 비해 지나치게 대출을 늘렸다는 의미다. 국내 은행들은 과거 수년 동안 외형 확대를 위해 대출경쟁을 벌였고 예대율은 2007년 이후 100%를 넘었다.
◇은행 "걱정없다"=13일 금융감독원과 대신증권에 따르면 양도성예금증서(CD)를 포함하고 말잔 기준으로 계산한 국내 은행의 평균 예대율은 9월 말 현재 97.6%로 안정권이다. 그러나 재도입되는 예대율 규제는 시장 변동성에 노출된 CD를 빼면서 기간 평균잔액을 기준으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 새 기준을 대입하면 예대율은 113.3%로 껑충 뛴다. 시중은행들은 앞으로 9.2∼27.0% 포인트가량 예대율을 줄여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러나 은행들이 받을 충격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금융위기로 건전성 관리의 중요성을 자각하면서 정부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대출을 지속적으로 억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내 예금은행은 2008년 대출(기업+가계)을 103조2701억원 늘렸는데, 올해 들어선 그 절반도 안되는 45조7842억원(-55.7%)에 불과하다. 같은 기간 104조3407억원에서 63조1151억원으로 39.5% 줄어든 예수금 감소 폭보다 더 크다. '국제 금융규제 논의에 맞추겠다'는 정부 설명처럼 예대율 규제가 곧장 시행되는 게 아니라 점진적으로 적용될 가능성이 높은 것도 위안거리다.
◇대출 부담 커질 가능성 다분=그러나 고객들은 안심할 처지가 아니다. 먼저 은행들이 예대율을 낮추는 방법 중 하나인 '대출 줄이기'가 강화될 수 있다. 또 다른 방법인 '수신(예금) 늘리기'도 고객입장에선 달갑지만은 않다. 예금금리가 올라가는 측면이 있지만 그만큼 늘어나는 은행들의 자금조달비용을 고객들이 떠안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LIG투자증권 유상호 연구원은 "은행들이 예대율 100% 준수를 위해 CD로 충당되는 부분을 일반 수신으로 대체할 경우 4대 은행의 순이자마진(NIM)은 0.06∼0.09% 포인트 떨어질 것"이라며 "그러나 여신금리 조정을 통해 충분히 상쇄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증권 김재우 연구원은 "은행이 대출 산정 기준값을 현행 CD금리에서 평균조달금리로 바꾼다면 은행들의 증가된 자금조달비용이 소비자에게 고스란히 전가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정현 기자 kjhy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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