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진선의 동물 이야기] 시푸 사부 렛서팬더

쿵푸팬더의 시푸 사부를 기억하는가? 몸집은 작지만 강렬한 카리스마로 주인공 포를 제압했던 그가 렛서팬더다. 자이언트팬더와 마찬가지로 대나무 잎을 먹고 살고 대나무 가지를 단단히 붙잡기 위해 앞발에는 가짜 엄지발가락을 하나 더 가지고 있다. 발가락이 6개인 셈이다. 그렇다고 자이언트팬더와 가까운 동물이라고 말하기는 좀 어렵다. 붉은 털과 복슬복슬한 꼬리를 보면 미국너구리같기도 하고, 걸음걸이는 곰과 비슷하고, 얼굴은 고양이를 닮았다. 그래서 목소리 큰 학자들의 주장에 따라 팬더과가 되기도 하고 미국너구리과가 되기도 했다가 최근에 와서야 염색체의 DNA를 분석해서 렛서팬더과(科)로 새롭게 분류되면서 학자들 간에 오랜 논쟁도 정리가 됐다.
렛서팬더는 히말라야 남서쪽 산맥과 중국 쓰촨성 지역에 살며 번식기를 제외하면 거의 혼자서 지낸다. 렛서팬더의 번식률은 매우 낮다. 섬유질은 높고 열량은 낮은 대나무 잎을 먹고 살기 때문에 많은 새끼를 낳을 수 없다. 그래서인지 암컷에게 발정은 일년에 한 번밖에 오지 않는다. 다행히 교미에 성공하면 수정란은 자궁에 착상하지 않고 배아상태로 떠다니다가 새끼를 기르기 좋은 시기가 되면 자궁에 착상을 하고 그때부터 태아가 자라기 시작한다. 임신기간은 90∼150일이지만 실제로 태아가 자라는 기간은 50일 정도밖에 되지 않는 셈이다. 어미는 새끼에게 젖을 주기 위해 평소 먹는 양의 3배에 달하는 대나무 잎을 먹는다. 간혹 도토리나 식물의 뿌리를 먹고 드물게 새알을 먹기도 하지만, 주식은 역시 대나무 잎이다. 그럼 렛서팬더는 육식동물이 아니라 초식동물인가? 아니다. 사람이 채식만 한다고 초식동물이 되지 않듯, 식물성 먹이를 먹어도 렛서팬더는 육식동물이다. 어떤 먹이를 먹느냐를 떠나서 조상이 육식동물이었고 그 조상이 먹이를 사냥하던 습관을 아직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자이언트팬더와 마찬가지로 렛서팬더도 멸종위기에 있다. 동물원에서도 그 대접이 남다르다. 유난히 더운 여름을 견디기 힘들어하는 렛서팬더를 위해 에어컨을 설치해주고 겨울에는 난방도 해준다. 서울에 나지 않는 대나무 잎은 전라남도 지방에서 공급받아 주며, 내년에는 귀여운 새끼가 태어나기를 손꼽아 기다린다.
서울동물원 동물운영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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