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 사돈 되는 정기련 보락 사장

2009. 9. 30. 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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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증시에서 가장 화제가 되고 있는 기업 중 하나가 '보락'이다. 이름도 생소한 보락은 9월 8일 2835원이던 주가가 1주일 새 급상승 곡선을 그리더니 9월 17일에는 무려 7710원까지 올랐다. 지난 3년 동안 보락 주가가 2000원대 초반 이상으로 올라간 적이 없었던 점을 감안하면 가히 경천동지할 일이다.

덕분에 9월 17일 기준 보락 시가총액은 924억원이 됐다. 보락의 지난해 매출액은 187억원. 신종플루 영향으로 보락에서 생산하는 손소독제 원료가 각광을 받고 있다거나, 식품첨가물업체에서 바이오업체로의 변신이 기대된다는 등 다양한 원인 분석이 나오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뭔가 모양새가 맞지 않아 보이는 수치들이다.

보락이 이처럼 인생의 최고 봄날을 맞이한 가장 큰 이유는 정기련 보락 사장(55) 큰딸인 정효정 씨의 결혼 소식이 들린 덕분이다. 정 사장은 딸만 둘을 뒀다. 그중 장녀인 정효정 씨가 LG가 구광모 씨와 결혼한다는 소식이 퍼지면서 주가가 천정부지로 오르기 시작했다. 결혼설이 사실로 판명 난 9월 10일부터 17일까지 보락 주가는 6일 연속 상한가를 이어나갔다.

구광모 씨가 누군가. 현재 LG전자 과장으로 휴직 상태인 구광모 씨는 78년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과 강영혜 여사 사이에서 태어났다. 구본능 회장은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바로 아래 동생. LG그룹을 이끌고 있는 구본무 회장은 딸만 둘을 뒀다. 장녀인 구연경 씨(78년생) 위로 75년생 아들 구원모 씨가 있었지만 94년 급작스럽게 사망했다. 유교적 가풍이 강하게 남아 있는 LG가 정서에 맞춰 구본무 회장은 2004년 가족회의 끝에 조카인 광모 씨를 양자로 입적했다. 구광모 씨를 구본무 회장 뒤를 이을 후계자로 점찍었다는 의미. LG그룹은 구인회 창업주, 구자경 명예회장, 구본무 회장 등 장자승계 원칙을 철저히 지켜왔다. 현재 가문의 장자인 구광모 씨가 후계자가 되는 게 당연지사다.

명실상부 그룹 후계자가 된 구광모 씨는 이후 LG그룹 지주회사인 (주)LG 지분을 꾸준히 늘려 현재 4.67%를 보유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친인척인 구자혜, 구자영 씨 등이 보유한 지분을 대량 사들이는 방식으로 지분을 늘렸다. 결과적으로 구본무 회장, 구본준 LG상사 부회장,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에 이어 4대주주가 됐다. 차근차근 그룹을 이어받을 준비를 하고 있는 셈이다.

게다가 최근 스탠퍼드대 MBA 과정을 마친 구광모 씨는 조만간 회사에 복귀할 예정이다. 회사에 복귀하면서 결혼도 하는 만큼, 이제부터 본격적인 경영수업을 받지 않겠느냐는 시선이 팽배하다. 호사가들은 이를 두고 '바야흐로 LG그룹 4세 경영 시대가 도래했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매출액 187억, 시가총액 924억

10월경 결혼식을 올릴 것으로 예상되는 구광모 씨와 정효정 씨는 이미 약혼식을 마쳤다. 두 사람은 미국 뉴욕에서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97년 한양대에 합격한 구광모 씨는 그러나 바로 뉴욕주에 위치한 로체스터인스티튜트 공과대학으로 유학을 떠났다. 정효정 씨는 2004년부터 2006년까지 뉴욕에서 공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로 다른 시기지만, 뉴욕이란 거점을 매개체로 두 사람이 만났고 연애 끝에 결혼에까지 이르렀다는 게 외부에 발표된 대략의 스토리다.

이처럼 재벌가와의 혼사와 주가 급등이라는 겹경사를 동시에 품에 안은 정기련 보락 사장은 정규영 보락 창업주 큰아들이다.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후 미국 한 대학에서 MBA를 마치고 돌아와 90년에 보락 사장이 됐다.

정기련 사장 외 6인이 49% 지분을 갖고 있는 보락은 1959년 영등포구 신길동에서 한국농산공업이라는 이름으로 시작됐다. 63년 보락향료공업주식회사로 이름을 바꿨다가 89년 지금의 '보락'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태어났다. 그해 11월에는 상장도 했다. 현재 경기도 화성시에 본사와 공장이 있고, 서울에 사무소가 있는 전형적인 중소기업이다.

보락의 지난해 매출액은 187억원. 영업이익 8472만원, 당기순이익은 1억9392억원에 불과하다. 그나마 2007년 실적에 비하면 크게 개선된 수준이다. 2007년 매출액은 151억원. 그해 각각 9억8876만원과 12억4079만원의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이처럼 2007년 실적이 좋지 않았던 까닭에 대해 이종무 보락 IR팀장은 "2005년에 시작했던 자일리톨 원료사업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롯데제과의 자일리톨껌이 대히트를 치면서 경쟁사들도 부랴부랴 자일리톨껌시장에 뛰어들었다. 껌 베이스를 생산해 해태제과, 오리온제과 등에 납품하는 보락 역시 자일리톨 생산을 시작했다. 그러나 워낙 롯데자일리톨껌 아성이 강력했던 터라 경쟁사 제품은 크게 재미를 보지 못했고, 자일리톨 원료에 심혈을 기울였던 보락 역시 큰 타격을 입었다. 그 영향이 2007년까지 미쳤다.

껌 베이스는 보락 매출액의 20%를 차지한다. 이외에 향료와 색소 부문이 28%, 원료의약품이 매출액의 45%를 차지한다. 품목별 시장점유율을 보면 지난해 기준 향료 15%, 껌 베이스 25%, 색소 30%, 원료의약품 35% 등이다.

향료사업은 식품에 첨가하는 각종 향을 의미한다. 보락의 주요 생산 품목은 파인애플향. 박카스나 비타500 같은 음료에 주로 들어간다. 색소 관련해서는 식품에 들어가는 다양한 천연색소를 만들어낸다.

보락 매출액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원료의약품 관련 보락의 대표 생산 품목은 '파크리탁셀'이라는 항암제 원료다. 97년 특허실시권을 사들여 제품을 생산한 뒤 신풍제약 등 제약사에 납품한다. 쑥에서 주요 성분을 추출한 '애엽'도 대표상품. 쑥은 예로부터 소화에 도움이 되는 식품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제약사는 애엽을 사들여 소화제를 만드는 데 활용한다. 캡슐이 위장에 들어가 녹을 수 있게 해주는 원재료 'CMC칼슘' 역시 보락의 주요 생산 품목이다. 최근 화제를 모으고 있는 손소독제 원료는 일본 회사인 사라야코리아에 전량 납품된다. 사라야코리아에서는 이 원료로 손소독제를 만들어 시판한다. 보락이 신종플루 테마주에 포함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화산CC 등 계열사 3개

한편 보락은 중소기업 덩치에 다소 어울리지 않게 3개의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다.

그중 식품첨가물 수입업체로 보락과 비슷한 외형을 자랑하는 남영상사는 정기련 사장이 대표를 겸임한다. 보락이 식품첨가물을 국내에서 직접 생산한다면, 남영상사는 수입을 하는 이중 구조. 결국 정 사장은 식품첨가물 유통시장에서는 무시할 수 없는 대표 주자라 할 수 있겠다.

일반인에게 가장 유명한 계열사는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18홀짜리 골프장 화산CC를 운영하는 화산개발이다. 정기련 사장 외 1인이 지분의 83%를 보유하고 있는, 정 사장 개인 회사라 봐도 무방하다.

신소재 연구개발을 한다는 명목으로 97년에 설립된 바이오앤진 대표는 정기련 사장 남동생인 정수련 대표다. 정규영 보락 창업주는 2남 1녀를 뒀는데, 그중 2남인 정기련 사장과 정수련 대표가 모두 가업을 이었다.

현재 보락의 1대주주는 20.46% 지분을 보유한 정기련 사장이지만, 정수련 대표 역시 13.08%를 갖고 있는 2대주주다. 한동안 보락에서 전무로 일했던 정수련 대표가 자기 사업을 해보겠다며 독립해 나간 업체가 바로 바이오앤진이다.

한편 보락 주가가 하늘을 찌를 듯 급상승하면서 거래소는 지난 9월 14일 보락을 투자경고종목으로 지정한다고 예고했다. 그러나 이 같은 조치에도 아랑곳없이 여전히 보락 주가 그래프는 가파른 우상향 곡선이다. 이와 관련 한 증권사 스몰캡팀 애널리스트는 "매출액 187억원 기업이 시가총액 900억원을 넘어선 것은 말도 안되는 상황"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김소연 기자 sky6592@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525호(09.09.30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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