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명가 ①] 배고픈 서민 음식 칼국수, 청와대 오찬에 오르다

방수진 2009. 9. 23.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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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S 방수진]

배고픔을 달래주던 서민들의 별미음식인 칼국수. '서민과 함께 하는 대통령'의 이미지와 맞아떨어지면서 청와대 오찬 음식으로 등장하기도 한다.가장 빛을 발한 건 유난히 칼국수를 좋아했던 김영삼 전대통령 시절. 칼국수 전담 요리사를 청와대로 불러들였다는 얘기까지 있다. 김전대통령은 압구정동에 있던 '소호정(현재는 양재동)'을 즐겨 찾았는데, 그 맛에 반해 소호정 사장인 김남숙여사(작고)를 불러 청와대 오찬으로 칼국수를 만들어줄 것을 부탁했다는 것.소호정 임동렬(60) 2대 사장은 "취임 후 첫 장관 대접식사는데 하루 전날 밤 청와대에서 연락이 왔다. 어머니는 곧바로 주방 아주머니 몇 분을 데리고 가 아침까지 육수를 끓이고 국수를 썰어냈다"고 말했다. 또한 임사장은 "칼국수를 끓이는데 들어간 돈이 20만원이 채 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또한 김전대통령은 성북동에 위치한 국시집 (02-762-7282)도 즐겨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두환 전대통령도 개인적으로 연희동의 연희손칼국수(02-333-3955)를 자주 이용했다. 연희손칼국수의 한 직원은 "손님 접대가 있는 날이면 사람들을 시켜 칼국수 면과 국물을 따로 포장하고 김치도 싸갔다"고 회상했다.이명박 대통령은 신사동에 위치한 국시집 소람(02-720-4470)을 즐겨 찾는다. 소람의 박승미(41)이사는 "이대통령이 선거활동을 할 때 선거본부가 근처에 있어 단골이 됐다"며 "친구 모임을 이 곳에서 열기도 하고, 김윤옥 여사와 함께 종종 찾았다"고 설명했다.

밀가루 반죽을 칼로 썰어 국물에 끓여먹는 음식 칼.국.수. 간편하고 손쉬워 보이지만 조리법과 재료에 따라 맛이 천차만별 달라지는 개성 넘치는 메뉴다. 밀가루만 쓰는 집과 콩가루를 섞어 쓰는 집이 따로 있고, 닭 ·소고기·멸치·해물 등 육수를 내는 재료도 각양각색이다.

호호 불어 후루룩 면발을 빨아들이다보면 어느새 그릇 바닥이 보이는 서민 음식 칼국수. 그러나 한 때는 청와대 오찬의 단골 메뉴인 적도 있었다. 어떤 국물로 끓이느냐에 따라 닭·사골·멸치·바지락·버섯 등 5가지 칼국수로 나눠 명가를 찾아다녔다.

지역색 뚜렷한 칼국수

칼국수만큼 지방색 뚜렷한 음식도 없다. 육수와 면발 모두 지역적 특성에 따라 조금씩 차이를 두는 까닭이다. 농촌지역에서는 닭으로 육수를 만들어 애호박과 감자 등을 넣어 끓이는 것이 일반적이고, 산간지방에서는 멸치로 장국을 내 먹는다. 해안지방에서는 흔히 구할 수 있는 바지락으로 칼국수를 끓이고, 내륙 에서는 사골이나 고기로 육수를 우려 내 곱게 썰어 볶아 낸 호박나물과 쇠고기 고명을 얹어 먹는다.

강원도식 칼국수는 멸치에 마늘, 파 등을 썰어 넣어 끓인 국물에 고춧가루를 풀어 얼큰하게 먹는다. 맛칼럼니스트 황영철(40)씨는 "강원도 사람들은 어떤 음식이든 고추장을 풀어 얼큰하게 즐기는 것을 좋아한다"며 "칼국수의 육수까지도 그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한다. 전통 경상도식 칼국수는 멸치국물로만 국물을 낸 깔끔한 방식이다.

칼국수는 여름 별미였다

겨울 음식일 것같은 뜨끈한 칼국수. 그러나 예상과 달리 칼국수는 여름 별미였다. 이유는 밀의 수확시기와 관련이 깊다. 밀 농가에선 음력 6월경 밀 수확을 끝내고 갓 나온 햇 밀을 갈아 별미로 칼국수나 수제비를 만들어 먹었던 것. 할머니 칼국수의 강전석(80)할머니는 "촌(농촌)에서는 밀 농사를 많이 지었다. 햇밀을 곱게 빻아 반죽해서 포대자루 위에 놓고 개떡도 해 먹고, 조금씩 뜯어 수제비도 만들어 먹곤 했다"고 회상했다.

소호정의 임동렬(60)사장도 "안동에서는 국수를 찬 물에 씻쳐 시원하게 먹기도 했고, 따끈한 국물에 말아먹기도 했다"고 말했다. 일산칼국수의 황경순(80)할머니는 "여름이면 일산 5일장에선 포장을 친 간이 칼국수 집이 서곤 했는데 손으로 쓱쓱 돌려 가느다란 국수 면을 뽑아 즉석에서 팔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 > 2편에 계속

글= 방수진 기자 [fomay@joongang.co.kr]사진= 조용철 기자 > > 백년명가 시리즈 더 보기 [백년명가 ①] 배고픈 서민 음식 칼국수, 청와대 오찬에 오르다 [백년명가 ②] 칼국수 명가의 맛의 비결 [백년명가 ③] "칼국수집 김치, 조미료 안 넣고 맛 낼 자신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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