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담 경방타임스퀘어 대표 "'타임스퀘어'로 경방 역사 새로 썼지요"



영등포 하면 좁은 골목, 빽빽이 들어선 공장과 상가 건물 등이 떠오르기 십상이다. 하지만 이런 인식은 단번에 깨질 듯하다. 영등포동 일대에 연면적 37만㎡에 달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복합쇼핑몰 '타임스퀘어'가 들어서기 때문이다. 대역사의 주역은 90년 전통의 경방그룹을 이끌고 있는 김담 대표(44)다. 김 대표에게 타임스퀘어 준공까지의 사연과 경방의 미래를 들어봤다. 직접 와서 보니 규모가 정말 큽니다.저희들이 보기에도 너무 넓어서 고객 불만사항이 생길 수 있겠다고 생각할 정도입니다. 주차장 면적이 넓으니까 주차를 어디에 했는지 잘 모를 수 있어요. 그래서 주차장 입구, 엘리베이터 등에도 내 차가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있는 주차위치확인 시스템을 가동하는 등 신경을 많이 쓰고 있습니다. 큰 규모만큼 기대도 큽니다. 개장 후 폭발력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타임스퀘어는 영등포동 일대의 경방 소유 부지에 세워진 37만㎡의 최대 규모 복합쇼핑몰입니다. 일본 도쿄의 명물로 자리 잡은 미드타운이나 홍콩의 퍼시픽플레이스처럼 국내에서는 찾을 수 없었던 유통 중심의 최첨단 복합단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8월 개장 예정이었다가 9월로 미뤄졌는데 어떤 이유에서였습니까.교통영향평가가 저희 생각만큼 쉽지 않았습니다. 서울시의 '2020 도시기본계획'에 따라 건축 허가를 받긴 했습니다만 시 차원에서 부도심권 도로망과 관련해서는 간선도로인 경인로를 얼마나 넓힐지 등 도시계획선을 아직 긋지 못하고 있었지요. 영등포 부도심권 개발계획이 90년대 말 기획됐는데 도로 폭을 놓고 계속 고민하고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런 와중에 대형 상업시설이 들어오다 보니 교통영향평가가 좀 더 심도 있게 진행돼야 했던 것 같습니다. 관련 공무원들이 많이 와서 실사했는데요. 직접 고용만 1만명, 간접 고용까지 하면 수만 명 규모의 시설인 만큼 서울시도 압박을 많이 느꼈을 겁니다. 여러 타협점을 찾아서 결국 3주 만에 승인을 받았습니다. 인근에 롯데백화점, 중소형 쇼핑몰 등이 있어 포화된 상권에서 출혈경쟁하는 건 아니냐는 지적도 있는데요.대규모로 문을 열어 화제가 됐던 부산 신세계센텀시티 옆에 롯데백화점이 있어요. 처음엔 '롯데백화점이 힘들겠구나'란 전망이 우세했어요. 그런데 센텀시티가 문을 열자 롯데백화점 역시 매출이 더 늘었다고 합니다. 문제는 개별 유통 브랜드가 아니라 '상권 자체가 얼마나 가볼 만한 곳이냐'입니다. 부산 센텀지구 사례처럼 광역 상권이 되면 인근 지역은 물론 멀리에서도 찾아오게 돼 있어요. 영등포 지역도 마찬가지예요. 유동인구가 풍부하고 인천, 부천 등과도 가까워 많은 사람들이 올 수 있는 지역입니다. 한정된 파이를 나눠먹는 게 아니라 타임스퀘어가 파이 자체를 키웠다고 보는 게 맞아요. 롯데백화점도 최근 리뉴얼하고 있어 고객 입장에서는 여러 곳을 둘러볼 수 있는 즐거움이 있을 겁니다. '완전임대' 형식은 새로운 방식인 것 같은데요.사실 처음부터 이렇게 구상한 것은 아닙니다. 개인적으로 일본계 회사에서 무역업에 종사했습니다. IMF 외환위기 때였는데요. 그때 부친께서 경영에 참여하라고 부르셨어요. 당시엔 지금보다 경방 계열사가 더 많을 때였는데 주로 저는 구조조정 작업에 관여했어요. 그 과정에서 회사 규모는 줄었지요. 새로운 사업모델을 개척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었어요. 그러다 보니 회사 가치를 다시 들여다봤어요. 주력인 섬유사업은 꾸준한 면이 있기 때문에 계속 가져간다고 봤을 때 또 다른 회사의 저력은 어디에 있을까를 보다 보니 매출 등 외형에 비해 자산은 제법 많다는 결론이 났어요. 그렇다면 여기에서 어떻게 부가가치를 극대화할 것이냐를 놓고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사실 이 땅이 1919년 경성방직 시절부터 보유하고 있던 땅이다 보니 애착이 갈 수밖에 없었어요. 그래서 땅을 팔지 않고 새로운 개념의 쇼핑몰을 해보자고 해서 외국 사례를 많이 찾아봤어요. 국내에서 흔히 쇼핑몰 개발사업이라고 하면 분양으로 자금을 확보하는 식인데 외국은 다르더라고요. 쇼핑몰의 일관성을 위해 분양 광고로 투자자를 모으는 방식이 아니라 일본이나 홍콩의 성공모델처럼 부지와 건물은 경방이 소유한 채로 각 업체들에 임대를 해주고 운영·관리만 맡는 방식으로 가자는 결론을 냈어요. 신세계백화점 예를 들면 백화점 경영 전권은 신세계가 갖고 전체 수익의 56%는 경방이, 신세계백화점이 44%를 갖는다는 개념입니다. 결과적으로 잘했다고 봐요. 앞으로는 이런 모델이 한국에서도 자리 잡을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IMF 외환위기 당시 구조조정 얘기를 잠시 하셨는데, 우리홈쇼핑 매각을 주도하는 등 그간 기업 체질 개선을 꾸준히 해오셨습니다.혹자는 우리홈쇼핑을 적기에 잘 팔아 1조원을 현금화했으니 'M&A의 귀재'라고도 평가하더군요. 이는 사실과 거리가 먼 얘기입니다. 저는 솔직히 그때그때 상황에 맞게 최적화한 답을 내려고 노력한 것인데 그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던 겁니다. IMF 외환위기 이전에는 경방그룹이 사업다각화 차원에서 많은 사업들을 했어요. 계열사 경방기계가 있었는데 대우자동차와 폴란드에 동반 진출해 주물공장을 인수하기도 했고 미국에서는 배터리업체를 인수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결과적으로 잘 아는 분야가 아니라는 생각에 이사회를 통해 정리하기로 결정했어요. 홈쇼핑사업은 달랐어요. 유통 부문에 경방필백화점이 있었는데 단독 점포이면서 브랜드 입점도 안되고 있던 때였지요. 점포를 많이 갖고 있는 것보다 새로운 유통 방식인 홈쇼핑이 구매력을 단기간에 키우는 데 효과적일 것 같았어요. 우여곡절 끝에 사업권을 따냈지요. 사업은 기대 이상으로 잘됐어요. 자본금이 500억원인데 영업이익이 800억원씩 들어올 때도 있었지요. 성장률도 높았고 후지TV와 제휴도 했었습니다. 하지만 컨소시엄 형태다 보니 우호지분까지 다 합쳐도 50%를 넘기는 게 쉽지 않았어요. 게다가 케이블TV 채널권을 갖고 있는 업체로부터 적대적 M&A 시도가 들어오는 등 여러 가지로 복잡한 일이 많았어요. 그래서 몸값이 높을 때 대기업에 팔자고 해서 2006년 롯데그룹에 매각하게 된 겁니다. 타임스퀘어는 2000년 초반부터 기획하던 일이었는데 매각한 덕분에 더욱 쇼핑몰사업에 매진할 수 있어서 나쁘지 않았습니다. 지난해 금융위기가 찾아오면서 대형 프로젝트파이낸싱(PF)사업들이 많이 곤란을 겪었습니다. 타임스퀘어는 이런 어려움이 없었는지요.사실 타임스퀘어 착공을 하려고 준비 중이던 2006년만 해도 시중에 자금이 넘쳐나던 때였습니다. 은행들이 서로 저리로 빌려주겠다고 앞 다퉈 찾아오던 때였어요. PF 제안도 많이 했고요.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저희는 우리홈쇼핑 매각으로 현금 유동성이 풍부했어요. 따라서 대개 지분을 받거나 분양의 이익금을 나누는 방식의 PF라기보다는 저리로 단순 차입하는 형식이었지요. 공사비는 아직 최종 정산은 안됐습니다만 약 6000억원이 들었는데요. 신한, 하나, 국민은행으로부터 3000억원 정도 차입했습니다. 임대매장으로부터 수입이 600억원 정도로 예상되므로 차입금을 다 갚는 기간을 5~7년 정도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하드웨어보다 운영하는 방식 즉 소프트웨어가 중요할 듯합니다.신세계백화점, 메리어트호텔 등 대형 업체들이 입점해 있어서 많은 위안이 됩니다. 고객관리, 이벤트 등 자체적으로 워낙 잘하는 업체들이라 저희가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될 듯합니다. 사실 이 프로젝트를 추진한 경방 직원들은 14명이 전부였습니다. 지금은 신입사원들을 좀 뽑아 약 50명이 됐는데 그래도 많지는 않지요. 그런데 어떻게 이 사업을 성공시켰느냐고 하시는데 우리가 직영하는 모델을 만들지 말자는 원칙을 지키다 보니 그리 된 겁니다. 내부적으로 판매원을 고용하고 문화센터를 운영하는 식의 노하우를 쌓는 것도 중요하지만, 저는 외부 전문업체나 전문가들을 통해 더 많이 배웁니다. 그래서 인건비보다 용역비를 더 많이 쓰는 겁니다. 37만㎡ 중 저희가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곳은 이벤트홀 말고는 없습니다. 이곳에서는 입점 브랜드들이 이색상품을 선보일 수도 있고요, 외부 브랜드들의 경연장이 될 수도 있어요. 목표는 '재밌는 매장을 만든다'니까 지켜봐주세요. 올해로 경방이 90주년인데 향후 어떤 행보를 보일 예정입니까.경방은 1919년 경성방직이란 이름으로 순수 국내 자본을 바탕으로 출범했습니다. 경방은 법인 1호이자 상장기업 1호로 전통이 있는 기업입니다. 섬유사업은 포기하지 않고 계속 이어나갈 겁니다. 혹자는 사양산업이라고 하는데요. 섬유산업으로 먹고사는 사람들이 여전히 정말 많습니다. 성장률이 낮다고 하지만 외환위기, 금융위기 등 대외 사정이 안 좋을 때도 다른 업체들처럼 성장률이 내려가지 않아요. 어렵고 힘들어도 수익을 낼 수 있는 사업이고 더군다나 잘 아는 사업이라 베트남 공장 건설, 최신 설비 도입 등 투자를 계속하고 있어요. 투자가 완료되고 시스템이 안착하는 연말쯤부터는 섬유사업에서도 흑자가 나오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타임스퀘어도 큰 축으로 갈 겁니다. 현재 타임스퀘어는 주식회사 경방의 타임스퀘어 사업부에서 추진하는데요. 조만간 독립법인화할 생각입니다. 당장은 양도세 등의 법적 문제가 걸려 있는 만큼 인적분할, 물적분할 등의 길을 열어놓고 절차에 따라 독립법인으로 전환해서 제2호점, 3호점을 순차적으로 내는 데 주력하려 합니다. 이런 프로젝트는 단기간에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한 프로젝트당 6~7년이 소요되는데요. 적어도 5년 안에는 하나 더 추진해볼 생각입니다. 현재 서울시 재개발 지역이나 외국 진출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타임스퀘어는?올해 90주년을 맞은 경방에서 공사비 6000억원을 투자해 진행한 연면적 37만m²에 달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복합유통단지다. 참고로 신세계센텀시티는 29만3906㎡. 경방이 그간 보유하고 있던 부지를 직접 개발하고 운영·관리를 맡으면서 외부업체가 임대로 들어오는 이른바 '완전임대' 방식의 사업모델이 특징이다. 타임스퀘어에는 메리어트호텔, 오피스 2개동, 신세계백화점, CGV멀티플렉스, 이마트, 교보문고, 아모리스, SPA브랜드 자라(ZARA)와 망고 등이 입점해 상업·업무·문화·레저가 어우러진 새로운 도시형 엔터테인먼트 문화공간(UELC·Urban Entertaining Lifestyle Center)이라 할 만하다. 특히 신세계백화점의 경우 기존의 경방필과 신세계가 합쳐져 서울 서남권 최대 규모의 백화점으로 거듭났다. 6611㎡(2000평)의 명품관도 22~24개 최고급 명품 브랜드들로 채워진다. 교보문고 또한 광화문 지점에 버금가는 8264㎡(2500평) 규모로 개장했고 CGV는 공연장과 영화관이 어우러진 총 2788석의 대규모 멀티플렉스로 문을 열었다. 아워홈의 웨딩홀 아모리스도 세계 1위 건축설계사인 겐슬러가 참여, 국내 최고급 시설을 갖췄다는 평가다. 아울러 전 연령대를 겨냥해 쌈지가 운영하는 친환경 캐릭터 키즈테마파크를 입점시킨 것도 눈길을 끈다. 경방은 지난해 매출 1548억원, 영업이익 10억원을 기록했다. 경방이 보유한 영등포 일대 토지는 올해 7월 자산재평가 결과 7219억원에 달한다. 김담 대표가 20.95%로 최대주주이고 형 김준 사장이 13.42%, 아버지 김각중 회장이 0.4%를 보유하고 있다. [대담 = 이제경 부장 cklee@mk.co.kr / 정리 = 박수호 기자 suhoz@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524호(09.09.2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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