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과 싸우는 75세 보디빌더의 꿈"

노형일 2009. 9. 18.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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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디빌딩을 통해서 병을 이기고 있다는 걸 젊은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어."암과 싸우면서 전국 보디빌딩 대회에 도전하는 75세 할아버지 보디빌더가 있다. 주인공은 대전시 생활체육보디빌딩연합회 이정석(사진) 고문.

1년 여 전 위암 선고를 받기 전까지만 해도 그는 보디빌딩 대회 65세 이상 부문에서 전국 대회를 싹쓸이 하던 독보적인 보디빌더였다.

그가 갑작스런 암 진단을 받은 건 지난해. 73세 때인 2007년 제주도 대회에 참가해 1등을 거머쥔 뒤 그 해 겨울을 나고 다시 새 대회를 준비하려던 무렵 이었다.

나이는 많았지만 늘 자신해왔던 건강이었기에 그가 받은 충격은 더 컸다.이정석 옹은 "평생 병원신세 안 져 본 사람이었는데 너무 건강을 과신하다가 경솔히 몸을 다뤘던 것 같다. 너무 후회가 됐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20대에 시작해 50년을 가꿔온 몸매는 한순간 망가졌다. 세포를 파고드는 항암제는 그의 온 몸을 감싸고 있던 우락부락한 근육들도 공격했다. 164cm의 작은 키에 63kg란 볼륨감있는 몸매도 없어졌다. 체중은 48kg으로 줄었다. 초라한, 그저 투병 중인 노인의 모습만 남았다.

좌절감이 찾아왔다. 그렇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항암치료를 충실히 받으며 필사적으로 암과 맞섰다. 그러길 1년여. 지난 6월부터 몸 상태가 호전되기 시작했다.

그는 치료 속도를 높이기 위해 다시 역기를 들었다. 힘이 너무 빠져 예전에 들던 무게는 엄두도 못했다. 그렇지만 암을 이기겠다는 의지는 쪼그라든 근육에 힘을 보탰다.

7월 13일. 1년여 만에 다시 체육관에 등록했다. 매일 1시간 30여분 정도 근력운동을 한다. 그를 보는 체육관 사람들의 시선엔 존경의 눈빛이 가득하다.

"예전의 근육선이 그대로 살아나고 있어. 부위별로 근육이 다시 붙는거야. 너무 신기해." 이정석 옹의 몸무게는 이제 57kg까지 회복됐다. 지방이 아닌 근육으로.

암과 싸우는 그의 모습을 본 대전시보디빌딩 협회는 그에게 대회 출전을 권했다. 보디빌딩을 통해 병을 이겨가는 모습과 의지를 후배들에게 전해 달라는 이유에서다.

그는 흔쾌히 응했다. 25∼26일 경북 안동에서 열리는 전국보디빌딩대회에 참가하기로 했다. 참가 목적은 수상이 아니다. 단지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사람들이 '용기'와 '희망'을 가지길 바랄 뿐이다.

"시합 날 막상 몸이 좋지 않아 출전을 포기해야 할 수도 있어. 그래도 도전정신만큼은 젊은이들에게 꼭 알려주고 싶어. 그래서 대회에 나가게 된거야."

그의 도전이 해피엔딩으로 끝날 수 있기를 기원해 본다.노형일 기자 gogonhi@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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