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명가①] 부대찌개, 10여가지 고기볶음서 출발

n/a 2009. 6. 24. 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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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S] "존슨이 대통령되면 존슨탕, 카터가 대통령되면 카터탕이었지 뭘."미군기지 평택에서 40년동안 장사를 해온 식당의 주인 할머니가 무심한 듯 내뱉는 말 속에 부대찌개의 '영욕의 세월'이 담겨있다. 6•25전쟁으로 만들어진 음식 부대찌개.새빨간 찌개 국물 속에서 끓고 있는 소시지와 햄, 그리고 그 위로 녹아내린 한 장의 치즈처럼 부대찌개 속엔 우리 민족의 애환이 녹아있다. 어찌 보면, 한국적 음식의 대명사 '찌개' 속에 소시지와 햄을 넣는다는 사실부터가 이질적이다.그러나 이제는 대로변 음식점 간판에서도 흔히 볼 수 있을 정도로 친숙한 메뉴가 됐다. 6•25가 발발한 지 반세기가 지난 지금도 한반도는 여전히 둘로 나뉜 상태다. 그러나 6•25의 부산물격인 부대찌개는 배고픔을 달래주던 '꿀꿀이죽'이 특별한 맛의 '외식 별미메뉴'로 발전하며 한국음식의 중심으로 들어섰다. 부대찌개의 태생과 더불어 사연도 많고 맛도 있는 부대찌개 명가들을 찾아봤다. ◇부대찌개의 원형은 '부대볶음'

다른 음식도 마찬가지지만 부대찌개는 특히 그 원조를 따지기 어렵다. 평택 '최네집' 최정자 할머니(75세)의 말처럼 "당시엔 너나할 것 없이 집에서도 꿀꿀이죽을 끓여먹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지역별로 가장 먼저 생긴 집'은 찾을 수 있다.

의정부에서 가장 먼저 부대음식을 판 곳은 '오뎅식당'. 1962년, '부대볶음'으로 시작했다. 현재 부대찌개의 대명사격인 '의정부 부대찌개'의 모태가 부대볶음이란 얘기다. 그렇다면 그 부대볶음은 과연 어떤 맛이었을까? 오래된 집들 중 아직까지 부대볶음을 파는 곳은 거의 없다.

수소문 끝에 찾아간 곳이 동두천의 '호수식당'. 케첩은 들어가지 않지만 집에서 해 먹는 '소시지 케첩볶음'과 '돼지고기 두루치기'를 섞은 듯한 맛이다. 재료는 양파• 파• 마늘• 베이컨• 소시지• 덴마크산 초프트햄. 맥주도 좋고, 소주도 좋고, 술안주론 손색없는 진안주다.

호수식당에선 밥과 함께 점심메뉴로도 낸다. 밥에 얹어 비벼먹어 봤다. 당시엔 이색적이었을지 몰라도 이미 부대찌개에 익숙한 사람들에겐 익숙한 맛이다. 부대볶음의 원형도 이것과 달랐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뎅식당'의 허기숙 할머니는 "지금의 부대찌개보다 훨씬 다양한 재료가 들어갔다.

특히 고기의 종류만 10가지가 넘었다"고 설명했다. 칠면조, 양갈비, 닭고기, 베이컨, 소고기 스테이크 그리고 여러 종류의 햄이었단다. 어떻게 지금보다 다양한 재료가 들어갈 수 있었을까? 미군부대에서 나온 고기란 고기는 몽땅 집어넣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것. 10가지가 넘는 고기류(햄·소시지 포함)를 한 근 씩 나눠 양파• 고추,• 파• 마늘을 크게 썰어 넣고 들기름과 돼지기름에 볶았다.

그 부대볶음은 150원짜리 술안주로 팔렸다. 처음엔 양은 냄비에 볶았지만 자꾸만 타 버려, 꼭지를 잘라낸 솥뚜껑을 썼다고 한다. 지금 의정부 부대찌개거리의 식당 대부분이 솥뚜껑을 냄비로 사용하고 있는 것의 기원이기도 하다. 그렇게 연탄 화덕 위에 얹은 솥뚜껑에 볶아 낸 부대볶음 한 접시를 안주 삼아, 당시 사람들은 막걸리 3, 4되씩을 마셨다고 한다.

◇미제 부대고기가 맛을 좌우

대부분 부대찌개 명가들은 현재까지도 미제를 애용하고 있다. 특히 가장 많이 쓰는 것이 '콘킹(CORNKING)', 일명 옥수수표 소시지와 '호멜(HORMEL)' 런천미트 햄이다. 콘킹 소시지의 원료는 닭고기 60%에 돼지고기 21%, 그 외 콘시럽과 흑후추, 겨자 등이 들어간다.

호멜 햄은 돼지고기 66%에 닭고기 29%, 그 외 감자전분 등이 추가된다. 과거에야 미군부대 잔여음식으로 만들었으니 당연했다지만, 아직도 미제를 고집하는 까닭은 뭘까? 바로 '염분 차이' 때문이다. 햄의 경우는 국산이나 미제나 크게 다르지 않는다.

오히려 '롯데 로스팜'의 경우 식염이 2.1%로, 2%인 '호멜'햄보다 약간 높다. 그러나 소시지의 경우 현저한 차이가 난다. '콘킹' 소시지에도 저염과 고염이 있는데 부대찌개집들은 고염을 선호한다. 고염 콘킹 소시지는 식염이 2.856%이다.

반면 '롯데 켄터키프랑크 소시지'의 경우엔 0.173%에 그친다. 저염 콘킹 소시지조차도 1.616% 로 롯데소시지보다 훨씬 높다. 그렇다면 왜 염분이 높은 소시지를 써야 할까? 부대찌개엔 간장이나 된장과 같이 간을 맞추기 위한 특별한 양념이 들어가지 않는다. 쓰더라도 약간의 소금만 쓸 뿐이란다.

게다가 소시지와 햄에서 우러나오는 국물이 육수 역할을 한다. 부대찌개집 주인들이 '약한 불에 오래 끓여 먹을 것' 을 권하는 것도 그런 연유다. 염분 높은 소시지에서 우러나오는 국물이 찌개 맛을 점점 진하게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물론 단순한 소금 맛이 아닌, 소시지의 주성분인 돼지고기 닭고기와 염분이 어우러진 절묘한 맛을 낸다.

그렇다면 왜 국산 소시지는 미제보다 싱겁게 만들까? '롯데햄' 마케팅팀의 노무열씨는 "미국인들은 소시지를 별다른 양념 없이 그 자체로 먹거나 빵에 끼워먹기 때문에 처음부터 짭짤하게 만들지만, 한국인들은 각종 양념에 볶는 등 밥반찬용으로 조리해 먹는다. 그 과정에서 어차피 간이 추가되므로 처음엔 싱겁게 만든다"고 설명했다.

미제를 쓰는 또 한 가지 이유에 대해 의정부의 보영식당 박형순(65) 할머니는 "미제 햄은 오래 끓이면 끓일수록 쫀쫀해지지만 국산은 수제비처럼 푹 퍼지기 때문에 미제를 쓴다"고 답했다.

이상은 인턴기자 [coolj8@joongang.co.kr]사진= 조용철 기자 [youngc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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