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명가 ④] 한정식 밑반찬, 언제·어떻게 만들어질까?
[JES 김영주]

한정식 집은 하루 아침에 뚝딱 만들어지지 않는다. 특히 한정식 기본 상차림에 놓여지는 밑반찬은 1년 내내 준비해야 하는 농사일과 같다.
방 6개 규모로 크지도 작지도 않은 진주 아리랑 한정식은 하루 평균 50~60명의 손님이 꾸준히 찾는다. 평일·주말·휴일 상관없이 일정하다고 한다. 기본 상차림 또한 13년 전 문을 열었을 당시와 대동소이하다.
한상차림 뒤에서 벌어지는 이소산 아리랑 사장의 한정식 준비 과정을 들여다봤다. 이 사장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장 담그기다.
"매년 1년에 장을 담가 5년 이상 묵혀 쓴다." 장맛은 곧 콩 맛, 좋은 재료를 구입하는 게 우선이다. 소금 역시 중요하다. 3년 이상 간수를 뺀 천일염을 사용한다.
밑반찬 또한 개성이 필요하다. 남들이 다 하는 밑반찬은 경쟁력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진주에서만 구할 수 있는 향토색 짙은 재료와 궁중음식연구원에서 배운운 문헌을 토대로 오디장아찌 등 독특한 장아찌를 내놓는다.
한정식 집이라면 "손님의 젓가락질이 한번도 가지 않더라도 '이건 뭘로 만들었지'라는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대신 그릇에 담는 양은 아주 적다.
진주 아리랑의 연중 음식준비 카탈로그
■ 1월- 품목: 간장·된장- 방법: 80kg 콩 10가마니 정도로 간장·된장을 담는다. 최대한 곰삭은 맛이 나도록 5년 정도는 숙성시킨다. 보통 2·3월에 장을 담그는 집이 많은데, 이 때 작업하면 5~6월이 돼야 된장이 된다. 이 시기는 파리가 많고, 기온도 높아 장이 넘칠 우려가 있다.
■ 2월없음■ 3월- 품목: 가죽·두릅·제피·엄나무순·달래순·방풍나물·쑥 등 봄나물- 방법: 장아찌의 숙성기간은 1개월 이상. 초봄에 시장에 나가 신선한 새순은 있으면 되도록 많이 사들인다. 장아찌는 1년 내내 비축할 수 있기 때문에 한껏 장만한다.
■ 4월- 품목: 멸치젓갈·까나리젓갈·전복젓갈·조개류 젓갈- 방법: 멸치젓갈은 전통 방식으로 간을 세게 한다. 조금 싱거우면 쉽게 상할 수 있다.
■ 5월- 품목: 꽃게장·더덕장아찌·죽순장아찌·매실액 담그기- 방법: 기본 소스로 활용되는 매실액은 한식 조리에 꼭 필요한 레시피다. 매년 2000㎏의 매실을 사서 담근다. 꽃게장·전복젓갈은 간을 약하게 해서 담는다. 발효 기간도 짧다. 꽃게는 15일, 전복젓은 약 한달 정도다. 간을 약하게 한 만큼 담그자마자 냉장 보관한다.
■ 6월- 품목: 마늘·참외·오이·토마토·도라지·콩잎·우엉·청매실- 방법: 여름 제철 과일과 채소는 봄나물 만큼 중요하다. 여유가 된다면 많을수록 좋다. 품목당 300~500㎏ 정도 담근다. 각 재료에 맞게 간장과 된장 고추장을 병행해 사용한다
■ 7월없음■ 8월- 품목: 오디 장아찌- 방법: 오디장아찌는 물이 많아 물러지기 쉽다. 진간장을 이용한 레시피가 따로 있다.
■ 9월- 품목: 가자미젓갈·오징어젓갈- 방법: 제철에 나온 해산물로 젓갈을 담근다.■ 10월- 품목: 감·밤·수삼·풋고추 장아찌- 방법: 역시 제철 과일로 장아찌를 담근다. 풋고추와 풋감은 일차적으로 소금물에 삭힌다. 어린수삼은 수분을 제거한 상태서 고추장 밑에 밖아둔다.
■ 11월- 품목: 대봉감·홍시·유자 구입- 방법: 감과 유자는 소스로 사용하기에 좋다. 가을철 홍시와 유자를 대량으로 구입해 놓으면 요긴하게 쓰인다.
■ 12월- 품목: 김장김치·동치미·갓김치·백김치 담그기, 명란젓갈·창란젓갈 담그기- 방법: 김장은 12월초, 대략 1000포기 정도 한다. 믿을수 있는 농장에서 배추와 고추를 공급받다. 겨울철 젓갈로 명란젓과 창란젓을 준비한다.
김영주 기자▷ [백년명가 ①] 한식의 정수, 한정식 ▷ [백년명가 ②] '정식 코스' 없는데 왜 한정식이라 부를까? ▷ [백년명가 ③] 지역별 대표 한정식 맛집 ▷ [백년명가 ④] 한정식 밑반찬, 언제·어떻게 만들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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