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ng 젊은 친구] '몸짱' 연예인 조련하는 정주호 트레이너

영혼 해치는 군살도 빼 드립니다
정주호(37·푸른나무교회)씨. 그는 유명인사들 사이에서 이름난 트레이너다. 이병헌 이범수 조성모씨 등 이른바 '몸짱 연예인'으로 불리는 이들이 그의 지도를 받고 있다. 배용준 장동건 손담비 하지원 백지연씨 등도 그를 거쳐 갔다. 재벌 총수와 유명 목회자도 있다. 고급 스포츠카가 어울릴 만한 이미지. 정씨를 지난 21일 서울 서초동 사랑의교회에서 만났다. 그는 장애인들과 함께 사진을 찍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길게 하는 사랑 '장애(長愛)'라는 이름의 장애인 인식 개선 사진전이 한창이었다.
그가 다닌 교회는 족히 스무 군데는 넘는 것 같다. 줄줄이 나열하는 데 철새교인도 이런 철새교인이 없다. 다섯 살 때 충남 천안의 봉명교회에 나간 것을 시작으로 큰 교회, 작은 교회 할 것 없이 숱하게 옮겼다. 하나님이 계신 교회가 어디인지 찾아 헤맸다고 했다. 지금은 모든 교회에 하나님이 계신다는 걸 안다며 웃는다.
"예수님은 언제 만나셨어요?"
"14, 15세에요. 중학생 때였죠. 인생을 살아가면서 어려운 가운데 하나님을 바라볼 수 있는 것 같아요."
아버지의 사업 실패와 가정의 붕괴는 그의 청소년기를 송두리째 앗아갔다. 열등감 자괴감 수치심 좌절감…. 온갖 부정적인 단어를 총동원해도 모자랐다. 사춘기 소년에겐 자신의 존재가 멀어진 부모를 이어주는 끈마저 되지 못했다는 게 충격 그 이상이었다.
어머니의 손에서 컸다. 아버지 없는 아들, 왕따, 가난. 점심시간이면 혼자 운동장을 몇 바퀴씩 돌고 교실로 쓸쓸히 들어갔던 아이, 한달에 2000∼3000원 하는 우유값을 못 내 친구들이 먹기 싫다며 버린 우유를 마셨던 아이다.
"키만 비쭉 컸어요." 키 180㎝에 몸무게 55㎏이었다. 하나님의 존재는 알고 있었다. 계시겠지…. 하지만 원망이 가득했다.
교역자들이 모두 쉬는 어느 월요일, 그는 예배당에 걸린 십자가에 돌을 던졌다. "하나님! 왜 나를 태어나게 하셨나요."
꿈을 꿨다. 심장마비로 쓰러져 곧 죽을 것만 같았다. 따스한 기운이 그를 감쌌다. 하나님의 음성이 들렸다. 너를 버리지 않았노라고. 나는 너를 포기하지 않겠노라고. 그리고 평생 너와 함께하겠노라고. 폭포수처럼 눈물이 쏟아졌다.
중·고교 시절 공부한 기억은 없고 아르바이트한 기억밖에 없는 그에게 삶은 싸움이었다.
스무 살 때 트레이너로 입문했다. 청량리의 작고 허름한 헬스장에서 공짜 볶음밥에 혹해 시작한 일이다. 눈덩이처럼 불어난 아버지의 빚은 그를 짓눌렀다.
'하나님을 만나도 지지리 복도 없이 삽니까.' 말씀을 달라며 신약을 펴 손가락으로 아무 구절이나 찍었다. 눈을 뜨니 예수님이 베드로에게 사람을 낚는 어부가 되라고 한 구절이 보였다. 뒤늦게 깨달았다. "나의 고통과 아픔을 통해 많은 사람에게 나아가렵니다."
정씨는 세례만 네 번 받았다. 하나님에게도 버림받을까 늘 두려웠다. 천국에 가는 열쇠를 쥐고 싶었다.
20대에는 성공에 집착했다. 동네 헬스장에서 회원들 빨래까지 해주던 그가 멤버십 헬스장으로, JW 메리어트호텔로, W호텔 트레이너로 올라갔다.
서른 살엔 W호텔에서 50명의 트레이너를 둔 매니저가 됐다. 그리고 우리나라 최고의 트레이너로 이름을 날리기 시작했다. 몸짱 신드롬이 한창일 때 그의 주가는 더더욱 치솟았다. 2년 만에 그는 그 '영광'을 내려놓았다. 주일을 지킬 수 없었다는 게 이유다.
"가난해도 부자 회장님을 동경하기보다 예수님, 목사님을 동경했어요. 예수님이 나이 서른에 한 일을 생각하니 부끄럽더라고요. 몸만 성인이지 영적 미숙아란 생각이 들었고요."
무작정 관두고 나니 할 일이 없었다. 헤드헌팅 회사에서 5군데를 추천했지만 이전 자리나 마찬가지였기에 모두 거절했다. 1월1일부터 40일 새벽 작정기도에 들어갔다. 실업급여를 타는 '백수' 신세로 TV를 보는데 한 프로그램에 비만 환자가 나왔다.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몸무게 168㎏의 아주머니였다. 체중 감량에 도전했지만 결과는 실패였다.
아주머니가 사는 경기도 연천군 한 마을로 찾아갔다. 실업급여로 산 선물을 양손에 들고 아주머니에게 자신과 함께 운동할 것을 제안했다. 번번이 거절당했다. 3개월간 찾아갔다. "나도 나를 포기했는데 이렇게 나를 포기하지 않으니 그럼 한번 해봅시다." 뛸듯 기뻤다. 그런데 운동기구가 없었다.
"운동기구를 찾다 보니 하나님이 창조하신 자연이 눈에 들어오더군요. 돌, 나무, 바위. 수천만 원짜리 운동기구를 숱하게 다뤄봤지만 하나님이 만드신 도구를 못 따라가더군요." 복음도 함께 전했다. 1년이 지났다. 아주머니의 몸무게는 90㎏대에 진입했다. 아주머니는 집사 직분도 받았다.
지금은 프리랜서로 유명인들의 개인지도를 맡는 정씨. 그는 행동하는 신앙인으로 살고자 한다.
"목사님이 영적인 말씀으로 혼을 터치해 삶의 변화를 이끄신다면 저는 육으로 만나 혼으로 교제하고 간증을 통해 하나님의 방법으로 이끌어가는 '육혼영'으로 가겠습니다." 정씨가 지난해 전도한 사람만 100여명이다. 그의 꿈은 모든 교회에 헬스센터를 만들어 지역주민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일이다. 지적장애아동 생활체육 교사로 사랑의교회에서 봉사하는 월요일. 그의 발걸음이 유독 경쾌하다.
이경선 기자 boky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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