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깨는 약, 지사제 등 숙취 후 약물 복용은 오히려 '毒'
속쓰림, 구토, 설사, 두통 등 증세 따라 치료법도 달라야
[쿠키 건강] 해마다 연말이면 늘어나는 술자리만큼이나 숙취로 고생하는 사람들이 많다.
숙취란 음주 다음날 겪게 되는 유쾌하지 못한 신체적, 정신적 후유증. 숙취를 해소하지 않고 방치할 경우 영양소 결핍과 더불어 각종 독성물질 증가해 모든 장기의 기능 저하를 초래할 수 있어 각종 질병에 노출될 위험이 커진다.
한방에서는 과음 후 숙취를 제대로 풀지 못하면 습열(濕熱), 담과 같은 몸에 필요 없는 성분이 축적되어 비위, 간, 혈관이 손상되어 여러 질환이 발생된다고 보고 있다.
알코올질환 전문 다사랑한방병원의 해주클리닉 심재종원장은 "개인의 체질마다 숙취 증상이 다르기 때문에 전문의 처방 없는 '술 깨는 약'을 복용하면 오히려 속병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하며 "음주횟수나 숙취가 심한 사람들은 숙취해소 프로그램(해주클리닉)을 통해 자신에게 맞는 숙취해소법을 잘 숙지하여 건강을 챙겨야 한다"고 강조한다.
음주나 과음으로 인해 건강의 적신호가 될 수 있는 연말 각종 술자리. 자신의 증상을 미리미리 체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숙취의 일반적인 증상인 속쓰림, 구토, 설사, 두통 등 다양한 증상의 원인과 치료법을 알아본다.
◇ 속쓰림, 구토, 설사, 두통 등 증세 따라 치료법도 달라야
△속 쓰림, 구토, 헛구역질- 위 안좋다는 증거, 과음 금물
술 마신 후 속 쓰림, 구토증상이 나타나는 것은 위에 들어간 유독성분의 일종인 알코올을 몸 밖으로 밀어내려고 하는 신체의 생리 현상이다. 주로 십이지장과 장관의 위쪽에 역(逆)연동 운동이 생기면서 구토 및 속쓰림 증상이 일어난다. 구역질과 함께 창백한 얼굴, 군침, 발한, 현기증, 두통 등이 일어나기도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혈압이 낮아지거나 맥박이 천천히 뛰는 경우도 있다. 특히 구토를 심하게 하게 되면 급성위염이나 담즙이 위장으로 역류하여 나타나는 담즙역류성 위염을 일으키기 쉽기 때문에 평소 위장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에게 과음은 금기사항이다.
일반적으로 음주 후 속쓰림 구토 증상이 오면 제산제나 위 점막 보호제 등을 처방하거나 증상이 심할 경우 위내시경 및 초음파로 검진한다. 한방에서는 위에 찬 기운이 침범할 때 구역질이나 구토증상이 온다고 보고 소화기능을 향상시키는 말린 감귤 껍질과 후박나무의 껍질을 이용해 한약처방을 한다.
평소 위가 약해 소화장애가 있는 사람은 빈속에 음주를 삼간다. 추천주종으로는 위를 든든하게 하는 산사주나 뽕나무열매주를 마신다. 안주는 밀가루 음식이나 산이 많은 과일, 맵고 짠 음식을 피하고 위궤양, 장출혈 등 소화기 계통에 좋은 게, 무우, 붕어 등을 곁들이면 좋다.
흔히 음주 속쓰림을 덜기 위해 우유를 마시는 사람이 있는데 이는 알칼리성인 우유가 위산을 중화해 일시적으로 증상을 완화시킬 수 있지만 우유의 칼슘이 다시 위산을 분비시켜 오히려 속 쓰림 증세를 악화시킬 수도 있기 때문에 많이 마시는 것은 좋지 않다.
△설사, 복통- 배변장애 있다면 소화돕는 매실주, 연꽃열매주가 좋아
술만 마시면 어김없이 설사를 하는 사람이 있다.
대개 아랫배가 묵직하고 살살 아프면서 설사와 변비가 반복되곤 하는데 심하면 혈변을 보기도 한다. 알코올은 20∼30%는 위에서 흡수되고, 나머지는 소장에서 흡수된다. 알코올은 소장의 영양소 흡수력을 떨어뜨리는 동시에 소장의 운동력은 증가시키기 때문에 음식물의 장 통과 시간을 단축시킨다. 이 때 수분과 영양이 그대로 배출되어 설사가 나타나는 것.
양방에서는 장을 안정시키는 약을 사용하거나 지사제 등을 처방한다. 한방에서는 술로 인한 설사를 주설(酒泄)이라 하여 술이 열 기운(火)과 독성이 강하기 때문에 지나치게 마실 경우 위에 염증이나 궤양을 일으키고, 대장에도 염증을 일으켜 설사를 유발한다고 본다. 복통 및 설사를 멎게 하는 데 도움이 되는 진피, 후박, 감초 등을 쓴 한약(평위산)을 써 치료한다.
평소 장이 안 좋은 사람이라면 소장의 알코올 흡수율을 최소화하기 위해 술은 15도 미만의 순한 술을 마신다. 추천 주종은 소화 흡수에 좋은 매실주, 연실주(연꽃나무열매로 담근 술)가 좋다. 연뿌리를 이용해 안주를 해먹어도 좋다. 음주 후에는 전복죽이나, 미음 등 부드러운 유동식으로 장을 달랜 뒤 증상이 좋아지면 진밥과 익힌 야채, 수란(약불에 중탕한 계란), 송이탕을 곁들여 식사하면 좋다.
흔히 설사에 금식해야 한다고 알고 있는 사람이 많은데 탈수현상을 막기 위해 수분과 전해질을 필요한 만큼 보충해주어야 한다. 이때는 전해질 용액(물1리터 당 소금3∼5g과 설탕 30∼50g)을 만들어 마시는 것이 좋다.
△두통, 어지러움- 도수 낮은 술 마시고, 물을 자주 마셔라
두통이나 어지러운 증상 역시 음주 후 자주 오는 숙취증상이다.
알코올에 의한 두통을 칵테일(Cocktail)두통이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음주 후 3시간 이내에 발생하며 알코올이 동맥을 확장하여 발생한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음주 후 두통이 잦은 사람은 평소 혈관이나 혈압 등을 체크해볼 필요가 있다. 한방에서는 혈액 내 쌓인 노폐물로 인해 두통이 온다고 본다. 따라서 치료 역시 유독성분인 알코올 해독을 근본으로 한다.
이 때 활용하는 한약재로는 황기, 인삼, 감초를 넣어 조제한 한약(보중익기탕)을 쓰며 두통이 심하면서 열이 날 때는 당귀, 작약, 치자, 박하 등을 쓴 한약(방풍통성산)을 처방한다.
평소 두통이 있는 사람은 가급적 도수가 낮은 술을 마시고 음주 중 물을 많이 마시면 체내 알코올 흡수율을 떨어뜨려 숙취를 덜 수 있다. 추천 주종으로는 국화주와 칡주가 혈액순환을 좋게 해 두통을 줄여준다. 우렁이, 죽순, 배추, 감 등의 재료를 이용한 안주도 두통에 좋다..
음주 후엔 인삼 달인 물, 꿀물, 수정과, 갈근차(칡차)를 마시면 두통에 효과가 있다. 흔히 음주 후 두통시 진통제를 복용하는 사람이 많은데 이는 매우 신중해야 한다. 가뜩이나 술 해독으로 지쳐 있는 간에 무리를 주어 간이나 위장장애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영수 기자 ju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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