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WCU국책사업논문 자기표절 백태.. 한글 논문→단순히 영어로 번역해 제출

'세계 수준의 연구중심대학(World Class University:WCU)' 사업 지원을 받기 위해 대학들은 면밀한 검토 작업도 거치지 않고 연구 윤리 위반 논문들을 연구 실적으로 제출했다.
심지어 한글 논문을 단순히 영어로 번역한 논문을 내기도 했다. 교수들의 연구 윤리 위반 행위를 감독해야 할 대학이 오히려 징계감인 교수들을 내세워 막대한 정부지원금을 타내려 시도한 셈이다.
영어로 번역한 논문도 버젓이 제출
23일 국민일보 사건팀이 확인한 결과 성균관대의 경우 1차 심사를 통과한 연구팀 중 2개 팀의 소속 교수들이 중복·이중 게재된 논문을 연구 실적으로 제출했다.
성균관대가 설립을 신청한 '에너지과학' 학과에 소속된 백승현 물리학과 교수는 2003년 4월 학회지 'Journal of Engineering for Gas Turbines and Power-Transactions of the ASME'에 'Development of micro-disel infector nozzles via microelectromechanical systems technology and effects on spray characteristics'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백 교수는 같은 해 9월 'Atomization and Sprays'란 또 다른 학술지에 같은 제목의 논문을 발표하면서 앞의 논문에서 사용한 19개의 표와 그림, 대부분의 연구 내용을 중복 게재했다. 백 교수는 "당시 지도교수가 지시한 대로 했을 뿐"이라며 "지금 와서 보니 옳지 못한 관행이었고 무지의 소치였다"고 잘못을 시인했다.
역시 성균관대가 설립을 신청한 '인터렉션 사이언스 분야 세계 수준의 연구중심' 학과 소속 교수인 이건창 경영학과 교수는 2004년 '한국경영학회지'에 발표한 논문 '6시그마 경영활동으로 인한 기업경쟁력 향상에 관한 실증연구'를 2006년 9월 외국 학술지 'Total Quality Management & Business Excellence'에 영어로 번역해 또 다른 논문인 것처럼 제출했다.
두 논문은 언어만 다를 뿐 똑같은 논문이다. 이 교수는 "한국어 논문을 공동 연구한 제자에게 SCI(과학기술논문 색인지수)급 논문이 필요해 다시 영어 번역 논문을 발표했다"며 "언어가 다른데 문제가 될 게 있느냐"고 말했다. 하지만 2006년 게재 당시 2004년 발표됐던 논문이라는 점을 밝히지 않았으므로 명백한 이중 게재에 해당한다.
대학들,정부지원금을 눈먼 돈으로 봤나
대학들은 WCU 사업에 선정될 욕심 탓인지 검증 절차도 없이 마구잡이식으로 논문을 제출했다. 논문 편수가 많을수록 연구 실적에서 높은 점수를 받기 때문이다. 대학 자신의 돈으로 해외 교원을 뽑을 때는 깐깐한 검증을 거치면서, 국가 돈으로 채용 비용이 충당된다니까 느슨하게 일을 처리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서강대가 '나노광소자 개발 및 응용' 학과에 초빙하겠다고 신청한 캐나다 토론토대 지오프리 알랜 오진 교수의 경우 2005년 8월 'Applied Physics Letters'라는 학술지에 'Two-color pump-probe experiments on silicon inverse opals'란 논문을 제출했다.
오진 교수는 2006년 7월 또 다른 학술지인 'Physica Status Solidi B-Basic Solid State Physics'에 같은 제목으로 약간의 내용만 수정한 논문을 이중 게재했다.
두 논문의 초록은 한 문장만 제외하고는 동일하다. 두 번째 게재한 논문은 첫 번째 논문과 1문단만 제외하고는 똑같다. 해당 연구과제 책임교수인 서강대 윤경병 교수는 "제출한 논문 수가 많아 자기 표절 등 학문 윤리 위반 여부에 대해선 검증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건국대가 '양자 상 및 소자 전공 인력 양성 및 세계적 선도 연구 그룹 구축' 학과의 교수로 뽑겠다고 신청한 로스앨러모스내셔널랩(Los Alamos National Lab.) 소속 콩시 지아 교수의 연구 실적에서도 이중 게재 논문이 발견됐다.
콩시 지아 교수는 2003년 1월 학술지 'Integrated Ferroelectrics'에 논문 'Lateral epitaxial growth of(Ba, Sr) TiO thin films'를 발표한 뒤 같은 해 12월 'Applied Physics Letters'라는 또 다른 학술지에 본론만 약간 수정한 같은 제목의 논문을 제출했다.
해당 논문을 면밀히 검토한 한 대학 교수는 "두 논문은 결론이 동일하고 접수 기간이 불과 3개월밖에 차이 나지 않아 이중 게재가 맞다. 같은 논문으로 봐도 무방하다"고 밝혔다. 콩시 지아 교수를 추천한 건국대 박배호 교수는 "논문이 많아서 확인 작업을 하지 못했다"며 "해당 논문이 1차 심사를 통과하는 데 크게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 문제될 것 없다"고 주장했다.
김아진 김원철 기자 wonchu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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