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MA 야인시대①..'김두한' 윤동식
[데일리안 김종수 객원기자]
|
|
| ◇ 드라마 '야인시대'는 한시대를 풍미한 사나이들의 거친 삶을 다뤘다는 점에서 특히 남성팬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았다. ⓒ SBS |
'바람처럼 스쳐 가는 정열과 낭만아, 아직도 내겐 거친 꿈이 있어 세상 속에 남았지(중략). 거친 비바람 몰아쳐도 두렵지 않은 나의 뜨거운 가슴, 그저 난 남자일 뿐이야, 진정한 이 시대의 야인…'
SBS를 통해 2002년 7월 29일부터 2003년 9월 30일까지 방영됐던 드라마 '야인시대(野人時代)'는 당시 시청자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얻으며 기대만큼 성과를 거둔 작품 중 하나로 꼽힌다. 특히 작품에 대한 남성 팬들의 관심은 그야말로 대단했다.
김두한, 시라소니, 이화룡, 신마적, 구마적, 쌍칼 등 당시를 주름잡았던 협객들의 무용담을 들으며 성장한 중년층들은 물론, 상대적으로 그들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청소년들까지도 큰 관심을 기울일 정도로 연령불문하고 높은 인기를 구가했다.
물론 소위 주먹이라는 사람들을 지나치게 미화시켰다는 비난에 시달리기도 했지만, 픽션(fiction) 요소가 많이 가미될 수밖에 없는 드라마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작품에서 말하고자했던 것은 그들 세계에 대한 막연한 동경은 결코 아니었을 것이다. 그저 시대를 잘못 만난 불운한 사나이들이 주먹 하나로 험한 현실을 살아가는 이야기를 사실과 허구를 적절히 섞어 그려냈다고 보는 것이 맞다.
많은 팬들은 드라마 속에서 자신과 또 다른 사나이들의 행보를 지켜보며 큰 대리만족을 느끼기도 했다. 특히, 주인공 김두한과 2부의 핵심인물인 시라소니 이성순은 각각 자신들만의 캐릭터를 바탕으로 많은 팬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다. 실제로도 이들은 당시에 활약했던 사나이들 가운데 최강자로 지금까지 회자되고 있는 양대 거물이다.
그렇다면 현 MMA코리안 파이터들 중에서는 누가 이들에 가까운 캐릭터들일까? 관점에 따라 의견이 분분하겠지만 상당수 팬들은 '비운의 유도왕' 윤동식(35·팀尹)과 '풍운아' 추성훈(33·일본명 아키야마 요시히로)을 각각 김두한과 시라소니에 가까운 인물들로 꼽고 있다.
능력만큼 세상을 살지 못했던 시대의 불운아들
익히 알려진 대로 윤동식과 추성훈은 자신들이 가진 능력에 비해 원하는 바를 제대로 이루지 못한 안타까운 천재들이다.
이들은 유도선수 시절 기량만큼은 당장 국가대표가 되어 세계의 강자들과 얼마든지 겨룰 수준으로 평가받았지만, 각각 학벌과 국적이라는 미묘한 부분에서 엄청난 차별을 느끼며 중요한 순간마다 경기 외적인 요소들 때문에 눈물을 삼켜야했다.
윤동식은 현역 유도선수시절 국제대회 47연승이라는 엄청난 기록을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파벌싸움의 희생양이 되어 정작 올림픽에는 출전하지 못한 안타까운 사연의 주인공이다. 그의 별명 중 하나인 '비운의 유도왕' 역시 이런 이유에서 붙여지게 된 것.
|
|
| ◇ '야인시대'에서 김두한 역으로 열연한 탤런트 김영철(사진 좌)과 윤동식 ⓒ SBS - 히어로즈 |
2005년 당시로서는 국내 스포츠인들에게 다소 생소했던 MMA무대로의 진출을 선언, 그의 인생은 또 다른 전환점을 맞이한다.
윤동식의 시작은 그다지 좋지 못했다. 프라이드 무대 데뷔전에서 어설픈 경기운영으로 '일본산 여우' 사쿠라바 카즈시에게 넉아웃 패를 당했던 그는 이후 타키모토 마코토 - 퀸튼 잭슨 - 무릴로 부스타만테전에서도 거푸 고배를 들며 2006년까지 단 1승도 신고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 와중에서도 많은 팬들은 그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비록 패하기는 했지만, 현 UFC 라이트헤비급 챔피언 퀸튼 잭슨과의 경기 중반에는 탑포지션을 차지해 파운딩을 치는 등 윤동식의 경기력은 기대 이상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리고 히어로즈 무대로 옮겨온 지난해 드디어 그동안 갈고닦은 윤동식의 기량은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소년 김두한이 쌍칼을 통해 주먹세계의 무서움을 실감한 후 종로라는 자신의 구역에서 성장을 거듭했듯, 윤동식 또한 베테랑들과의 패배 이후 쌓인 경험과 어느 정도의 자신감이 붙으면서 히어로즈라는 무대에서 비상을 예고하게 된 것이다.
'잇뽕' 김두한 - '동바' 윤동식, 한 방(한 수)의 명수들!
김두한이 어느 정도 정점에 올라서며 선배 주먹들인 구마적과 신마적을 연파하며 '주먹왕'의 시동을 걸었던 것처럼, 윤동식 역시 맬빈 마누프라는 큰산을 넘게 되자 그 다음부터는 연전연승하고 있다.
|
|
| ◇ 사진 = 데일리안 스포츠 김창기 |
'타격몬스터'라 불릴 정도로 엄청난 타격을 자랑하는 마누프에게 승리한 성과는 생각 외로 컸다. 비록 많이 얻어맞고 암바로 힘겹게 따낸 역전승이지만, 그런 만큼 투지와 맷집 등을 검증받을 수 있었다. 무엇보다 동 체급 최고 스트라이커의 타격을 받아냈다는 자신감은 이후 경기에까지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이후에 붙었던 젤그 갈레시치와 파비오 실바가 각각 '리틀 크로캅'과 '리틀 반더레이'로 불릴 정도로 만만치 않은 상대들이긴 했지만, 이미 마누프라는 괴물 타격가를 눌렀던 윤동식에게 스트라이커 타입의 그들은 그다지 넘기 힘든 상대가 아니었다. 마치 드라마 속 김두한이 첫 번째 상대를 어렵게 이긴 후 일취월장한 것처럼 윤동식의 기세는 계속 올라갔다.
김두한의 별명은 '잇뽕'이었다. 주먹이 워낙 강력해 한 방만 맞으면 누구든 쓰러진다고 해서 붙은 별명이다. 윤동식 역시 최근 연승의 과정을 모두 필살기 암바로 처리하고 있다. 가공할 만한 그의 위력에 해외 격투팬들조차 '동바(Dong-Bar)'라고 표현하며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김두한은 주먹왕에 오른 이후 굉장히 까다로운 난적과 또 다시 힘겨운 한판을 벌이게 된다. 탄탄한 유도실력으로 무장한 마루오까 경부가 바로 그 주인공. 거리의 싸움에 익숙한 주먹들에게는 상대성 면에서도 아주 어려운 스타일이라고 할 수 있다. 때문에 김두한은 그를 물리치기 위해 오른팔 격인 김무옥을 유도도장에 투입시켜 전력을 탐색하는 치밀함까지 보이며 전략을 짰다.
윤동식 역시 아직까지는 상대적으로 편한 타격가 스타일만 만나며 비교적 수월하게 연승을 이어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래플러 타입이나 수준급의 타격을 동시에 갖춘 올라운드형 파이터와 맞붙는 시점이 본격적인 도약여부에 대한 바로미터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최근 윤동식은 '팀尹'이라는 종합격투기 팀을 세웠다. 얼마 전 야렌노카에서 인상적인 데뷔전을 치른 시드니 올림픽 유도 60kg급 은메달리스트 출신의 정부경 등이 현재 이곳에 소속되어 있고, 앞으로 쟁쟁한 파이터들도 합류할 것으로 보여 향후 전망이 밝다.
상황에 따라서는 과거 김두한의 식구들이 종로를 중심으로 조선주먹계의 대표로 군림했던 것처럼 '팀尹'은 엘리트 유도선수들을 기반으로 한국종합격투의 간판 팀으로 활약할 수도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2편-'시라소니' 추성훈)
[관련기사]
☞ MMA 코리안파워…유도가들이 이끈다!
☞ '암바승' 윤동식, 각본 없는 드라마 이제 시작!
☞ 야렌노카가 남긴 빛과 어둠
☞ 추성훈 '군자복구 십년불만'…치욕 씻을까?!
데일리안 스포츠/ 데일리안 김종수 객원기자
- Copyrights ⓒ (주)이비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데일리안 스포츠 편집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Copyright ©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