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모독' 루루,'이보다 더 뻔뻔할 순 없다'

[쿠키 연예] 말의 난장이 펼쳐지는 부조리극 '관객모독'(연출 기국서)이 시즌2를 맞이했다. 지난 6월 배우 양동근이 연출해 화제를 낳은 관객모독은 가수 스페이스A 출신의 루루(본명 손윤미·28)를 주연으로 영입해 지난 17일 새 문을 열었다.
30일 오후 8시 서울 홍대 앞 벨벳바나나 클럽에서 '관객모독'의 여주인공 루루를 만났다. 데뷔 10년 차를 맞은 루루는 여전히 빛나는 외모에 여성스러움까지 더해졌다. 지금 데뷔해도 손색없겠다는 말을 건네자 루루는 칭찬이 낯간지러운 듯 "요즘 나오는 후배들이랑 나이 따져보면 10년씩이나 차이 나곤 하는데 왜 그러세요"라며 호탕하게 웃는다. 그리곤 자연스레 팔을 뻗어 기자의 팔을 가볍게 툭 친다. 실제 만나본 루루는 화려하고 새침해 보이는 외모와는 달리 씩씩한 톰보이 '은찬'(커피 프린스 1호점)의 느낌이다.
허스키 보이스와 섹시 댄스로 90년대 후반 가요계를 달궜던 루루는 2004년 솔로 앨범 발표 후 한동안 얼굴을 보이지 않았다. 기획사 문제 등으로 약 3년의 공백기를 보내야 했던 그는 그 시간을 자기 충전용으로 알차게 활용했다. 통영 등 국내 각지를 비롯해 외국 여행을 다니며 자신과 마주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최근에는 가장 친한 친구인 그룹 투야의 전 멤버 류은주의 일본 신혼집에도 다녀왔다며 밝게 웃는다. 연예인으로서는 가장 힘든 시간인 공백기를 회상하는 그 모습에서 구김살을 찾아볼 수는 없었다.
루루의 2007 연예계 복귀 신호탄은 '노래'가 아닌 '연기'였다. 케이블 TV 납량물에 출연하며 연기란 새로운 장르에 도전장을 냈다. 연극 '관객모독'도 그 일환. 루루는 "'관객모독'을 관객으로 처음 접했을 때 매우 감명 받았다. 꼭 한 번 연기해보고 싶다는 마음을 품었다"며 "때마침 기국서 선생님께서 출연해보지 않겠느냐고 연락을 주셔서 기쁘게 수락했다"고 밝혔다. 루루는 약 3주간의 빡빡한 연습 기간을 거치며 연극 식 호흡에 길을 들였다.
'관객모독'의 수많은 대사를 외우는 것은 생각만큼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시험 공부하듯 손으로 직접 쓰면서 외우면 됐다. 가장 큰 난관은 현재 연극을 진행하면서 겪고 있다. 관객과의 상호작용이 주된 이 연극의 특성상 관객이 기대와 다른 반응을 할 때가 바로 그것. 특히 '극중극'(연극 속의 연극) 장면은 배우들이 한 문장을 서로 나눠 말하며 완성해야 하기 때문에 관객들에게 대사 전달이 잘 되지 않을 때도 있다. 이 때 이해 못한 듯한 관객들의 표정과 반응을 볼 때가 가장 당황스럽단다. 또 이날 공연에서 관객이 너무 흥분한 나머지 배우들에게 욕을 내뱉기도 했는데 이런 돌발 상황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그는 "이 모든 어려움은 바로 관객모독의 매력 그 자체"라며 "이 과정들이 합해져 '통쾌함'을 이끌어낸다"며 만족감을 내비쳤다. 이어 "극에 방해가 되지 않게 섹시함의 강도도 조절하고 있다"고 말하는 루루에게서 타인의 평보다는 스스로가 그 자체를 즐기고 있다는 여유로운 느낌마저 받을 수 있었다.
루루는 인터뷰 내내 밝은 모습을 보였지만 아픈 속내도 들켰다. 한때 전성기를 가져본 가수로서 그는 여전히 음악에 대한 미련이 남아 있었다. 또 케이블 TV 등에서 자신이 '지금은 잊혀진 추억 속 연예인' 등으로 등장할 때는 마음이 아프다고 조용히 말을 이었다. 이제 연기자로 다시 한 발 나서는 루루는 "이제 뻔뻔해질 수 있다"고 당당히 외친다.
"'관객모독'은 제 전환점이에요. 첫 주연극인데다가 선뜻 하기엔 어려운 연극이죠. 주변에서 말씀하세요. '관객모독을 해봤으니 앞으로 어떤 역을 맡건 두려움은 없을 것'이라고. 앞으로 하고 싶은 배역이요? 글쎄요, '관객'을 '모독'도 해봤는데 뭔들 못하겠어요. '미친 여자'부터 방에만 쳐박혀 있는 '은둔녀'까지 어떤 배역이라도 환영이에요.(웃음)" 국민일보 쿠키뉴스 구혜진 기자 kukiz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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