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홍만, 머릿속의 종양을 넘어서라!
[오마이뉴스 엄두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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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1에서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는 최홍만 선수. 현재 말단비대증 의혹으로 큰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사진은 지난 2005년 최홍만 선수가 K-1에 진출, 첫 승을 KO로 장식하고 테크노 댄스를 추는 모습입니다. 오른쪽은 최 선수가 K-1 월드그랑프리 서울대회 데뷔전에서 일본 스모선수 출신 와카쇼요를 공격하는 장면입니다. |
| ⓒ2007 오마이뉴스 자료사진 |
'테크노 골리앗'으로 불리며 전 국민의 사랑을 한몸에 받고 있는 최홍만(27) 선수가 '말단비대증(Acromegaly)'을 앓고 있다는 의혹이 지난 8일 밤 KBS 2TV의 시사고발 프로그램인 <추적 60분>에 방영되면서 최 선수의 건강에 대한 논란이 뜨겁습니다.
최홍만 선수는 현재 K-1에서 최고의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지난 5일 K-1 월드 GP 2007 홍콩 대회에서 트리니다드 토바고산 돌주먹 게리 굿리지(41)를 상대로 한 대결에서 최 선수는 '사우스포(southpaw)'로 스타일을 변형해 경기에 나서 화끈한 1회 KO승으로 장식하며 건재한 골리앗의 파괴력을 과시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지난 8일 밤 <추적 60분>에서 최 선수에 대한 보도가 나간 이후 최홍만 선수, 그리고 그를 응원하고 있는 팬들 모두에게 '말단비대증' 소식은 충격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제가 의과대학에 다니던 시절 씨름계를 주름잡던 최홍만 선수나 김영현(31) 선수, 그리고 미국 NBA에서 뛰던 223㎝의 키를 가진 하승진(22) 선수를 볼 때 이들이 '거인증(Giantism)'에 걸렸을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를 친구들과 나누던 기억이 있습니다. 하지만 각 선수들이 유명 스포츠팀에 소속이 되어 있기 때문에 그곳에서 적절하게 관리할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을 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거인증과 말단비대증은 같은 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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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홍만 선수가 2006년 K-1 월드그랑프리 서울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고 기뻐하는 모습입니다. | |
| ⓒ2007 남궁경상 |
최홍만 선수와 함께 씨름계의 양대 골리앗으로 불리던 김영현 선수가 <추적 60분>에서 자신도 21세에 '말단비대증'으로 수술을 받았다고 고백하면서 '말단비대증'이란 생소한 질병에 전 국민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말단비대증은 현재 우리나라에서 희귀질병으로 등록되어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말단비대증으로 병원을 내원하고 있는 환자는 약 250∼300명이나, 실제 말단비대증 환자는 최소 약 2000명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이는 유병률 대비 환자의 15%만이 병원에서 진단 및 치료를 받고 있으며, 나머지 85%는 자신이 말단비대증인지 모르고 방치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말단비대증은 나이에 따라 2가지 이름이 있습니다. 성장기에는 '거인증(Giantism)'으로 불리다가 더는 성장을 하지 못하게 될 때에는 '말단비대증(Acromegaly)'으로 불립니다. 왜 이렇게 세월에 따라 부르는 이름까지 달라지는 것일까요?
그 원인은 이 병을 일으키는 '성장호르몬(Growth Hormone)'의 작용에 있습니다. 즉 이 병은 뇌 속의 작은 뇌하수체에서 성장호르몬을 과다하게 분비하여 생기는 질환인데, 성장호르몬이 성장기에는 키를 자라게 하지만 성장이 끝난 이후에는 키 대신 사지 말단과 얼굴의 크기를 증가시킵니다. 이런 이유로 이 병은 2가지의 이름으로 불리는 것입니다.
겉으로 보이는 말단비대증의 대표적인 증상은 손발 및 얼굴 모양의 변화입니다. 즉 뇌하수체 종양이 만든 성장 호르몬이 과다 분비되어 손발이 커짐은 물론 이마와 턱이 튀어나오며, 입술이 두꺼워지는 등 얼굴의 변화가 나타나게 됩니다.
이러한 증상은 최소 5∼10년 동안 환자 자신도 느끼지 못하게 일어나는 변화이기 때문에 과거의 사진과 현재의 모습을 비교하면 그 차이를 확실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말단비대증이 정작 위험한 가장 중요한 이유는 다른 곳에 있습니다. 과다 분비된 성장 호르몬은 심장질환이나 당뇨병, 고혈압, 대장암 등의 발병률을 증가시키고, 이들의 합병증으로 인해 사망률이 일반인에 비해 약 2∼4배 정도 증가합니다. 이를 통한 자연 경과를 보면 약 10년 정도 수명을 감소시킨다고 보고되고 있습니다. 즉 말단비대증은 현재보다 미래가 더 무서운 병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지요.
또 다한증과 두통이 자주 나타나고, 근위부의 근력이 감소하며, 상부 기도가 작아지고, 증가된 선종이 시신경을 압박해 시력이 나빠지게 되는 등 경기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특히 경기 중 안면부에 정타를 허용할 경우 커진 뇌하수체 선종이 파열되어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즉 말단비대증을 치료받지 않는다면 최 선수의 선수 생명을 단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는 문제인 것입니다.
최홍만 선수의 머릿속 종양, 생각보다 커서 위험할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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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6년 K-1 월드그랑프리 서울대회에서 최홍만 선수가 세미 슐트 선수와 싸우는 모습입니다. 장기적으로 보면 최홍만 선수의 경기력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증상이 나타나게 되는데, 특히 경기 중 안면부에 정타를 허용할 경우 커진 뇌하수체 선종이 파열되어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
| ⓒ2007 남궁경상 |
말단비대증의 진단은 몇 가지 방법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우선 의심이 된다면 두경부 MRI를 통해 뇌하수체의 크기를 보게 되는데 보통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뇌하수체는 무게 0.5∼1.0gm의 완두콩 정도의 크기입니다. 하지만 이보다 크다면 뇌하수체 선종을 한번쯤 의심해 봐야 하고, 지름이 1cm 이상 크다면 '거대선종(Macroadenoma)'이라고 불리며 정밀 검사가 필요합니다.
<추적 60분>의 보도에서는 최 선수의 종양이 1cm 이상이라고 했는데, <추적 60분> 보도진이 미국에서 가져온 MRI사진을 직접 판독했던 경희의대 내분비내과의 김성운 교수는 기자에게 최 선수의 뇌하수체 선종에 대한 정확한 크기를 가르쳐 주며 그 심각성에 대해 얘기했습니다.
최홍만 선수는 논란이 불거진 후 9일 MBC와 가진 인터뷰에서 "종양은 2cm정도라고 들었다"고 밝혔습니다만, 종양의 크기는 이보다 더 컸습니다. 개인의 프라이버시가 걸린 문제이기 때문에 정확한 종양의 크기를 기사에 밝힐 수는 없습니다만, 종양의 크기는 틀림없이 걱정할 만한 수준이었습니다.
김성운 교수는 최홍만 선수의 상태를 "가능하면 최대한 빨리 수술해야 한다"며 상태가 생각보다 심각하다고 말을 이었습니다. 이어 김 교수는 선수를 돈벌이에 이용하는 일본 소속사의 무책임성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최 선수 측과 의학계 사이에 아직까지 논란이 있지만, '말단비대증'의 논란을 잠재울 수 있는 가장 정확한 방법은 혈액검사입니다. 즉 혈액 검사를 통해 IGF-1(somatomedin-C)의 수치가 증가상태에 있고, 경구포도당 검사(OGTT)를 통해 성장호르몬이 10ng/ml 이하로 줄어들지 않는다면 확진할 수 있습니다.
현재 뇌하수체 선종에 대한 수술은 많이 시행되고 있습니다. 특히 뇌하수체 선종에 대한 수술은 콧구멍 속으로 접근하는 방법(Trans-sphenoidal Approach)을 사용하여 겉으로 볼 때 수술한 티도 나지 않습니다. 또 김영현 선수도 수술 후 재활을 통해 천하장사를 호령했듯이 성공적인 재활을 통한다면 얼마든지 K-1 복귀도 가능합니다.
약물치료도 한 방법이기는 합니다. 그러나 그 효과는 천천히 나타나고, 수술만큼 효과가 확실하지 않기 때문에 일차적으로 추천되는 방법은 아닙니다.
물론 최홍만 선수가 100% 말단비대증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선종의 성장이 멈추고 자연적으로 치료가 되는 경우가 있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이는 최 선수가 "이미 5년 전에 신체의 성장은 멈춘 상태다"라고 반박하며 말단비대증이 더이상 진행되지 않는 상태(자연 관해)에 대한 일말의 가능성을 남겨두고 있는 상태를 보아 그 가능성을 저버릴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최 선수가 이에 대한 기대를 가지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지요.
빠르고 정확한 혈액 검사 통해 불거진 논란 종식시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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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홍만의 K-1 데뷔시절 모습. 최 선수의 거침 없는 승전보에 K-1은 많은 국내 팬들을 확보하게 되었습니다. | |
| ⓒ2007 오마이뉴스 자료사진 |
500여 년 전 로마의 시인 사이러스는 "사람은 자기를 좋아하는 사람을 좋아한다"고 말했습니다. 그간 최홍만 선수의 행동이나 언행을 보면 최 선수가 팬들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런 최 선수의 마음을 알고 있는 팬들도 역시 진심으로 최 선수를 응원하고 있습니다.
또 팬들은 최홍만 선수의 화끈한 KO승에 희생양이 된 게리 굿리지(41)나 작년 41세의 나이로 은퇴하며 K-1의 전설이 된 네덜란드의 어네스트 후스트(42)처럼 최 선수가 링에서 오래 뛰어주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현재 최홍만 선수를 사랑하는 많은 팬들은 최 선수의 건강을 무척 염려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의혹은 단 하루의 짬을 내어 혈액 검사를 받으면 쉽게 해결될 수 있는 문제입니다.
최 선수 본인에게도 혼자 마음고생을 하는 것보다는 검사를 통해 최 선수 자신과 사랑하는 팬들에게 건강에 대해 안심할 수 있는 결과를 공개하는 것이 자신을 사랑하는 팬들을 위한 진정한 팬 서비스일 것입니다.
그리고 팬들은 최 선수의 건강에 이상이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만 최 선수가 링 위에 올랐을 때 기쁜 마음으로 '테크노 골리앗'을 응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엄두영 기자
덧붙이는 글엄두영 기자는 현재 경북 의성군의 작은 보건지소에서 동네 어르신들을 진료하고 있는 공중보건의사입니다. 많은 독자들과 '뉴스 속의 건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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