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20 대표 송진형, 누나 죽음도 모른 채 귀국
[JES 채준] 하나 뿐인 누나의 죽음도 모른 채 이역만리 외국에서 경기를 해야만 했던 동생.
자식이 혹시나 맘상해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할 까, 누나의 죽음을 알리지 않고 발인까지 마쳐야 했던 아버지.
그 아들이 귀국하던 날 공항에서도 차마 말을 하지 못하고 집에 도착해서야 "너희 누나가 좋은 세상으로 갔다…"고 말해야 했던 아버지.
마치 소설이나 영화같은 가슴아픈 사연이 20세 이하 한국청소년 축구대표팀에 있었다. FIFA 20세이하 월드컵 D조 예선 3경기에서 한국청소년 대표팀 허리를 책임졌던 송진형(20·FC서울)이 가슴아픈 주인공.
그와 4살 터울의 누이 송진아 씨(24)는 뇌종양으로 지난 6일 숨을 거뒀다.
지난 6월말 캐나다로 떠나기 직전 송진형은 "잘 다녀올께. 부디 건강해…"라는 인사를 누나에게 했다. 사실 그의 누나는 한달전부터 의식불명 상태에 빠져 동생의 말을 듣지 못하지만 송진형은 누나의 귀에다 몇 번이고 인사를 했다.
청소년 대표팀이 귀국하던 8일 오후 인천공항. 송진형의 아버지 송인준씨는 아들을 보자 "수고했다"고 등을 두드렸다.
아버지의 얼굴이 전과 달리 붉어져 있어 송진형은 약간 당황했지만 그 때까지 별 생각없이 어리광부리는 막내 아들로 어서 빨리 집에 가고픈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아버지 송인준씨는 아들이 오기 전 남양주시 에덴공원 납골당에 딸을 두고 왔다. 공항에서 송인준 씨는 "16강에 들었음 좋을 뻔했는데"라면서 "(아들이)누나가 아프다(뇌종양)는 사실을 지난 1월 소속팀 전지훈련지인 터키에서 안 뒤부터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그래서 운동이 더 잘 안된 것 같았다"면서 그 동안 힘들었던 사연을 조금 털어놓았다.
아들이 받을 충격을 감안해 "집에 가서 이야기를 해야겠다"며 "납골당이 저녁에 문을 닫기에 내일(10일) 저희 누나한테 데려 가야겠다"고 힘들게 말을 이어갔다.
고 송진아씨의 사연은 지난 7일 FC서울 홈페이지를 통해 처음 알려졌다. 가족들은 그의 플레이에 지장이 있을까 봐 아픔을 가슴에 묻어두고 밖으로 내 보이지 않았다. 대표팀도 이 사실을 전혀 몰랐다.
폴란드전을 마친 뒤 밤 11시(이하 현지시간) 숙소로 돌아와 귀국준비를 서둘렀고 잠을 자는 둥 마는 둥 한 뒤 새벽5시 집합해 곧장 비행기에 올랐다. 인터넷 검색이고 뭐고 할 시간이 없었다.
조동현 대표팀 감독은 "(당황한 목소리로) 모르고 있었다. (송진형 누나일을 아는가라는 질문에 오히려 조 감독은 '누나 상태가 어떻가'라고 되물을 정도였다.) 진형이도 전혀 모르는 눈치였다. 비행기 안에서 이청용과 이런 저런 농담을 했다"고 했다.
송진형은 당산서중을 졸업한 뒤 2004년 FC서울에 입단한 유망주. 중학교 졸업과 동시에 프로팀에 입단할 만큼 좋은 자질을 지닌 미드필더로 지금까지 15경기에 투입됐다.
그의 가족사항에는 부모와 1남1녀(송진아-송진형)으로 나와 있다. 아버지 송인준씨는 "4살터울인 남매가 무척 사이가 좋았다"고 했다.
중앙 엔터테인먼트&스포츠(JES)
- 저작권자 ⓒJES,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
Copyright © 일간스포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