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심 갉아먹는 '유희왕 카드'..사행성 부추기고 사회부적응까지

2007. 3. 1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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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사회] 박모씨(35·대구시 남구 대명동)는 요즘 초등학교 3학년 아들 때문에 걱정이 많다. 용돈만 주면 '유희왕 카드'를 사기 때문이다. 아들을 여러 번 꾸짖었다는 박씨는 "유희왕 카드가 없으면 친구들로부터 왕따를 당한다는 말에 두 손을 들었다"고 말했다.

정모씨(36·대구시 달서구 본리동)의 고민도 비슷하다. 초등학교 3학년인 아들이 유희왕 카드를 사는데 용돈을 몽땅 쓰는 통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정씨는 "아이들의 유희왕 카드 놀이는 어른들의 카드 도박과 다를 바 없다"며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몰라 답답하다"고 말했다.

초등학생 사이에 인기를 누리고 있는 유희왕 카드 놀이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유희왕 카드는 일본에서 건너온 애니메이션 딱지 카드. 카드마다 힘의 세기가 다른 캐릭터가 그려져 있다. 초등학생들은 강력한 캐릭터를 구입하기 위해 눈에 불을 켜는 실정이다. 힘이 센 카드를 제시하면 다른 아이들의 카드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앞 문구점마다 유희왕 카드가 빼곡히 진열돼 있고, 카드를 구입하려는 학생들이 줄을 잇고 있다.

대구시 남구의 한 문구점 업주는 "유희왕 카드 판매가 매출의 상당부분을차지한다"며 "5장이 들어 있는 1묶음짜리를 사면 원하는 카드가 없어 한꺼번에 많이 사가는 학생도 많다"고 말했다. 1묶음(5장)에 500원하는 카드보다 2만∼4만원 하는 고가의 세트품을 선호한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최근에는 3천∼4천원 하는 카드 수집첩도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초등학교 3학년인 이철민군(가명)은 "같은 반 친구 중 절반 이상이 유희왕 카드를 500장 이상 갖고 있다"며 "학용품을 산다고 돈을 받아 유희왕 카드를 사는 데 쓰는 친구도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초등학생들의 유희왕 카드 놀이에 대해 사행성을 부추길 뿐 아니라 자칫 사회부적응 문제까지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한다. 유희왕 카드 중독이 심할 경우에는 비교열등감을 느끼거나 가상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해 심리치료까지 받아야 하는 상황까지 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곽호순병원의 곽호순 원장(정신과 전문의)은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친구들과의 관계에 문제가 있어 병원을 찾는 아이들 중 상당수가 유희왕 카드 중독과 관련됐다"며 "카드에 심취한 아이들은 일종의 퇴행(심리발달단계에서 후퇴하는 것) 증상을 보이고 있고, 용돈마련을 위해 도벽까지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제휴사/영남일보 최수경기자 justone@yeongnam.com /사진=우태욱기자 wtw@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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