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g+] 유라시아 자전거 탐험, 대륙횡단 성공 "고맙습니다"

2007. 1. 31.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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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스포츠] 바다호스는 포르투갈 국경에서 불과 몇 ㎞ 떨어지지 않은 곳에 위치해 있어 출발하고 10분도 채 되지 않아 포르투갈로 들어갈 수 있었다. 지도 상에는 고속도로만 표시돼 있어 돌아갈 경우 40~50km는 더 달려야 했다.

혹시 주변에 작은 길이라도 있는지 알아보려고 고속도로 쪽으로 이동을 했다. 다행히 고속도로 입구에 포르투갈로 연결되는 작은 길이 있어 멀리 돌아가지 않고 입국할 수 있었다.

우리가 오늘 가야 할 곳은 리스본. 이베리아 반도의 왼쪽 끝에 자리한 포르투갈은 동서가 짧아 스페인에서 입국하면 하루만에 리스본에 도달하기가 어려웠다. 마지막 여정이라고 생각하니 조금은 여유가 생겼다.

키타와 오랜만에 음식점에서 느긋한 점심을 먹으며 크리스마스를 자축하고 모처럼 여유로운 라이딩을 즐겼다. 리스본에 가려면 바다를 건너야 하는데 다리의 길이가 엄청나 자전거로는 건널 수가 없었다.

바다호스를 떠난지 6시간 만에 리스본행 배를 타는 몬티호(montijo)에 도착해 배에 자전거를 실었다. 도착한 리스본에는 이미 다운이 와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손에 감은 붕대를 다시 보니 사고 당시가 떠올라 미안하기만 했다.

한 달 만에 만난 우리는 그 반가움이 몇 년을 보지 못한 친구를 만난 것보다 더 했다. 중국을 출발해 이곳까지 1만8000km를 온갖 어려움을 이겨내며 붙어다니지 않았던가. 그러니 우리의 목적지인 리스본에서의 재회가 무엇보다도 기쁜 것은 당연했다.

리스본의 크리스마스는 생각보다 조용했다. 게다가 도시의 상점들이 죄다 문을 닫아 더욱 썰렁했다. 다운과의 재회를 축하할 겸 식당을 찾았지만 문을 연 곳을 찾을 수가 없었다. 슈퍼마켓마저 문을 닫았으니 이게 또 무슨 고생인지…. 게스트 하우스에서 산 맥주 몇 병과 다운이 준비한 와인에 그 동안 하지 못한 이야기를 안주삼아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다음날 아침 드디어 길고도 길었던 유라시아 횡단의 최종 목적지인 로카곳을 향했다. 리스본에서 약 40km 거리이니 오전에 출발하면 점심 때쯤은 도착이 가능했다. 다운은 우리가 떠난 후 버스로 먼저 가 있기로 했다.

해안도로를 타고 2시간여를 달리고 나니 본격적인 오르막이다. '1만8000km 내내 사람 힘들게 하더니 이놈의 오르막은 끝까지 나를 괴롭히네'하면서도 이제 다 왔다는 기쁨에 살짝 정신나간 사람처럼 입가에 미소가 떠나질 않는다.

로카곳 표지판이 하나 둘 나타나기 시작하고 언덕 위의 갈림길에 로카로 가는 길이란 표지판이 나왔을 때다. 키타가 갑자기 멈추더니 표지판에 기대서 흑흑거렸다. 나는 키타가 좋아서 웃는 줄 알았더니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흐느끼고 있었다.

키타의 눈물은 나까지 전염시켰다. 하긴 눈물이 안 나오는 것이 더 이상했다. 8개월 간의 일들을 돌이켜보면 내가 이곳에 와 있는 것에 감동받아 마땅하다. 시뻘게진 눈을 비비고 다시 핸들을 잡았다. 저 멀리 로카의 기념탑이 보이기 시작했다. 로카로 향하는 내리막에서 대륙횡단의 마지막을 최대한 만끽하며 아쉬워 했다. 로카에서 나의 긴 여정은 끝이 났다. 유라시아 대륙도 이곳에서 끝이 나고 대서양이 펼쳐진다. 장장 230일 동안 13개국을 지나온 1만8000km.

앞에 펼쳐진 대서양을 바라보며 그 동안 나를 위해 밤낮으로 기도했을 사랑하는 가족과 많은 친구들을 떠올리며 맘속으로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고맙습니다."

포르투갈=남영호 유라시아탐험대[www.eurasia2006.com]

*이 글은 블로그 플러스(blogplus.joins.com)에 올라온 블로그 글을 제작자 동의 하에 기사화 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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