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갤러리, 이광호 · 노충현 · 문성식 초대전.. 미술본질에 작은 울림 던져

2007. 1. 17.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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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린 겨울날 간이역 대합실에서 기차를 기다리고 있는 것처럼 쓸쓸하다. 곧 떠날 것이라는 희망마저 없다면 삶은 더욱 팍팍해질 것이다. 서울 소격동 국제갤러리에서 열리는 20∼40대 회화 작가 3명의 전시 주제는 삶의 외로움에서 출발한다.

문 밖을 나서면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사람들을 인터뷰하고 그 사람의 이미지를 잡아낸 이광호(40),동물이 없는 동물원 우리를 파스텔 톤으로 묘사한 노충현(37),파헤친 정원의 침엽수 나무만을 지독하리만치 섬세하게 그린 문성식(27). '회화에 대하여'라는 제목을 붙인 그들 작품에는 가슴 한 구석이 텅 빈 데서 오는 미학이 있다.

현대미술의 실험대상이라 할 수 있는 사물의 내면을 대중적인 시각으로 끄집어내면서도 미술의 본질인 회화성을 강조한 작품들은 갈수록 붓질의 의미를 잃어가고 있는 요즘 세태에 작은 울림으로 다가온다.

서울대 미대 대학원을 나온 이광호는 구멍가게 아저씨,식당 주인,외국인 노동자,교사,초등학생,단역 배우,가난한 화가 등 주변 인물 100여명의 상반신 초상으로 벽 3개면을 채웠다. 피부와 옷의 질감 등이 놀랄 만큼 사실적이다.

"모델과 대화하며 그리다보면 모델의 영혼을 만지는 느낌"이라는 그는 "피부가 뽀얀 젊은 여성이나 어린이는 색과 선이 섬세해 아무래도 표현이 가장 어렵다"고 말했다. 생생한 표정을 잡아내기 위해 물감이 마르기도 전에 덧칠하는 작가는 모델과 인터뷰한 비디오와 소지품도 함께 전시했다.

메이저 상업화랑에서의 전시를 두고 "독립영화를 만들다 대자본이 돌아가는 충무로 영화판에 들어온 기분"이라는 노충현은 비어있는 공간을 캔버스에 담는 작업에 매달린다. 이번에는 동물원 우리의 빈 공간이 대상이다. 홍익대 회화과 졸업 후 5년간 무대디자인을 경험한 작가는 '인적이 드문 공간' '동물이 드문 공간' 등 소외와 허무의 이미지를 담은 작품 10여점을 걸었다.

문성식의 나무는 어떤 형태로든 생채기가 나 있다. 2005년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최연소 작가로 참가해 주목받은 그는 뿌리째 파헤쳐져 나뒹구는 나무와 흙의 입자조차 세밀하게 묘사해 탄성을 자아낸다. 한 작품을 완성하는 데 4개월을 쏟아붓는 집념형이다. 작가는 "예쁘고 서정적인 것 안에 잔혹함이 숨어 있다"고 작품을 설명했다. 그런 까닭인지 그의 나무들은 자연수인데도 마치 조화처럼 보인다.

전시를 기획한 유진상 디렉터는 "평단과 미술시장에 제대로 소개되지 않은 역량 있는 작가들"이라며 "유화에 대한 관심과 반응이 점차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자신의 생각을 집어넣는 작가,붓질이 기본이 되는 작가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31일까지(02-735-8449).

전정희 기자 jhje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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