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구미'를 아시나요?

2006. 11. 29.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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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소라 기자]

▲ 재일교포 2.5세 만화가 '정구미'씨가 제작한 캐릭터 '노란구미'
ⓒ2006 김소라

인터넷 상에서 '노란구미'로 알려진, 재일교포 만화가 정구미씨.

정씨는 자신을 '재일교포 2.5세'라 소개했다. 재일교포 2세,혹은 3세 라는 말만을 익숙하게 들어 왔던 터라, '2.5세'라는 소개가 어색하게 들렸다.

"재일교포 2세 혹은 3세라고 다들 말하시잖아요? 저는 조금 다른 케이스죠. 어머님이 한국에서 나고 자란 분이시니까요. 그래서 '2.5세'라 생각하게 되었고, 어머니도 그렇게 설명해 주셨어요.(웃음)"

정구미씨는 인터넷에서 자신이 제작한 캐릭터 이름 '노란구미'로도 통한다.

정씨는 일본 오사카 예술대학에서 일본화를 전공하고, 1998년 한국 유학을 시작했다. 홍익대학교 시각디자인학과 졸업 후, 현재 만화가로 활동 중이다. 대표작은, D 포털 사이트에 연재했던 '구미의 돈까스 취업' '한국.일본 이야기'등.

최근 정씨는 일본에서의 성장과 한국 유학 경험을 담은 만화 <한국과 일본 이야기>를 출간했다. 요즘 늘어난 팬들의 관심 속에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는 정구미씨를 만났다.

한국을 가르쳐준 어머니의 사랑

"제가 한국 사람이라는 것을 잊지 않고 살았던 것은 어머니의 노력이 컸죠."

일본에서만 자란 정씨는 한국에 대해 알고 싶을 때마다 어머니를 통해 그 궁금증을 해결해 왔다고 말한다.

"아버지는 일본에서 태어나고 자란 재일 교포 2세고, 어머니는 한국분이세요. 그래서 한국말과 문화를 잘 모르셨던 아버지를 대신해 어머니께서 저희 삼남매에게 한국을 알려주셨어요."

한국에 대해 그리 호의적이지 않았던 과거 일본 사회 속에서, 정씨 어머니는 항상 '재일교포'인 자식들의 마음이 다칠까 우려했다고 한다. 정씨는 "과거, 한국이 중국에 속해 있다고 생각하는 일본인들도 많았다"며 "어머니는 이런 상황일수록 한국인임을 당당히 여기라고 말씀하셨다"고 전했다.

일본 오사카에서 자란 정씨는 부모님의 배려로 '민족학교'를 다니며, 재일교포 친구들과 한국인만의 특별한 연대를 맺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민족학교를 다니면서, 일본어만을 사용했던 예전과는 달리 한국어를 조금씩 구사하게 되었고, 한국 역사에 대해서도 공부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3년 혹은 4년에 한번씩. 어머니의 친정이 있는 한국을 다녀갔다는 정씨는"유년기 때 한국의 친척집을 종종 방문하고, 일본에 있는 민족 학교를 다니게 되면서 한국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지게 되었다"는 유학 동기를 전했다.

조국 한국을 더욱 깊게 배우고 싶은 마음에 8년 전 한국으로 유학을 왔다는 정씨는 "그동안 느끼지 못했던 한국에 대한 정보를 유학생활을 통해 축척한 기분" 이라고 말했다.

▲ 재일교포 2.5세 만화가 정구미씨
ⓒ2006 김소라

한국에서 보낸 4년의 대학생활을 정씨는 즐겁게 회상했다.

"일본 미대에서 일본화를 전공하고 한국 유학길에 올랐죠. 한국에서도 미술을 계속 공부하고 싶어 미대에 진학했어요. 학교 생활하면서 친구들도 많이 사귀고, 한국의 정이라는 것이 이런 것이구나라고 깊게 느꼈습니다."

어학당을 통해 한국어를 배웠다는 정씨는, 처음 '한국말'을 배울 때가 생각난다며 미소를 지었다.

"일본에서도 한국어를 구사 할 줄은 알았지만, 유학 오기 전까지는 '한국어는 이런 느낌이구나'라는 정도만 알았죠. 한국말은 예를들어, '이것 입니다'의 형태만 있는 줄 알았는데, '이것 했습니까?' '이것 이예요?' 등의 표현도 있다는 것을 알고 놀랐어요.(웃음)"

요즘은 자신의 한국어 어투를 듣고 "충청도냐? 경상도냐?"라며 고향을 묻는 사람들이 부쩍 늘어났다고 정씨는 말했다.

정씨는 "자신은 한국을 사랑하는 재일교포 중 한 사람"이라며, 언제나 한국인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다른 나라에 있지만 재외 동포는 항상 조국과 함께 하는 것 같아요. 남북 냉전 시기, IMF 때에도 조국의 현실과 동고동락 하는 것이 재일교포 사회였습니다. 요즘은 '한류' 열풍으로 세계가 들썩이잖아요? 일본도 마찬가지고요. 문화며, 산업이며... 나날이 발전해 가는 조국의 모습을 볼 때마다 뿌듯해 하는 사람들. 저도 그 사람들 중의 한명입니다. 한국인임이 항상 자랑스럽죠."

'노란구미'가 생각하는 통일

ⓒ2006 김소라

"통일은 꼭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민족이 남북으로 갈라진 채 살아간다는 것은 참으로 슬픈 일이라 생각됩니다."

정씨의 책 속에는 남북분단으로 아파하는 재일동포사회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통일에 대한 생각을 묻자, 정씨는 신중히 말을 이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일본 재일교포 사회도 두 부류로 나눠져 있습니다. 한국민단(재일본대한민국민단)과 조총련(조선인총연합회)으로 말이죠. 남북의 분단은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이라 생각합니다."

정씨는 "남북한 사이가 안 좋을 때는 한국 못지 않게 재일교포 사회도 몸살을 겪는다"며 "우리 민족끼리 힘을 모아, 남북 어느 한쪽도 힘들지 않은 통일을 이루어내야 한다고 생각 한다"고 말했다.

어느 한쪽도 힘들지 않은 통일을 꿈꾼다는 정씨의 말은 '경제적 부담'을 뜻하는 것이었다. 경제적 부담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정씨는 독일의 사례를 예로 들며 그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덧붙였다.

"독일의 통일 과정을 보면, 경제적 부담으로 힘들어하는 국민의 모습을 볼 수 있거든요. 한국 사회도 통일시, 다가올 문제들을 걱정하고 있는 것 같은데. 조금 더 시일이 걸리더라도 통일의 완벽성을 추구해야 할 것 같아요."

"통일이 재일 교포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 같나"라는 질문에 정씨는 깊게 생각한 후, 말을 이었다.

"일단, 조국이 하나로 합치게 된 것에 무엇보다도 기뻐하겠죠. 그동안 알게 모르게 대립 구도를 펼쳐왔던 한국민단과 조총련도 시일은 걸리겠지만 하나로 힘을 모을 테고요. 물론, '특별 영주권'은 사라지겠지만..."

정씨는 특별 영주권에 대해 설명했다.

"재일 교포 사회에 일본이 허락한 특별 영주권은 남북 분단 시점에 만들어진 거에요. 통일이 되면 사실상 없어지는 제도죠. 그 제도에 의해 남북통일이 되면 한국인은 일본에 남던지, 아니면 조국으로 돌아가던지 양자택일을 해야 합니다. 일본에 남게 되면 귀화를 해야 하는데..."

정씨는 귀화가 쉬운 일이 아니라고 쓴웃음을 지으며 이야기 했다.

"대다수의 재일동포가 한국 국적을 포기하기 싫을 거예요. 하지만 국적을 지키기 위해 일본을 떠난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죠. 재일교포는 그동안 삶의 터전이 일본이었으니까요. 일본에 일궈 놓은 많은 것들을 포기하고 한국에 돌아오기란 쉽지 않은 일이겠죠."

정씨는 남북통일 후, 사라지게 될 특별 영주권 때문에 재일교포 사회가 또 한 번의 큰 아픔을 겪진 않을까 걱정하고 있었다.

'노란구미'가 쓴 책 <한국·일본 이야기>

▲ 재일교포 만화가 '정구미' 씨가 쓴 '한국.일본 이야기'. 안그라픽스
ⓒ2006 김소라

정씨는 재일 교포로서 자신이 한국과 일본에서 겪은 경험담을 만화책으로 묶었다. 일본에서 성장기를 보낸 정씨가 한국에서 유학생활을 하며 겪은 양국 문화 차이 및 현실적인 소재를 만화로 만들어 많은 독자들의 호평을 얻고 있다.

책 속에 나오는 '노란구미' 캐릭터가 독특하고 예쁘다는 질문을 하자,정씨는 조카의 모습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만들었다고 했다.

"책에서 저로 나오는 '노란 모자' 캐릭터는 제 조카예요. 처음엔 곰돌이 모양을 하고 있었는데 교수님이 보시더니, 좀 더 특이하고 개성 있는 캐릭터를 그려보라고 말씀 하시는 거예요. 고심하다가 제 조카를 보고 아이디어를 얻어 '노란구미'를 제작 했죠."

책에서 '블랙남자'로 등장하는 남자친구에 대한 이야기도 물어봤다.

"한국에서 대학 다닐 때 만났어요.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사람이죠. 재일 교포인 저를 만나다보니 일본에 많은 관심이 생겼다고 말하더라고요. 지금은 어학연수 차 일본에 가 있어요. 잘 못 만나는 편인데, 메일이나 전화통화로 데이트를 대신 하죠."

한국과 일본 문화의 차이 때문에 느낀 에피소드를 책으로 담았다는 정씨는, 책을 출간하기 이전부터 자신의 홈페이지 (www.koomi.net)에 한국 유학 경험담 및 일본 이야기를 연재하고 있다. 최근에는 모 포털 사이트에도 '구미의 돈까스 취업' 이라는 만화를 연재해, 20~30대 독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정씨는 기회가 닿는다면 유학 기간이 끝난 후에도 한국에서 살고 싶다고 말했다.

"물론, 태어나고 자란 곳이 일본이라 쉽지는 않겠지만 기회만 닿는다면 한국에서 생활하고 싶어요. 한국에 정이 많이 들었거든요."

정씨는 한국을 일평생 잊혀지지 않을 '조국'이라 말했다. 비록 태어나고 자란 곳은 일본이지만 자신의 마음에는 항상 한국이 자리 잡고 있었다고 말한다.

자신의 이름이 새겨진 작품을 조국인 한국에서 출간하게 되어 매우 기쁘다고 말하는 만화가 정구미씨. 교정 작업의 바쁜 일정 속에서 이루어진 1시간 30분의 짧은 만남이 아쉬웠다.

/김소라 기자

덧붙이는 글김소라 기자는 <오마이뉴스> 인턴기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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