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사가 서울대 인재를 특별채용합니다"

2006. 10. 17.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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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선대식 기자]

▲ 8월 29일 서울대학교 모 학과 게시판에 올라온 공지문. '<조선일보>에서 2006년도 하반기 수습기자 채용에서 서울대의 인재를 특별히 채용하고자 한다'는 내용이다.

"(<조선일보>의) 최종 합격자 출신 대학 스펙트럼이 넓어, 적어도 채용에 있어선 개방적이라 생각했는데. 이거 무슨 특정 대학에 원서 뿌리던 쌍팔년도도 아니고."

(한 언론고시 사이트에 누리꾼이 올린 의견)

한 언론고시 사이트에서 <조선일보>가 서울대생을 특별 채용한다는 의혹이 제기돼 파문이 일고 있다. 누리꾼들은 <조선일보>를 강하게 성토하고 있다.

지난 12일 한 언론고시 사이트에 '조선일보, 서울대생 특별채용설'이란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한 누리꾼이 지난 8월 29일 서울대학교 모 학과 게시판에 조교실 이름으로 올라온 특별채용 공지화면을 갈무리해 올린 것이다.

공지에는 "조선일보사에서는 2006년 하반기 수습기자 채용을 진행함에 있어 우리 대학(서울대)의 인재를 특별히 채용하고자 한다고 합니다"라는 내용이 담겨있다. 또한 "모 학과에는 1인이 추천 가능한 인원으로 배정되었습니다"라며 "사회과학대학에서는 최종적으로 2인이 채용됩니다"라고 명시돼있다.

공지에는 지원 자격과 제출서류 등의 내용도 담겨 있다. 지원 자격은 ▲2006년 8월 졸업자 또는 2007년 2월 졸업예정자 ▲논술 및 작문 실력 우수자 ▲기자로서 성공할 자질이 있는 자 등이다. 제출서류는 추천 공문, 소속 학과장 추천서와 자기소개서다. 지원의사가 있는 사람은 8월 30일까지 조교실로 연락하라는 내용도 담겨있다.

침묵하는 <조선>... 서울대 "공문은 사실"

이러한 특별채용 방식은 <조선일보>가 주장하는 공정한 공개 채용 방식과 엇갈리는 내용이다. <조선일보>는 언론사 취업 설명회에서 공정한 방식으로 인재를 채용하겠다고 여러 차례 밝혀왔다.

실제 올해 4월 12일 연세대 백주년 기념관에서 진행된 '언론·방송사 채용동향 및 취업설명회'에서 조선일보 관계자는 공정한 방식의 인재 채용의 근거로 "최근 공채에서 출신대학이 다양해졌다"는 점을 강조했다.

따라서 <조선일보>의 서울대생 특별 채용 의혹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상당한 논란이 예상된다. <조선일보>가 밝혀온 공채 방식과 정면으로 어긋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학벌'을 기준삼아 인재를 채용한다는 비판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현재 <조선일보> 측은 사실관계를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밝히고 있다. 박원배 <조선일보> 인사부 과장은 "내부 인사 문제는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서울대 사회과학대학은 추천 사실을 인정했다. 사회대 행정실 관계자는 "2인을 추천해 달라는 <조선일보>의 공문이 왔다"고 말하고 "(그러나) 추천된 학생들이 채용될 지는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

<조선일보> 제46기 수습기자 공채는 현재 진행 중이다. 전형과정은 1차 서류전형을 포함해 필기시험, 편집국 평가, 면접 등 4단계로 이루어진다. <조선일보>는 지난 8월 21일부터 9월 6일까지 원서를 접수해, 9월 13일 1차 서류전형 합격자를 발표했다. 2차 필기시험 합격자 발표일은 10월 16일.

누리꾼들은 "추천받은 서울대생 2명이 수습기자 공채 합격자 명단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지 않겠느냐"고 주장한다. '2006년 하반기 수습기자 채용'에서 "최종적으로 2인이 채용된다"고 공지문에 명시된 점 등이 그러한 판단의 근거다.

비밀리에 진행된 특별 채용?

▲ 서울대학교 정문.
ⓒ2005 오마이뉴스 권우성

이번 특별채용이 비밀리에 진행됐다는 주장도 나오는 등 다른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서울대 사회대 정치학과 4학년인 박진홍씨는 "특별채용은 처음 듣는 말"이라고 말했다. 같은 대학 유준상(사회복지학과 4학년)씨도 "들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

사회대 내부 사정을 잘 알고 있는 한 관계자는 "사회과학대학 행정실에서 '각 과에서 1명씩 추천해서 올리라'는 공문을 사회대 각 과로 보냈다"고 밝혔다. 이어 "모 과에서는 4명에게만 의사를 물어본 결과, 2명이 응해 이 중 1명을 추천한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씨는 또 "인터넷에 올린 공지글은 (문제가 될 것 같아) 당일 삭제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조선>에서 제안했더라도 서울대에서 거부했어야"

<조선일보>의 서울대생 특별채용 의혹에 대해 서울대 사회대생들 중엔 부정적인 시각을 나타내는 이들이 많았다. 유준상씨(서울대 사회복지학과 4학년)는 "신문사도 공공의 책임을 져야 하고 사명감을 가져야 하는데, 어느 한 군데에서 특채한다는 게 사실이라면 거부감이 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승현(가명·서울대 경제학부 2학년)씨는 "사회대생을 대상으로 한다는 건 엘리트층을 공략한다는 것인데 공정한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박진홍(서울대 정치학과 4학년)씨도 "언론사가 공적인 목소리를 대변해야 하며 대학은 높은 도덕성을 지녀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채용과정도 투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유영(서울대 언론정보학과 3학년)씨도 "<조선일보>에서 그런 제안을 했더라도 서울대 측에서 거절했어야 하지 않을까"라며 비판적인 의견을 표명했다.

서울대생 특별채용에 부정적인 의견만 있는 건 아니다. 박민수(가명·서울대 경제학부 2학년)씨는 "공평한 경쟁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어느 정도 보증된 학생을 뽑아야하는 기업 상황을 감안하면 이해되는 일"이라고 밝혔다.

누리꾼들 "<조선>, 학벌 타파할 것처럼 하더니..."

▲ 2006년 10월 현재 진행 중인 <조선일보> 제46기 수습기자 공채 공지문.(조선닷컴 화면 갈무리)

해당 언론고시 사이트에는 <조선일보>를 성토하는 댓글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누리꾼들은 <조선일보>가 겉으로는 공개채용을 한다면서 뒤로는 특별 채용을 하는 것 아니냐며 분노하고 있다.

"(최근 공채 때) 서류전형을 없앴다며 공정한 척했으면서 뒤로는 이런 식으로 서울대 사람들로 채우고 있었다니 배신감까지 드는데요."

(ID '유레카')

"(<조선일보>가) 필요할 땐 사기업이었다가 아쉬울 땐 사회적 공기인 언론이었다가를 반복하는 저런 꼬락서니를 언제까지 봐야 하나.

" (ID '발통 없는 자동')

"겉으론 학벌을 타파하고 마치 새로운 세상(실력으로만 우대받는)을 열어갈 것처럼 말하던 <조선일보>였기에 더 화가 납니다."

(ID 'I♡친절한 EY씨')

학벌주의가 근본적인 문제라고 지적하는 누리꾼도 있다. ID 'joe'는 "이놈의 학벌주의, 언론사에서 앞장을 서는구먼, 기자하려고 몇 년씩 (준비)하는 애들 어떡하라고, 씁쓸하다"는 댓글을 달았다.

/선대식 기자

덧붙이는 글선대식 기자는 <오마이뉴스> 인턴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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