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학생은 왜 바지교복을 싫어할까?..여성부 권고에도 치마가 대세

[쿠키 사회] 등하굣길에 바지 교복을 입은 여학생이 여간해서 눈에 띄지 않는다. 여성부 남녀차별개선위원회는 2004년 여학생에게 치마교복 강요는 것은 성차별 소지가 있다며 전국 중·고교에 바지 교복 병용을 권고했다. 당시 조사 결과 전국 4093개 중·고교 중 치마와 바지 교복을 모두 입을 수 있게 한 학교는 권고 이후 1715개교(42%)에서 2820개교(69%)로 늘어났다. 이후 2년이 지났지만 여학생 교복은 여전히 치마가 대세다.
◇ "치마가 더 예뻐요" "바지 입으면 남자같아요"
서울 Y고 이모(17)양은 입학하면서 교복을 살 때 치마만 구입했다. 바지는 어차피 입을 일도 별로 없을 것 같아서다. 특히 "입었을 때 닭다리 모양을 연상시키는 디자인이 너무 맘에 들지 않았다"고 했다. 친구 배모(18)양도 마찬가지다. "친구들 대부분이 치마를 입는 분위기라 바지를 입으면 오히려 '튄다'"며 "바지가 편한 건 사실이지만 입어서 안 예쁘다면 차라리 치마가 낫다"고 말했다.
같은 반 남학생 정모(18)군은 "남학생 중에 바지 입은 여학생을 보고 남자 같다고 생각하는 애들도 있다"면서 "이유는 잘 모르지만 전교생 중에 바지 입은 여학생은 딱 한 명 봤다"고 전했다.
◇ 교복업체와 학교측 "아이들이 바지를 원치 않는다"
교복 시장의 30%를 점유하고 있는 S사 학생복 생산팀에 따르면 올 1학기 여학생 바지 교복 주문량은 전국에서 45건에 불과했다. 지역별로 충청 18개교, 호서17개교, 경기 5개교이고 서울은 한 건도 없었다. 마케팅팀 담당자는 "한창 외모에 민감한 나이인 중·고교 여학생들은 치마도 자기 몸매에 맞게 알아서 수선해 입는 게 예사다. 또 요즘 애들은 아무리 추워도 스타킹을 안 신고 맨살을 드러내고 다닌다"며 "우리는 학교에서 제시해 준 디자인대로 생산하기 때문에 학생 취향을 반영할 순 없다"고 설명했다.
바지 병용을 허락하지 않은 분당 D고의 한 교사는 "학기를 시작할 때 아이들에게 바지 교복을 원하냐고 설문조사를 했더니 대부분 원치 않는다고 답했다"면서 "정부가 남녀차별 소지를 없애기 위해 권고한 의도는 잘 알지만, 아이들이 원치 않으면 학교도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 여학생들, 왜 치마를 더 선호하나?
여학생의 치마 선호를 루키즘(Lookism·외모지상주의)의 영향이라 보는 분석이 있다. 단순히 치마는 여자, 바지는 남자라는 이분법적 인식 때문이 아니라 치마가 길이나 폭 조정을 통해 각선미나 여성적 매력을 뽐내기에 더 좋다고 생각해 선호한다는 것이다.
한국청소년상담원 이영선씨는 "개별 학생마다 다르겠지만,치마단을 줄여 입는 것은 이미 오래된 관행이고 요즘은 상의 길이까지 줄이거나 몸에 꽉 끼게 고쳐 입는 아이들도 많다"며 "교복은 동질감과 일체감을 강조하는 유니폼인데 수선은 자기 표현 욕구가 강한 나이에 또래 친구들과 차별성을 만들어주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또 "바지를 수선할 경우 7부나 나팔바지로 만들 수도 없고 아무래도 치마가 크게 티 안 나게 고쳐입을 수 있는 장점이 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각종 대중매체가 지극히 일반적인 여성상을 제시해 여학생들이 추구하는 이미지가 획일화됐기 때문이란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구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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