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보다 서늘한 두려움, '공포게임의 법칙'
찝찝하고 무더운 여름이 왔다. 이런 무더위가 지속되면 사람들은 짜증나는 더위를 날려줄 무언가를 바라기 마련이다. 손쉽게는 동네 은행에 가서 문 닫을 때까지 눈치 보며 앉아 있거나 금전적인 여유가 있다면 속까지 차가워지는 팥빙수를 먹으러가기도 하고, 좀 더 여유가 있다면 해변가에서 아슬아슬한 옷차림의 여성들을 보며 더위를 날려버리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방법 중에서도 가장 간단하고 화끈한 피서법을 꼽자면 등에 소름이 돋을 정도로 무서운 공포 영화나 공포 게임을 즐기는 것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공포 게임은 게임 개발 기술력의 발전으로 영화 못지않게 현실적인 화면을 제공함으로써 우리에게 무서움을 느끼게 한다. 근데 왜 이런 게임을 즐기면 무서운 걸까? 이런 상황을 만들어내는 무슨 법칙은 없을까?


*공포 게임이 공포 영화보다 더 무서운 이유
공포 게임의 법칙에 대해서 알아보기 전에 먼저 공포 게임과 공포 영화에 차이점에 대해서 잠시 이야기해보자. 우선 가장 큰 차이는 인터랙티브한 요소라고 볼 수 있다. 공포 영화는 한 가지의 스토리에 맞춰서 타인의 이야기를 경험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즉 관객은 자신의 이야기처럼 걱정을 해야 할 필요가 없고 다만 저런 상황에 내가 있었다면 어땠을까? 라는 걱정으로 영화를 보게 된다. 대신 공포 영화는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 1인칭 시점의 상황을 자주 연출 시킨다.(카메라가 배우를 비추지 않고 배우가 바라보는 듯한 시각을 제공해 체험적인 느낌을 강조시킨다) 그러나 이런 영화의 경우 정해져 있는 상황을 그대로 답습하는 것이라서 한번 이상 보면 더 이상 무섭지 않게 된다. 반대로 공포 게임은 이런 상황을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이 느끼도록 할 수 있다. 한 가지의 상황이 아니라 다양한 상황을 경험해볼 수 있으며 플레이 방식에 따라서 위험한 상황을 벗어날 수도, 그 상황에서 최악의 경우를 경험할 수도 있다. 즉 자신의 조작 방식에 따라서 여러 가지 상황을 경험해볼 수 있기 때문에 영화보다 더 많은 긴장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간단하게 예를 들어보면 영화 바이오해저드(원제 레지던트 이블)와 게임 바이오해저드의 이런 차이점이 극명하게 드러난다. 게임 바이오해저드가 주는 느낌은 게임 내내 음산한 저택에 혼자 갇힌 듯한 공포감을 주지만 영화는 좀비가 등장하는 단순한 액션 영화처럼 보인다. 이 영화만 그런 것 같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겠지만 세가의 건슈팅 게임 하우스 오브 데드를 영화화 시킨 하우스 오브 데드 역시 이런 문제점을 그대로 보여줬다. 자신이 당하는 것과 남들이 당하는 것을 지켜보는 것은 다르다. 이것이 공포 게임과 공포 영화의 큰 차이라고 볼 수 있다.
*공포 게임이 가진 법칙
그럼 공포 게임이 체험이라는 점을 제외하고 어떤 법칙이 존재해서 더욱 무섭게 다가오는 것일까? 이런 공포 게임도 서양과 동양의 차이점이 존재한다. 물론 캡콤의 바이오해저드 시리즈와 시에라의 F.E.A.R처럼 동양적인 공포와 서양적인 공포를 잘 조화 시킨 게임도 있지만, 대부분의 공포 게임들은 극명한 차이점을 보이고 있다.
*서양
서양 공포 게임들이 가진 첫 번째 특징은 죽은 시체가 살아서 움직이거나 현실에서 두려워하는 것들이 형체를 가지고 등장한다는 점이다. 죽은 시체가 되살아나서 죽은 사람들을 공격하는 좀비, 관 속에서 깨어난 후 사람들(특히 여성)의 피를 빼앗는 드라큘라, 달밤이 뜨는 날에 변신하는 늑대인간 등 시체가 깨어나거나 사람이 싫어하는 존재로 변하는 것들이 많다. 즉 현실적인 상황에서 싫어하는 것들이 자연스럽게 공포스러운 상징으로 생기게 되었고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죽음이 가장 많이 등장하는 귀신이나 괴물의 모습으로 변하게 된 것이다.
두 번째는 서양 공포 게임들의 주된 배경들은 도시, 마을, 지하도 같은 누구나 한번쯤은 보거나 어디엔가 있을 법한 사실적인 공간들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부분은 서양에서 제작된 공포 영화에서도 잘 느낄 수 있다. 슬래셔 무비의 시작으로 잘 알려진 '13일의 금요일' 같은 경우는 사춘기 소년, 소녀들이 여행을 가서 고립되고 그곳에서 알 수 없는 존재에 의해 한 명씩 잔인하게 죽음을 당하는데 이 영화의 주인공들이 가는 곳은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별장이고 졸업 시즌에 맞춰서 놀러가는 건 미국 사회에서는 흔한 일이다. 즉 이런 현실적인 상황이 벗어날 수 없는 처참한 상황으로 변한다는 것. 이게 서양식 공포의 기본이다. 이런 상황을 느낄 수 있는 게임으로는 새벽의 저주 영화를 게임화 시킨 '랜드 오브 데드'(나라의 전체 사람이 모두 좀비가 되어 있고 생존자들은 그들이 올 수 없는 섬으로 도망가기 위해서 싸우는 내용)나 알 수 없는 존재에 인한 살인 사건을 파헤치기 위한 주인공의 사투를 그린 Xbox360용 '컨뎀드', 커다란 별장에 초대 받은 주인공이 그곳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을 알아내기 위해서 퍼즐을 풀어내는 '7번째 손님' 등이 있다. 마지막으로 서양 공포 게임들은 하나 같이 생존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서양에서 제작된 많은 공포 게임들의 목적은 대부분 이곳에서 무사히 살아나가는 것이며 그렇게 하기 위해서 원하든 원하지 않았던 무수한 적들을 제거해야 한다. 간단하게 예를 든다면 뜻도 목적도 없이 생존을 위해서 적들과 싸우는 ID社의 둠 시리즈를 예로 들 수 있다.(게이머는 주인공의 이름이나 상황에 대해서는 거의 모르지만 두려운 생명체를 피해 자신이 살아남아 지구로 가야한다는 건만은 확실히 알 수 있다) 이렇게 서양에서 가장 두렵게 생각하는 요소인 죽음을 현실에다가 교묘하게 맞춘 형태. 그것이 바로 서양 공포 게임들이 기본적으로 사용하는 방식이다.


*동양
동양 공포 게임의 특징은 첫 번째, 시체가 판치고 잔인한 적들이 다수 등장하는 서양 공포 게임과 다르게 동양 공포 게임은 청각이나 주변을 이용한 공포감이 주로 등장한다는 것이다. 동양 공포 게임에 단골 요소인 천둥소리와 음산한 웃음소리, 아무 곳도 없는 곳에서 들려오는 삐거덕 거리는 걸음 소리 등 시각적으로 승부하는 서양 게임과는 사뭇 다르다. 또한 갑작스럽게 창문이 흔들거리거나 아무도 없는 곳에서 물건이 떨어지고 게이머가 들어오기 전까지 켜져 있던 불빛이 꺼져버리는 등 주변 배경을 이용해 공포스러움을 증가 시키는 방법을 자주 볼 수 있다.
두 번째 몇 개의 정형화된 형태의 귀신이 어떤 사연이나 한을 가지고 다가오는 방식이 많다. 동양에서 등장하는 귀신들은 과거나 현실이나 비슷한 모습을 가지고 있다. 가령 예를 든다면 하얀 소복을 입고 긴 머리를 내리고 있는 처녀 귀신이나 일본 영화 '링'의 Tv속에서 기어 나오는 귀신 역시 긴 머리에 흰색 옷을 입고 있다. 이렇게 정해진 몇 개의 형태는 다양한 모습을 가진 서양 공포 게임과 다른 점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동양의 귀신들은 아무 목적 없이 사람들을 공격하지 않으며 대부분 자신들의 억울함, 즉 한이라는 점 때문에 살아 있는 사람들을 공격하게 된다는 점이다. 그래서 동양 공포 게임들의 목적은 이렇게 억울하게 죽은 사람들의 한을 풀어주는 것이 되며, 그들에게 안신을 안김으로 다시는 이런 문제가 생기지 않게 되었다는 식으로 마무리한다. 이것이 바로 동양 공포 게임의 마지막 특징이다. 대표적으로 테크모의 영제로 시리즈가 바로 동양적인 공포를 가장 잘 보여주는 게임이라고 볼 수 있다.
*그 밖에 재미있는 공포 법칙
이런 심리적인 공포감 말고 누구나 느끼는 그런 공포는 없을까? 게임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공포 방식에 대해 정리해봤다.
- 낯선 기계음이나 전파 소리 등이 들리면 꼭 주변에 귀신이 다가온다. (기계적인 소리를 자주 듣게 되면 누구나 기분 나쁜 상태가 되기 마련이다. 이 점을 이용해서 게이머에게 안좋은 상황이 생기고 있다는 걸 인식 시키게 되고 게이머는 자연스럽게 이 효과가 나오게 되면 긴장을 하게 된다)
- 꼭 깨질 것 같이 생긴 창문보다는 멀쩡한 창문에서 귀신이 나온다.(깨질 것 같은 창문은 자연스럽게 조심하게 된다. 이런 심리를 이용해서 멀쩡하게 생긴 창문으로 귀신을 넣으면 방심하고 있다가 놀라게 된다)
- 뜬금없는 비명 소리가 들리고 그곳을 쳐다보면 귀신이 나온다. (비명 소리는 누구나 놀라게 된다. 이때 자연스럽게 시야도 그곳으로 향하게 되는데 그곳에 귀신을 놔둔다면 금상첨화. 그리고 시야를 그쪽으로 돌리지 않아도 스스로 무섭다고 생각하게 된다)
- 길목을 지나서 반대로 나가려고 할 때 보이지 않는 길목에서 이상한 숨소리가 들린다 (바이오해저드에서 사용해 성공한 방법으로 반대쪽 골목이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숨소리나 기분 나쁜 소리를 들려주면 자연스럽게 그곳에 적이 있다고 판단하게 되고 게이머는 이동을 꺼리게 된다)
- 스테이지에서 입구와 출구가 외길로 되어 있어 도중에 빠져 나갈 수 있는 길이 없다.(사람을 궁지에 몰아넣는 것만큼 무서운 것도 없다. 빠져 나갈 길이 없는 상태에서 많은 적을 만나게 되면 그 공포감과 긴장감은 금새 높아진다)
- 조금한 틈새 구멍으로 쳐다보는 이벤트가 있다. (게임 구원에서 제대로 사람 놀라게 한 이벤트로, 작은 틈새나 구멍을 통해서 엿보게 만들고 두 번째 볼 때는 그곳에 사람의 눈이나 아까와 다른 장면을 보여줌으로써 공포감을 유발 시킨다)
- 무서울 정도로 강한 적과 절대 죽지 않는 적(서양의 게임에서 많이 등장하는 방식이기도 하지만 캡콤이 만든 호러게임들이 주로 쓰기도 했다. 절대 죽일 수 없는 적이 등장한다면 그것의 등장 자체는 공포)
- 벽에 걸려 있는 액자 속 사람의 시야가 주인공을 따라 움직인다.(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이라서 크게 신경 쓰지 않을지 모르지만 이걸 보고 지나가면 자연스럽게 누군가에게 감시당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 후에 액자에 눈이 없어졌다면 공포감 증가)
- 멀쩡한 방이라도 주인공이 들어가면 불이 꺼진다.(영화에서도 자주 쓰는 심리적 방법. 당연히 불이 꺼지게 되면 게이머는 위축되고 무슨 일이 생기기 전까지는 그런 심리적인 긴장감은 계속 유지된다)
- 항상 주인공이 엿보고 있을 때 적이 주인공을 발견한다.(서양 공포 게임에서 주인공이 적을 몰래 바라보게 되고 사소한 소리로 인해서 들키는 과정. 영화에서는 별 일 아니겠지만 게임 내에서는 누구든지 그 위치를 벗어나기 위해서 빠르게 도망가기 시작한다.)


*올해에 즐길 공포 게임은 어떤게 있을까?
유난히 공포 게임의 출시가 적은 올해. 게임에 대해서 이야기는 많이 했지만 아직 즐겨보지 못한 분들이 있다면 자신의 스타일에 맞춰서 즐겨보도록 하자. 먼저 자신이 쫓기는 것에 대해서 무서워하거나 공포스러운 상황을 싫어한다면 SCEK에서 출시한 '사혼곡 사이렌2'가 좋다. '사혼곡 사이렌2'에서 게이머는 한치 앞도 안보이는 해변가 마을에서 몇몇의 생존자들과 함께 그들을 공격하는 암인과 좀비의 공격에 맞서 살아남아야 한다. 특히 옴니버스 형식의 진행 과정을 통해서 다양한 상황을 경험해볼 수 있다는 점은 큰 매력. 반대로 생존을 위해서 싸우는 것을 좋아한다면 PS2로 등장한 바이오해저드 시리즈의 최신작 '바이오해저드 4'나 다양한 첨단 기기를 통해서 살인 사건을 파헤치는 Xbox360용 '컨뎀드'가 괜찮다. 이런 저런 스타일도 아니고 그냥 공포 게임 자체가 즐기고 싶어진다면 시에라의 'F.E.A.R'도 괜찮다. 이 작품은 동양적인 공포와 서양적인 공포를 교모하게 섞어놓은 작품으로 직접적으로 게이머를 공격하는 적들과 게이머를 혼란하게 만드는 알 수 없는 소녀가 등장해 긴장감과 공포감을 올려준다.
어릴 적에 들은 공포 이야기가 생각나는 요즘. 그런 추억을 생각하면서 가벼운 마음으로 한 두개의 공포 게임을 즐겨본다면 더위도 잊을 수 있고 게임 불감증도 날려버릴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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