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공지영 "나를 키운 건 팔할이 상처..글쓰기는 치유의 과정"

[쿠키 문화] 베스트셀러 작가 공지영(43)씨가 가슴 깊이 묻어 놓은 사랑의 상처와 그 치유 과정을 산문집 '빗방울처럼 나는 혼자였다'(황금나침반)에서 털어놨다.
"그가 죽는다는데 어쩌면 그가 내 머리채를 휘어잡고 그가 나를 모욕하고 그가 나를 버리고 가버렸던 날들만 떠오르다니. 저 자신에게 어처구니가 없었지만,그리고 그의 죽음보다 더 당황스러웠던 것이 바로 이것이었지만 그러나 그것 역시 진실이었습니다……실은 그를 용서하는 일보다 나 자신을 용서하는 일에 훨씬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예감합니다."
세 번의 결혼과 세 번의 이혼이라는 개인적 삶의 질곡을 넘어 오늘에 이른 공씨가 지난해 10월말 두 번째 남편이었던 영화감독 오병철씨의 부음을 접한 뒤 써내려간 이 글은 무엇보다도 기도의 중요성으로 이어진다. "이제는 다만 그의 영혼을 위해 기도합니다. 아직 다 용서할 수 없다고 해도 기도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로 다행입니다. 우리 생애 한번이라도 진정한 용서를 이룰 수 있다면,그 힘겨운 피안에 다다를 수 있다면 저는 그것이 피할 수 없는 이별로 향하는 길이라 해도 걸어가고 싶습니다."
8일 만난 공씨는 "산문집을 묶으면서 돌아보니 글쓰기야말로 남이 아니라 바로 제 자신의 고통이나 상처를 치유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며 "나를 키운 건 팔할이 상처"라고 말했다. 지난 6개월 동안 단 한 주도 거르지 않고 베스트셀러 목록에 자신의 소설 '사랑 후에 오는 것들'과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이 올라 있는 등 이른바 공지영 신드롬에 대해 그는 토마스 만의 말을 인용해 설명했다.
"어떤 작가가 각광을 받을 때는 작가의 은밀한 운명이 시대의 운명과 닮아 있기 때문이죠. 제가 예민하게 태어나다 보니 상처 받기도 쉬웠지요. 그 상처가 시대사와 함께 해 왔다고 자부합니다. 80년대 독재나 여성문제…. 그것을 개인의 불운이나 불행으로 넘기지 않고 작가로서 승화시키려는 욕망 때문에 지금껏 글을 쓰는 것이겠죠."
1988년 '창작과 비평'을 통해 소설가로 등단하기 3년 전 무크지 '문학의 시대'를 통해 시인으로 등단한 바 있는 공씨는 이번 산문집에서 기형도,김남주,자크 플레비르 등 자신의 문학적 토대였던 시를 인용한 뒤 산문을 이끌어내는 방식으로 글을 썼다. 책 제목은 이라크 시인 압둘 와합 알바야티의 시 '외로움'에서 따왔다.
"상처나 치유는 생이 계속되는 한 생겨나야 되는 것 아니겠어요. 혹자는 상처 입고 호들갑을 떤다고 하지만 예술가란 낚싯대의 찌처럼 1밀리미터쯤 미끼를 잡아당기면,혼자서 그 열 배로 춤을 추어서 겨우 물고기가 1밀리미터쯤 잡아당기고 있는 사실을 알려야 하는 광대같은 존재이기도 하지요."
오는 12월,가족을 주제로 한 전작 장편 '즐거운 나의 집'을 펴낼 계획이라고 밝힌 공씨는 "성이 다른 세 자녀와 함께 한 지붕에서 살고 있는 이상한 현상인데도 우리끼리는 매우 행복합니다"라고 환하게 웃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정철훈 전문기자 chj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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