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다 노부나가' 일본 만화는 그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2006. 3. 30.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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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박형준 기자] 야마오카 소하치의 대하소설 <대망(大望)>의 영향일까? 일본 전국시대의 역사는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은 이야기다. 오다 노부나가, 도요토미 히데요시,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우리 역사 속의 인물들 못지 않게 알려져 있다.

역사적 인물에 대한 묘사는 작가의 상상이 개입될 여지가 있다는 점에서 여러 가지 시각에서 다뤄질 수 있다. 특히 중국 위(魏) 왕조의 창시자인 '조조'가 그렇다. 역사가들의 시각이 극단적으로 엇갈릴수록 상상이 개입될 여지가 크다는 것을 증명한 인물이다.

그렇다면 그들은 일본의 혼란스러웠던 전국 시대를 사실상 최초로 정리했던 오다 노부나가를 어떻게 다루고 있을까? 이름이 게임의 제목으로 차용될 정도로 여전히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오다 노부나가. 그를 다루면서 일본 전국시대를 바라본 만화들을 살펴보자.

<백병무자> 민중의 시각으로 바라본 오다 노부나가

▲ 만화 <백병무자>의 표지. 현재 12권까지 출간
ⓒ2006 학산문화사

쵸우노 마사히로의 만화 <백병무자>는 민중의 시각으로 오다 노부나가를 바라본다. 주인공도 오다 노부나가가 아닌 우연히 그와 인연을 맺게 된 스님 '쵸노 마사노신'이다.

'쵸노 마사노신'은 어린 시절에 굶주림으로 인해 고향과 어머니를 잃고 어부의 양자가 돼 나름대로 행복한 삶을 산다. 하지만 불행히도 양아버지마저도 전쟁으로 인해 잃게 되어 다시 절로 들어가게 되는데, 이때 인연을 맺게 된 '사카구치'라는 스님이 무사들을 때려눕히는 모습을 보고, 무술을 연마하기 시작한다.

이 만화에서는 스님들의 결사대 '백병'이라는 조직을 눈여겨 볼만하다. 비유하자면, 우리 역사 속의 '승병'과도 비슷하다고 할 수 있지만, '백병'은 승병과는 달리 나라를 위해서라기보다 절의 근거지가 된 '타지마' 지방의 백성들을 직접적으로 보호하기 만들어진 조직이라는 차이점이 있다. 남다른 힘을 가진 '마사노신'은 이 조직에서 모두 한가락씩 하며 날고 긴다는 '백병'의 틈에서 가장 센 장사로 성장한다.

하지만 '마사노신'은 오다 노부나가의 천하쟁패를 위한 '타지마' 침략과 그의 여동생 '오이치'와의 인연이 엇갈리면서 위기에 몰린다. 오다 노부나가는, '타지마'를 위해서라면 어떤 희생도 마다하지 않는 '마사노신'을 간교하게 이용했고, '마사노신'을 어린 시절부터 짝사랑하던 여인의 존재로 '오이치'와의 엇갈린 인연이 더욱 비극적으로 보이는 것이다.

<백병무자>는 전쟁의 포화 속에서 무자비하게 겁탈당하는 부녀자와 허망한 죽음을 맞이하는 농민들의 이야기를 그리면서 오다 노부나가가 간교한 캐릭터로 그려진 것 같다. 서민의 입장에서는 전쟁을 끊임없이 일으키는 영주들이 모두 그렇게 보일 수도 있는 것이다. 우리 시대의 정치인들이 하나같이 나쁜 놈으로 보이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볼 수 있겠다.

그런 의미에서 '마사노신'과 '백병'이라는 조직은 아무런 이해관계없이 서민들을 보호하면서 대리만족을 안겨주는 영웅들이다. 끊임없이 함정에 빠지며 고뇌하는 캐릭터 '마사노신'에게 연민이 느껴지게끔 이끌어가는 이야기 구조 역시 대단한 매력을 안겨준다.

참고로 이 만화의 작가인 쵸우노 마사히로는 일본의 유명한 프로레슬러다. 그래서인지 '마사노신'이나 '백병'이 구사하는 무술은 대부분 레슬링에서 봤을 법한 관절기 기술이 대부분이다.

<센고쿠> 무사의 시각으로 바라본 오다 노부나가

▲ 만화 <센고쿠>의 표지. 현재 7권까지 출간
ⓒ2006 북박스

<백병무자>는 민중의 시각으로 '정치인은 하나같이 나쁜 놈'이라는 방식으로 오다 노부나가를 바라봤지만, 미야시타 히데키의 만화 <센고쿠>에서는 무사의 시각으로 오다 노부나가를 바라보면서 그 인물 자체가 다르게 느껴진다.

<센고쿠>의 주인공 '센고쿠 곤베이 히데하사'는 전쟁통에 사랑하는 여인과 엇갈려 크게 상심하지만, 우연한 기회에 오다 노부나가에게 투항해 키노시타 히데요시(훗날의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수하로 들어가게 된다.

이 만화는 오다 노부나가와 키노시타 히데요시는 물론이고, 아케치 미쓰히데 등의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그 시절의 군웅들을 다수 등장시키면서 본격적인 역사 만화로 이야기를 진행시킨다. <백병무자>와는 달리 병법에 기반을 둔 전략과 전술도 등장하며, 그에 따라 타케나카 시게하루와 같은 참모들의 비중이 커진다.

오다 노부나가의 가신이 그의 행적을 정리했다는 역사서인 <노부나가 공기>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진행시키는 이 만화는 오다 노부나가를, 우리가 알고 있는 대로 만화 <창천항로>의 조조처럼 앞서간 혁명가로 그리는데 중점을 둔다.

만화 속의 조조와 오다 노부나가는 하나같이 허를 찌르는 전략과 전술을 즐겼고, '마왕'이라는 공통의 별명에서 알 수 있듯이 선악의 개념은 이미 극복한지 오래다. 게다가 오다 노부나가가 해상 중심의 무역체계를 굳히기 위해 쓰루가 항구를 얻기 위해 집요하게 노력하는 내용은 앞서간 정치인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그가 천주교 신부들과 친분을 나누었고, 포도주를 즐겨 마셨으며, 거주하는 성도 서양식으로 지어졌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 거장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영화 <카게무샤>를 보신 분이라면, 오다 노부나가를 맡은 배우가 서양의 기사처럼 붉은 망토를 두르고 있었던 것을 기억하실 것이다. 그와 마찬가지로 <창천항로>의 조조 역시 남보다 한발 앞선 정책과 결단력, 그리고 특유의 유연성 덕분에 정치가로서도 유능했다고 전해진다.

게다가 '전쟁 속의 사랑'이라는 비극은 이 만화에서도 두드러진다. '곤베이'는 고향에 있을 시절에 좋아하던 여자가 있었지만, 갑작스러운 전쟁으로 인해 비극적으로 엇갈리고 만다. 아주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기회도 있었지만, 예상치 못했던 사건으로 인해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아슬아슬하게 연결되지 못한다. 무력한 남자였던 '센고쿠 곤베이'를 겁없는 신예 무사로 거듭나게 한 원동력은 반드시 그녀를 만나고 말겠다는 집념이라는 사실을 생각해보면 무척 서글퍼진다.

<센고쿠>는 그외에도 키노시타 히데요시 등의 주변인물들도 비중있게 다루면서 활력있는 캐릭터 묘사가 돋보인다. 특히 오다 노부나가의 여동생 '오이치'에 대한 시각이 <백병무자>와는 차원이 다르다는 점도 짚고 넘어가야 할 사실. 이따금씩 작가의 어조가 스스로 격앙돼 이야기에 지나치게 개입할 때가 있다는 아쉬움은 있지만, 한편의 전쟁만화로서, 오다 노부나가라는 인물의 또다른 시각을 음미하는 훌륭한 기회가 될 것이다.

우리 역사 속의 인물을 다룬 만화가 필요하다

'역사'라는 소재에 우리 만화가 취약하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앞서 언급한 만화들은 배울 점이 많은 만화들이다. 역사 속에 적절한 판타지를 삽입해 또다른 재미를 창조하거나, 역사에 입각했으면서도 또다른 시각으로 그 인물을 묘사하는 형식의 역사 만화들은 어른과 청소년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좋은 만화들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역사 속의 많은 인물들을 다룬 만화가 많지 않다는 점은 아쉽게 느껴진다. 물론 광개토대왕을 다룬 형민우의 <태왕북벌기>같은 만화가 우리에게도 있지만, 그 외에는 어른에게 어필할 수 있는 매력은 덜한 만화들이 많다는 점이 아쉽다.

우리 역사는 아직도 감춰진 수수께끼가 많아 폭넓은 시각이 개입할 여지가 많다. 만화가들이 이 무한한 소재를 놓치지 않는다면, 독자들도 '신선조'같은 일본 무사들이 아닌 우리 역사를 통해 우리 만화의 매력에 흠뻑 빠질 수 있을 것이다.

/박형준 기자

덧붙이는 글오마이뉴스와 한겨레신문의 제 블로그에도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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