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예 '소전체' 창시..소전 손재형씨 미공개 작품 감상하세요

"내 작품들은 다 버려도 추사의 세한도만은 버릴 수 없다."
서예가이며 정치가였던 소전(素?) 손재형(孫在馨·1903∼1981). 그는 추사가 남긴 대표작 '세한도'(국보 제180호)를 일제 당시 추사 연구 대가였던 후지스카 지카시(1897∼1948) 경성제대 교수가 일본으로 갖고 가자 1944년 현해탄을 건너가 되찾아온 주인공이다. 그는 또 중국에서는 '서법(書法)',일본에서는 '서도(書道)'로 불리던 것을 우리나라에서 '서예(書藝)'로 부르자고 한 주인공이고 '추사체' 이후 거의 처음으로 자신만의 서체인 '소전체'를 인정받았던 서예가다.
소전은 전·예·해·행·초 등 오체(五體)를 두루 섭렵했으며 특히 전서와 예서에서는 갑골문 등을 바탕으로 독자적인 서체를 이뤘고 행서와 초서에서도 속도감있는 호방한 글씨체를 구사했다.
손재형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서예 스승이기도 했다. 1968년 친필로 광화문의 한글 현판을 쓰는 등 서예의 기본기를 갖추고 있던 박 전 대통령의 초청으로 청와대를 출입하며 서예를 가르쳤다. 그래서인지 박 전 대통령의 글씨 중에는 손재형의 글씨체를 모방한 듯한 글씨들도 상당수다. 손재형이 정치인,고미술품 수집가,금석학자 등으로 다채로운 삶을 살았지만 서예계에서는 그를 다른 직함에 앞서 '20세기 한국 서예계의 대부'로 부르고 있다.
전남 진도의 거부 집안에서 태어나 어려서부터 당대 명필이던 할아버지인 옥전(
玉田) 손병기(孫秉冀) 선생으로부터 한학과 서법을 익혔다. 그러나 1971년 8대 국회의원에 출마하기 위해 그렇게도 아끼던 세한도를 포함해 추사의 또다른 걸작인 '부작난'과 장승업의 인물화 등 3점을 그때 돈 당시 돈 3000만원(현재 가치로는 약 30억원)에 재벌 손모씨에게 넘겼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기도 한다.
서울 관훈동 우림화랑에서 7일부터 16일까지 1∼3층 전관에 걸쳐 전시되는 손재형의 작품들은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각종 서체의 서예작품 20여점과 '연화도(蓮花圖)','묵련(墨蓮)','매죽괴석(梅竹怪石)','묵란(墨蘭)' 등 그림을 포함해 31점으로 글씨와 그림을 자유자재로 넘나든 손재형의 묵향을 느낄 수 있다. 손재형의 전시가 끝나면 17일부터 27일까지 추사의 애제자였던 소치(小痴) 허련(1809-1893) 선생의 작품 60여점을 모은 전시가 계속된다. 손재형과는 고향이 같은 전남 진도 출신으로 추사를 직접 사사하고 조선시대 남화의 맥을 이은 대가의 풍모를 엿볼 수 있는 전시다(02-733-3738).
윤중식 기자 yunj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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