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 67% "우울증 경험했다".. 국민일보·가정사역硏 등 90명 설문조사
한국 교회에서 사모(목회자 부인)만큼 어려운 위치에 있는 이들은 없다. 남편과 함께 교회에 무한책임을 지며 사역하는 또 한 명의 '목회자'이지만 사모들은 목회자도,일반 성도도 아닌 '어정쩡한' 위치에서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 경우가 많다.
많은 사모들은 남편과 성도 사이에서 갈등하며 우울증과 스트레스,정체성 혼란 등을 겪고 있다. 물질적 빈곤도 심각하다. 미자립교회나 농?어촌교회의 사모들은 생활고 때문에 부업전선에 뛰어들기도 한다. 지난 시절 사모들은어려운 여건속에서도 십자가를 붙들고 눈물로 기도하며 한국 교회의 성장을 이끌었다. 한국 교회의 성장이 정체된 지금 '사모가 살아야 교회가 산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돕는 목회자'로서 사모의 정체성을 확립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현재 적지않은 사모들이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다. 본보가 한국가정상담연구소와 바이블칼리지 사모대학,사모들을 위한 인터넷 카페 등을 통해 90명의 사모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60명이 '우울증을 경험했다(66.7%)'고 밝혔다. 우울증 경험자 가운데 병원에 가봤다는 사람은 7명,자살 충동을 경험한 사람은 10명,병원에 가고 싶다는 사람은 12명에 달했다. 사모들은 우울증의 원인으로 경제적 어려움,성도 및 남편과의 갈등,외로움,자녀교육 등을 꼽았다(관련기사 31면).
서울여대 이현숙(기독교대학원) 교수는 "사모들은 자신을 포장해야 하고 감정표출을 잘 못하기 때문에 일반인보다 우울증과 스트레스로 고통 받는 비율이 높다"고 말했다.
현재 한국 교회에는 사모들의 신앙심만을 강조할 뿐 사모들의 어려움을 들어줄 전문상담기관나 관련 프로그램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실정이다. 이 때문에 스트레스가 우울증으로 이어지고 우울증이 사모 자신에 대한 정체성 혼란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발생하고 있다.
전문가들과 설문에 응한 사모들은 이같은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 사모 대상 전문상담기관 활성화,사모대학 등 교육프로그램 개발,그리고 사모에 대한 인식 전환 등을 주문했다.
바이블칼리지 사모대학 김정순 목사는 "목회가 목사 위주로 진행되다보니 많은 사모가 정체성에 혼란을 겪고 우울증에 걸리게 된다"고 설명했다. 김 목사는 "교회에서 나설 수도 없고 안 나설 수도 없는 애매함,모두의 무관심속에 사모들은 설 자리를 잃고 있다"고 우려했다.
한국가정사역연구소 추부길 소장은 "교회가 살려면 목회자 가정이 살아야 하고 목회자 가정이 살려면 사모들이 자신의 위치에서 바로 설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엄기영 김준엽 기자 eo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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