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트 가수 윤희상 ''삶의 끝자락에 서서 희망을 부르다''

2006. 1. 12.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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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S 이경란 기자] "서서 히트곡을 만들어 봤으니 이제 앉아서도 히트곡을 내 봐야죠."

사고 후 1년 3개월이 지났다. 그사이 `카스바의 여인`의 가수 윤희상(50)은 전신마비로 인한 1급 장애인이 됐다. 하지만 달라지지 않은 것이 있다. 여전히 그의 손엔 악보와 마이크가 쥐어져 있었다.

신세대 가요 팬들에겐 낯선 이름의 가수 윤희상은 트로트 히트곡 <카스바의 여인>의 주인공. 노래방에서라도 한 번쯤은 들어봤을 이 노래는 20년 무명 가수 생활을 딛고 그가 처음으로 대중들에게 이름을 알린 노래다.

2001년 각종 성인가요 차트에서 1위에 올랐고 이후 트로트 가수로 `잘 나가던` 그는 2004년 10월 불의의 교통사고를 당했다. 직접 차를 몰고 지방공연을 가던 중 졸음 운전으로 사고를 냈다. 경추 5, 6번이 골절돼 척수가 손상됐고 전신마비 판정을 받았다.

그리고 4차례에 걸친 대수술, 1년의 지난한 재활과정을 통해 이제 겨우 휠체어에 앉아 생활할 수 있게 된 윤희상은 올 봄 새로운 음반을 발표한다.

"희망이 없으면 삶을 포기하게 된다. 삶의 의지를 붙들어 갈 수 있는 건 노래밖에 없다. 그래서 다시 노래를 부른다. 제가 할 수 있는 건 노래밖에 없으니까."

그를 만나기 위해 찾은 서울 은평구 증산동 자택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악보와 카세트 플레이어. 사고 후 1년 간 입원치료를 받은 그는 병실에 앉아 가사를 써 내려갔다. 그리고 병원 내 한적한 곳을 찾아 소리를 질렀다. 다시 노래를 부를 날 만을 고대하면서…. 그리고 지금은 4월 발표할 새 노래를 열심히 연습 중이다.

"장애인이라고 대중들이 동정으로 노래를 좋아해주진 않는다. 더 좋은 노래를 들고 무대에 올라야 한다."

지금은 밝은 얼굴로 재기를 꿈꾸는 그이지만 사고 이후 장애인으로 삶을 받아들이는 일은 절망의 연속이었다. "의식이 돌아온 후 어떻게 죽어야 할지만을 고민했죠. 손발이 움직이니 않으니 뛰어내릴 수는 없고, 친한 동생에게 독극물을 사다 달라고 부탁했다. 죽기에 가장 쉬운 방법일거라고 생각했다."

전신이 마비된 채 의식만 또렷한 상태에서 그는 죽음만을 생각했다. 그 때 어둠 속 그를 붙든 것은 주변의 사랑이었다. 어려운 무명 가수들이 그를 돕겠다고 3만 원, 10만 원씩 성금을 모아 병원비를 보탰다. 자신의 손과 발이 돼 준 아내 이인혜 씨(48)의 사랑도 그의 마음을 움직였다. `아무것도 한 일이 없는 내게 이런 사랑이 쏟아지는구나` 그런 생각이 들 즈음 윤희상에게 희망이 보였다. 오른쪽 엄지 발가락이 조금 움직이기 시작한 것.

이후로 재활 치료에 매달렸고 경추 손상으로 인해 잘 나오지 않던 목소리도 이젠 카랑카랑한 예전 목소리로 회복되고 있다. 불편하긴 하지만 마이크를 쥘 수 있을 만큼 손의 힘도 돌아왔다.

무대로 돌아가기 위한 노력 끝에 그는 지난해 10월 한 케이블 TV의 성인가요 전문 프로그램에서 사고 후 처음으로 무대에 다시 올랐다. "노래를 제대로 부르지 못하면 리허설하고 집으로 그냥 가려고 했다. 그런데 4곡을 다 불렀다. 노래 부르고 나니 눈물이 하염없이 쏟아졌다. 데뷔 무대보다 더 떨렸던 건 말할 것도 없다."

이후 그는 지방의 교도소를 찾아다니며 노래하고 있고 이달 25일 사고 후 마지막 수술인 오른쪽 눈 수술을 마치면 새 음반 녹음 작업도 시작한다. 여전히 무대에 서서 노래하는데는 넘어야 할 산들이 많지만 난관을 극복해 가는 기쁨도 적지 않다. "휠체어에 앉아 노래하면 중심이 안잡혀 넘어질 것 같은 때가 많다. 한쪽 손만 조금 올려도 호흡이 가빠져서 노래하기가 불편하다. 그렇지만 인생 두 번 산다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서서 한번, 그리고 이제부터는 앉아서 한 번. 앉아서 사는 인생에도 뭔가 배울 점이 있지 않겠는가."

인터뷰를 마치기 전 "혹 지금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분들이 있다면 내가 조그만 희망이라도 됐으면 한다. 저보다 어려운 처지도 있겠지만 건강하기만 하다면 못할 게 뭐 있겠는가"라는 그는 "꼭 희망의 증거가 되고 싶다"며 전신마비가 된 몸으로 써 내려간 가사를 내보였다.

`어둡고 험한 바람 저 바람이 그치면, 내일은 해가 뜬다 산들바람이 분다, 너와 나의 파티를 준비할 거야~(중략) 힘껏 노를 저어 꿈을 찾아 가련다, 오늘은 그대 내 사랑을 위하여`(윤희상의 <파티> 가사 중 발췌)

이경란 기자 <ranjesnews.co.kr>

사진=양광삼 기자 <yks01jes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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